‘추억의 이름’ 라돈치치 “내년엔 한국서 감독 해보고 싶어”


ⓒ 라돈치치 SNS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라돈치치는 38년 K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2004년 22세의 어린 나이에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한국과 연을 맺은 라돈치치는 이후 성남일화 수원삼성 등에서 활약했다. K리그에서의 10시즌 동안 라돈치치는 총 238경기에 나서 68골 24도움을 기록하며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한국형 외국인 선수’로도 유명했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라돈치치는 수준급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수원삼성 시절에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통역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자 통역을 물리고 직접 한국어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이렇듯 경기장안에서는 화끈한 플레이로, 경기장 밖에선 화려한 쇼맨십과 언변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라돈치치는 지난 2014년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 유니폼을 입으며 한국을 떠났다. 이후 오이타 트리니타를 거쳐 자국 리그 클럽 FK모르나르에 입단했고 지난 2016년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어느덧 추억의 외국인 선수가 된 라돈치치는 현재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24일 오후 <스포츠니어스>는 은퇴 후 몬테네그로에서 제 2의 인생을 보내고 있는 라돈치치와 연락이 닿았다. 역시 이야기의 첫 화두는 최근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였다. “나는 여전히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운을 뗀 라돈치치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좀 어떠한가”라며 역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상황이 심각했지만 최근엔 그래도 나아졌다”고 답변을 전하자 라돈치치는 “몬테네그로의 상황도 비슷하다. 사람들이 격리를 하고 있다. 몬테네그로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라돈치치는 자신의 근황을 소개했다. 라돈치치는 은퇴 후 착실하게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었다. 라돈치치는 “코치 라이선스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A급 라이선스 과정을 밟고 있다”며 “라이선스 과정이 이번 연말에 끝난다. 모든 것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라돈치치는 한 가지 사실을 더 공개했다. 라돈치치는 “현재 몬테네그로 리그의 FK 제제로 플라프라는 팀에서 수석코치로 일하고 있다. 2부리그 팀이다”고 언급한 뒤 “내년 쯤에는 한국에 가서 감독 경력을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라돈치치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감독직을 맡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라돈치치는 “내가 뛰었던 K리그 팀에서 지도자 일을 해보고 싶다. 나는 여전히 인천, 성남, 수원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 라돈치치 SNS  왼쪽에서 두 번째가 라돈치치다.

지도자로서의 꿈을 말하던 라돈치치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그는 현재 FK 제제로의 수석코치뿐 아니라 에이전트로도 활동 중이었다. 라돈치치는 “에이전트로도 일하고 있다. 현재 몇몇 한국인 에이전트들과도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번 여름에는 사업에 성공이 있길 기원한다. 한국인 에이전트들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좋은 선수들, 좋은 팀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내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렇듯 라돈치치는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와 인연을 이어나가길 원하고 있었다. K리그 시절 인연을 쌓았던 수많은 선수들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에 있는 많은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있다”는 라돈치치는 “나는 여전히 한국어를 잘한다. 당연한 것이다. 한국인 친구들과 나의 관계는 여전히 공고하다. 나는 아직도 한국어로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 있었던 10시즌 동안 라돈치치가 가장 화제가 됐던 순간은 축구장에서가 아니라 영화의 한 장면에서였다. 라돈치치는 지난 2006년 개봉한 인천유나이티드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비상’에서 주연으로 맹활약했다. 인천 선수단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긴 ‘비상’에서 라돈치치는 ‘괴짜 외국인 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팀 훈련 중 라돈치치가 허리 통증을 핑계로 엄살을 부리자 당시 주장이었던 임중용이 “야 라돈, 투게더 똑같이 해 XX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여전히 많은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 순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고 전한 라돈치치는 “그때 나는 매우 어려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이가 많은 선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그 순간은 동시에 매우 재밌는 순간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우리를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를 위해 쇼를 하려고 노력 중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라돈치치는 “임중용은 나의 캡틴이다. 그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 임중용과의 그 순간은 재밌었다. 그렇기에 임중용의 행동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한 뒤 한국어로 “‘임중용 캡틴 보고싶어요'”라며 임중용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임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라돈치치는 이내 기적과도 같았던 인천의 2005시즌으로 화제를 돌렸다. 라돈치치는 “당시에 팀 분위기가 좋았다. 왜냐하면 밑바닥에서 시작해 2005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기 때문”이라며 “그때 나는 어린 선수였는데 울산과 챔피언결정전 두 경기에서 모두 골을 성공시키며 정말 위대한 시즌을 보냈다”고 전했다.

2008시즌까지 인천에서 활약한 라돈치치는 2009년 당시 K리그에서 최강의 자금력을 자랑하던 성남일화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듬해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성남의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끌었다. 2010년 연말엔 ACL 우승팀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해 인터밀란을 상대하기도 했다.

라돈치치는 “한국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당연히 성남과 함께 ACL 우승을 차지했던 2010시즌이다. 그러나 2010시즌 외에도 한국에서 매우 위대한 순간들을 보냈다”고 전한 뒤 “당시 성남 감독이었던 신태용 감독님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었던 것 역시 알고 있다”고 답했다.

K리그 시절 라돈치치는 10시즌 동안 70골 가까이를 성공시키며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좋은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라돈치치는 상대 수비수들의 경계 대상 1호 선수였다. 193cm의 육중한 체격을 갖춘 라돈치치를 향해 상대 수비수들은 거친 반칙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라돈치치는 “한국엔 항상 좋은 수비수들이 많았다. 나는 키가 컸고 강했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은 나를 항상 거칠게 대했다”고 전했다.

ⓒ 수원삼성

이어 라돈치치는 “당시 경기에서 함께 뛰었던 K리그 수비수들의 이름을 이젠 까먹었다. 다만 내가 인천에서 뛸 때 곽희주 형님이 상당히 거칠게 나를 막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우리는 이후에 수원에서 함께 뛰었다”고 덧붙였다. 라돈치치는 곽희주를 언급할 때 한국어로 ‘곽희주 형님’이라는 표현을 썼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활약하며 여러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던 라돈치치다. 임중용과의 ‘투게더 사건’부터 성남 시절 “인천이 뭐예요? 야구팀?” 디스 발언과 한국 귀화 의지를 드러냈던 기자회견까지. 라돈치치는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았다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10년 동안 많은 화젯거리를 몰고 다녔다. 한정된 인터뷰 시간 내에 그의 K리그 10년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터뷰 동안 라돈치치는 “코로나19가 심각한데 한국은 어떠냐” “한국 상황은 괜찮냐”고 물으며 한국 팬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말미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라돈치치는 다시 한 번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했다.

라돈치치는 “팬들이 건강하길 바란다. 또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전세계적으로 유행인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곧 경기장에서 많은 한국 팬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팬들이 안전하게 지내길 빈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오래 전 한국을 떠난 라돈치치는 여전히 한국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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