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결국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이 연기됐다.

24일 2020 도쿄 올림픽이 연기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전화 통화를 통해 올림픽 연기에 전격 합의됐다. 따라서 약 넉 달 앞으로 다가왔던 올림픽은 2021년 여름 쯤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한국 축구계는 고민에 빠졌다. 바로 올림픽 본선 진출 엔트리 때문이다. 축구의 특성 상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은 U-23 대표팀이 출전하게 된다. 대신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와일드카드 석 장을 엔트리에 포함시킬 수 있다. 문제는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나이 문제로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U-23 대표팀의 경우 지난 1월 태국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 엔트리 중 11명이 1997년생이다. 올해 올림픽이 개최됐다면 큰 문제 없이 참가가 가능하지만 2021년일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물론 아직까지는 IOC와 FIFA가 올림픽 본선의 연령 제한 및 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심란할 수 밖에 없다. 그 중에는 제주유나이티드의 수비수 강윤성도 있다. 그는 1997년생이다. 이번 올림픽 연기에 대해 가장 심경이 복잡할 선수 중 한 명이다. <스포츠니어스>가 강윤성과 전화 통화를 했을 때 그는 서귀포의 한 카페에서 차분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심경을 물어봤다. 그런데 예상 외로 차분한 답변이 돌아왔다. "일단 올림픽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됐다는 점에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올해는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프로 선수의 입장에서는 올림픽에 쏟을 힘을 온전히 K리그 팬들에게 보여드려야 한다.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올림픽 출전 여부는 덤덤하게 기다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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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이 차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지 않았는가"라면서 "나도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매일 인터넷을 통해 봤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에서 올림픽 보이코트 이야기도 나오더라. 그 때부터 올림픽 일정에 어느 정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올림픽 연기가 실현되니 마음이 썩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강윤성은 U-23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잘 이겨내고 있다. 그는 "AFC U-23 챔피언십에 함께 출전했던 동료들과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라면서 "우리는 1997년생도 올림픽에 뛸 수 있도록 규칙이 개정되는 것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1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K리그에 좀 더 집중하면서 각자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데 노력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제주의 선후배들도 강윤성에게 힘이 되고 있다. 강윤성은 제주의 유일한 U-23 대표팀 자원이다. 현재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윤성에게 제주 선수들은 한 마디씩 위로를 건네고 있다. 강윤성은 "제주 형들이 '세계 어디에서도 올림픽 예선에서 가장 활약한 선수들은 1997년생들일 것이다. IOC가 너희들을 생각 안할 리가 없다. 규칙이 잘 개정될 것이다'라고 한 마디씩 해주시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그에게 힘이 되는 것은 아버지였다. 올림픽 연기가 확정되자 강윤성의 아버지는 그에게 장문의 문자를 남겼다. '올림픽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K리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곧 시작할 것이다. 너에게는 K리그를 응원하는 팬들 또한 중요하다. 그 팬들에게 더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아쉬움은 잊고 시즌 준비 잘해라'는 내용이었다. 강윤성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사실 부모님이 가장 아쉬우셨을텐데 오히려 이런 당부를 하시더라. 아버지의 말씀이 가장 큰 힘이 됐다"라고 밝혔다.

이제 강윤성은 올림픽을 잠시 잊고 소속팀 제주의 K리그2 승격을 위해 온 힘을 쏟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강윤성은 "팬들께서 많은 관심을 갖고 보실 수 있도록 올해 좋은 활약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면서 "항상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 제주의 승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에게는 올림픽 연기의 복잡한 심경과 아쉬움보다는 프로다운 성숙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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