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아산 필립의 한국 생활 첫 번째 시련, ‘운전면허’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충남아산FC의 외국인 선수, 필립 헬퀴스트에게 시련이 벌써 찾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K리그 개막이 연기됐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위생에 신경 쓰면서 조심스럽게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 한국에 온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새롭게 한국 생활을 해야하는 선수들은 할 일이 많다. 집도 구하고 차량도 구해야 한다. 새 팀에 적응함과 동시에 새로운 나라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야 K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

충남아산의 외국인 선수 필립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출신의 공격수인 필립은 스웨덴,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만 뛰었던 선수다. 충남아산을 통해 첫 아시아 생활에 나서는 셈이다. 그런데 필립의 한국 생활이 처음부터 쉽지 않다. 아직 K리그는 개막도 하지 않았는데 필립의 한국 생활은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다름 아닌 ‘운전면허’ 때문이다.

규정에 엇갈린 충남아산 두 외국인의 운명
충남아산에는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있다. 무야키치와 필립이다. 두 선수 모두 한국 생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운전면허였다. 훈련장을 출퇴근하고 아산에서의 삶을 위해서는 운전면허가 꼭 필요했다. 둘은 이미 자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운전면허 학원을 다닐 필요는 없었다. 그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면허를 한국 면허로 교환 발급 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이 이야기를 전하기 전에 소개해야할 것은 바로 외국인의 국내 면허 발급 과정이다. 이미 자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외국인이 한국에서 운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대한민국은 세계 각국과 서로의 면허를 인정하는 협정 등을 체결한 상황이다. 해당 국가 또는 지역이 무려 135개에 달한다. 이들 나라 출신의 외국인은 간단한 신체검사 등만 거치면 한국의 운전면허를 교환 발급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해당 국가 출신이 아닐 때다. 만일 이럴 경우에는 신체검사와 함께 학과시험을 추가로 봐야한다. 객관식 40문항 중 60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물론 외국인을 위해 다양한 언어로 시험이 준비되어 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비롯해 러시아어, 몽골어, 캄보디아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필리핀 타갈로르어 중 하나를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출신 국가에 두 선수의 운명은 엇갈렸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 규정에서 무야키치와 필립의 운명은 엇갈렸다. 무야키치는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운전면허 인정 국가다. 따라서 신체검사 하나 만으로도 면허 발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필립은 달랐다. 필립의 조국은 스웨덴이다. 공교롭게도 대한민국과 스웨덴은 운전면허 인정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학과시험을 추가로 응시해야 했다. 필립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 사소한 규정 하나가 자신을 힘들게 할 줄은.

자신있게 시험장 들어갔다 ‘멘붕’ 온 필립
사실 충남아산 구단은 걱정했다. 어쨌든 시험은 시험이었다. 외국인에게 생소할 수 있었다. 구단의 통역은 필립에게 예상 문제를 보고 응시할 것을 권유했다. 도로교통공단은 홈페이지에 외국어 학과시험 예상문제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립은 자신감이 넘쳤다. “스웨덴도 필기시험이 굉장히 어려운 나라다. 하지만 나는 합격했다.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후 필립은 학과시험장에 들어갔다. 40분 동안 40문항을 풀었다. 그리고 학과시험장을 나올 때 그의 표정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필립이 학과시험장에서 받은 점수는 58점이었다. 합격선인 60점에서 단 2점이 부족해 떨어진 것이다. 함께 운전면허시험장에 갔던 무야키치는 그 소식을 듣고 박장대소했다. “어떻게 학과시험을 떨어질 수 있냐”라는 것이었다. 정말 필립은 어떻게 그 시험에 낙방했던 것일까? 그의 항변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문제를 풀려고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문제를 읽다가 나왔다. 시간이 부족했다. 스웨덴 사람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지만 모국어는 아니다. 그런데 시험지에 등장한 영어가 굉장히 어려웠다. 교통 관련 단어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시험 난이도도 높았다. 간단한 교통 지식을 묻는 줄 알았는데 법규 위반 시 받게 되는 벌점 등을 물어보더라. 한국인들도 어려웠을 것 같은 난이도다. 내게도 진짜 어려웠다.”

쓴 맛 본 충남아산 필립의 굳은 다짐
필립이 학과시험에서 낙방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구단으로 전해졌다. 충남아산의 선수들도 필립의 낙방 소식을 들었다. 운전면허시험장에 갔던 무야키치와 필립이 점심 식사를 위해 선수단 식당에 입장하자 선수들은 모두 뜨겁게 박수를 쳤다. 무야키치가 아닌 필립을 향한 박수였다. 운전면허 학과시험을 떨어진 필립에게 놀림과 위로가 반반 섞인 반응이었다.

ⓒ 충남아산FC 제공

사실 필립은 잔뜩 화가 난 상황이었다. 학과시험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 분하기도 하고 억울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료들의 놀림 섞인 위로에 필립의 기분은 조금씩 풀어졌다. 충남아산의 통역은 “이제는 동료들의 놀림을 즐기더라”고 슬쩍 귀띔했다. 필립도 이제는 운전면허 학과시험 낙방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괜찮다”라면서 “다시 보면 된다”라고 말한다.

어쨌든 필립이 한국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조만간 필립은 다시 한 번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자신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그 학과시험을 다시 보기 위해서다. 필립은 쳐다도 보지 않았던 예상 문제지까지 꺼내들어 공부했다. 지금 운전면허를 향한 필립의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필립은 짧고 굵은 한 마디로 자신의 각오를 전했다. “세 번째 시험은 없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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