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랜선 토너먼트’ 위해 선수들 전수조사까지?


프로축구연맹이 기획한 K리그 랜선 토너먼트는 성공리에 마무리 됐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 최초로 선수가 출전해 열린 ‘랜선 토너먼트’가 화제를 모은 가운데 프로축구연맹의 이벤트 준비 뒷이야기도 전해졌다.

프로축구연맹은 22일 코로나19로 2020시즌 K리그 개막이 미뤄진 가운데 축구팬을 위한 이벤트로 ‘K리그 랜선 토너먼트’를 개최했다. 온라인 게임 ‘EA SPORTS™ FIFA Online 4′(이하 ‘FIFA 온라인4’) 맞대결로 치러진 이번 경기에는 결승에 오른 성남과 경남을 비롯해 제주, 포항, 울산, 인천, 대구, 강원까지 총 8개 팀 선수들이 한 명씩 참가해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 K리그 랜선 토너먼트는 3,361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K리그 개막이 미뤄지면서 축구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팬들은 이 게임 맞대결에 열광했고 3판 2선승제로 열린 결승에서 성남이 경남을 2승1패로 앞서며 초대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경기에서 패한 선수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며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더했다.

최종 우승을 차지한 성남 대표는 전종혁이었고 준우승은 경남 이형석이었다. 3위 울산과 대구는 김인성과 이진현이 참가했다. 이 밖에 오승훈(제주), 문경민(포항), 김준범(인천), 지의수(강원)이 출전해 축구팬과 호흡했다. 참가한 선수들은 원래 사용하던 계정의 베스트 11 멤버에, 자신을 포함한 소속팀 10명의 선수를 추가해 총 21명의 선수를 사용하는 등의 재미를 추가했다.

이 ‘랜선 토너먼트’는 프로축구연맹이 코로나19 여파 이후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준비한 이벤트였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6일 개막 미디어데이가 취소되자 ‘마스코트 반장 선거’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K리그 1,2부리그 22개구단 마스코트 인기투표를 통해 ‘반장과 ‘부반장’을 뽑는 이벤트였다. 당시 진행자들은 유재석 못지 않은 맛깔 나는 진행 솜씨로 찬사를 받았다.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의 반응도 뜨거웠다. 개표방송 당시 품격 있는 축하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 ⓒ아프리카TV

연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이벤트를 열었다. ‘미리보는 K리그1 MVP, 영플레이어 투표’를 열기도 했고 배성재 SBS 아나운서, 윤태진 아나운서 등을 섭외해 ‘랜선 개막전’도 개최했다. 개막전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3경기(전북-수원, 울산-서울, 대구-강원)를 온라인게임 피파 온라인으로 구현하며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축구 경기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연맹에서는 어떻게든 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온라인 이벤트를 여러 번 준비했고 ‘랜선 토너먼트’까지 기획하게 됐다.

연맹 뉴미디어팀은 최근 들어 K리그 관련 조직 중 가장 힘들면서도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까지 K리그 관련 온라인 콘텐츠는 모두 연맹 뉴미디어팀의 작품이다. 축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데 축구 경기를 온라인으로 홍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온라인으로 선수들의 게임을 진행해보자는 ‘랜선 토너먼트’를 기획하면서는 K리그1 구단 전체에 선수별로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 전수조사(?)를 하기도 했다.

연맹은 ‘피파 온라인4’를 비롯해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롤)’,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등 인기 게임 항목을 만들어 구단별로 배포하며 사전 조사를 했다. 표를 만들어 구단마다 어떤 선수들이 어떤 게임을 즐겨하는지 파악했다. 구단별로 피드백이 달라 전수조사를 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선수들 가운데는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이들이 가장 많았지만 축구라는 종목을 이용해 일단은 ‘피파온라인4’를 ‘랜선 토너먼트’ 종목으로 정했다. 연맹은 각 구단에 “선수 인지도가 아닌 ‘피파 온라인4’ 실력으로 선수를 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가운데 한 구단에서는 선수들의 선호 게임을 취합해 연맹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 외 종목 1명’을 표기하기도 했다. ‘피파 온라인4’를 비롯해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롤)’,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등 인기 게임이 아닌 ‘그 외 게임’ 1명을 적어낸 구단은 강원FC였다. 강원FC는 ‘그 외 게임 취향 선수’로 신광훈을 적어냈다. 게임 종목은 장기였다. 강원FC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의 게임 취향을 조사하며 신광훈이 장기를 잘 둔다는 걸 알았다. 언제든 좋으니 신광훈과 장기로 맞붙을 선수를 섭외해 달라”고 웃었다.

뉴미디어팀 사두진 팀장은 “처음에는 이 기획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며 “과연 선수들이 게임하는 걸 보는 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재미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반응이 좋았다. 프로게이머들이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는 것과 다른 재미가 있었다. ‘피파 온라인4’가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구현이 돼 있어 승격팀이 반영되지 않아 준비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민도 있었다. 8강 토너먼트로 해야하는지 경기 방식에 대한 토의도 계속 해왔다. 선수들이 재치있게 잘 해줘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형식의 이벤트는 또 열릴 수 있을까. 사두진 팀장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랜선 토너먼트’에서는 외국 리그 소속 선수들로도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K리그 선수들만 사용하는 방식을 한 번 써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이벤트가 어제 끝나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는 없지만 일단 반응은 좋다. 이번에 참가하지 않은 전북과 수원, 서울 등도 함께 참여하는 ‘랜선 토너먼트’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축구연맹은 매일 이런 형식의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K리그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연맹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이끌고 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시즌 흥행에 성공하며 좋은 분위기를 탔던 K리그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연맹 홍보마케팅팀은 K리그 역대 공인구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해 K리그 선수들과 함께하는 랜선 운동 크루, 2020 K리그 달성 가능한 기록, K리거들의 이색 취미, 역대 K리그 엠블럼 변천사, U-22 선수들 이모저모, K리그의 동명이인 등 보도자료를 매일 내고 있다.

연맹 홍보마케팅팀 이종권 팀장은 “K리그 개막이 연기된 상황에서 하루에 한 개씩 보도자료를 내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회의를 통해 참신한 보도자료 주제를 20개 정도 준비했다. 그런데 벌써 이 20개의 보도자료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K리그가 열리지 않는데 K리그를 홍보하려니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만 힘든 게 아니다. 팬들과 구단,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맹은 2020시즌 K리그 전체 등록 선수 712명의 자료를 일일이 뒤지고 역대 기록을 살펴가며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뉴미디어팀 사두진 팀장도 온라인으로만 K리그를 전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건 사실이다. 그는 “사실 이제는 슬슬 팀원들도 지치고 있다”면서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보자고 독려하는 것도 힘든 게 사실이다. 결과물은 별 게 아닐 수 있어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모든 구단에 연락을 돌리는 등의 과정도 오래 걸린다.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어 K리그가 개막했으면 좋겠다. 그전까지는 온라인을 통해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랜선’으로 축구를 전하는 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footballavenu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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