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지난 몇 년간 많은 사람들은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인천을 강등 1순위로 지목하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과는 반대로 인천은 매년 생존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천의 중심엔 항상 강력한 피지컬과 파이팅을 앞세워 수비진을 이끄는 부노자가 있었다. 부노자는 지난 세 시즌 동안 인천 유니폼을 입고 리그 59경기에 나서며 제 역할을 다했다. <스포츠니어스>는 19일 오후 코로나19로 리그 개막이 지연된 상황에서 시즌 개막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부노자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갑다. 컨디션은 어떤가?

좋다. 1월에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했고 이후 남해로 넘어가서 2차 동계 훈련을 했다. 훌륭했다. 팀원들과 함께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6주 동안 노력했으며 전지훈련에 갔다 온 이후에도 몸 상태가 100%로 유지되도록 노력했다. 현재 내 몸 상태는 좋다. 컨디션에 만족한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V-리그, KBL에서 뛰는 몇 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을 떠났다. 알고 있었나?

그런가? 몰랐다. 나와 우리 선수단은 현재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친선 경기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선수단 내에서 자체적으로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또 치열하게 운동하고 있다. 시즌 개막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가족들도 한국에 머무르고 있나?

그렇다. 가족들이 지금 나와 함께 송도에 있다. 가족들이 나를 치유해주고 있다. 내 생각에 지금 이 시점에선 한국이 유럽보다 안전하다. 유럽에선 코로나19가 막 퍼지기 시작했다. 문제가 심각하다. 심지어 내 조국인 크로아티아에서도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일하고 있던 많은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귀국하며 코로나19가 점차 크로아티아에서도 퍼지고 있다.

유일하게 우리 가족이 외출할 때는 아들이 트레이닝 서클에 참여할 때다. 그리고 내가 훈련하러 출근할 때다.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쓴다. 손도 자주 씻고 있다.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현재 내 아버지는 살아계시지만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보스니아에 계신다. 형제들은 독일에 살고 있다. 아버지가 최근에 내게 전화하셔서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다. 매일 마켓에 가서 쇼핑을 하고 모든 것을 사가고 있어서 음식과 필수품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고요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매우 좋은 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한국은 현 시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

한국에서의 네 번째 시즌이다. 송도에서의 삶은 어떤가?

4년 전에 처음 이 팀에 왔다. 인천에 오기 전 4년 동안 한 팀에 있었던 건 과거 비스와 크라쿠프라는 폴란드 팀에서 뛰었을 때다. 다른 팀에선 그렇게 오랜 기간 있지 않았다. 인천이 오랫동안 활약한 두 번째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에서 활약하는 것이 매우 기쁘다. 내 가족들은 한국을 굉장히 사랑한다. 문화와 음식, 시스템, 안전함 등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나 역시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인천이 올 시즌 좋은 한 해를 보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런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한국의 장점은 뭔가?

이탈리아와 폴란드, 루마니아 등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도시에서 살았다. 하지만 이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은 매우 특별한 나라다. 한국은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삶의 질이 좋다. 일단 가장 좋은 것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누군가가 싸우고 있거나 물건을 훔치는 것을 볼 수 없다. 음식도 매우 좋고 모든 곳이 깨끗하다. 사람들 역시 친절하다. 한국은 여태껏 내가 살아왔던 국가들 중 가장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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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완섭 감독이 팀에 부임했다. 

감독님은 정말 정말 좋은 사람이다. 비록 영어를 구사하시진 못하지만 내가 가끔 영어로 농담을 하면 감독님이 이해하시곤 한다. 나를 비롯한 노장 선수들을 잘 이해해 주신다. 내가 감독님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는 감독님은 정말로 좋은 분이라는 것이다.

임완섭 감독이 개인적으로 주문하는 것이 있나?

촘촘한 수비를 강조하신다. 수비를 할 때 양 측면에 있는 선수들이 함께 뛰어줄 것을 요구하신다. 지난 시즌보다 좋은 시즌이 되길 희망한다.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이번 시즌엔 팀이 많은 골을 넣어 더 좋은 한 해를 보낼 수 있길 희망한다.

감독님은 열정적인 선수를 좋아하신다.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는 그런 선수 말이다. 경기장에서 말을 많이 하고 팀을 도와주는 선수를 선호하신다. 내가 딱 이런 유형의 선수다. 나는 경기장에서 동료들에게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감독님께선 우리에게 "단순하게 해라. 그리고 최선을 다해라"라고 하신다. 물론 단순하게 축구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른 수비수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좋다. 감독님과 다른 코치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으려고 하고 있다. 서로 협력하고 있다.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즌이 시작되진 않았지만 항상 집중하고 있다. 시즌이 시작되길 바랄 뿐이다.

이번 시즌에도 등번호 20번을 달고 활약하게 됐다. 20번이 인천 레전드이자 수석코치인 임중용 코치의 현역 시절 등번호라는 것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20번을 단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임중용 코치는 인천의 전설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천에서 많은 시간을 뛰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올 시즌에도 20번을 달게 됐는데 나 자신과 동료들 그리고 인천을 위해 내게 요구되는 역할을 다할 것이다.

수비수 중 특별히 아끼는 선수가 있나?

김정호를 말하고 싶다. 그는 내 아기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정호는 매우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2년간 우리 팀에서 뛰었는데 열심히 훈련하는 친구다. 재능도 있다. 이번 시즌 정호가 많은 기회를 잡아 경기에서 뛰기를 바란다. 정말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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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힌데가 입단 초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때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은 힘든 시간을 겪는다. 한국의 시스템은 유럽과 모든 것이 다르다. 구단과 일상 생활 모두에서 그렇다. 그래서 케힌데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나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데얀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케힌데에게 해도 되는 행동과 해서는 안 되는 것, 혹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가 등에 관해 많은 조언을 줬다. 이번 시즌에는 케힌데가 더 좋은 활약을 보이길 희망한다.

케힌데뿐 아니라 평소에 우리 팀에 처음 온 모든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을 한다. 분명히 힘든 게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적생들을 도와주는 것은 결국 팀을 위해서다. 케힌데한테도 감독님이 무슨 말을 하시는 것인지 또 한국 스타일에 맞게 케힌데가 변화시켜야 하는 플레이 스타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줬다. 케힌데는 유럽에 오래 있었다. 나도 유럽에서 뛰어봤기 때문에 조언을 줄 수 있었다. 케힌데는 우리 팀에서 중요한 선수다. 케힌데가 올해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올 시즌 인천 선수 중 최고참이다.

그렇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기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내가 젊다고 느낀다. 고참이다 보니 나보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 중에 실수를 했을 때 조언을 해준다. 왜냐하면 나도 그 친구들 나이 때 실수를 하곤 했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 역시 내가 조언을 할 때나 무언가를 알려줄 때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정호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경청한다. 한국 팀들은 규율을 중시한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선수들이 내 이야기를 잘 받아들인다.

라커룸에서도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한다고 들었다.

나는 유럽 여러 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인천에서도 네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나쁜 상황에 처했거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선수들에게 "싸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팀을 위해 그리고 우리가 입은 이 유니폼을 위해 함께 싸우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100%를 쏟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좋은 팀에서 제안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팀 동료들과 클럽을 위해 100%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어떤 팀도 그 선수를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조언을 함으로써 그들이 경기장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한다. 또 조언을 통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상대와 싸울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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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과 원정 경기 때 방을 함께 쓴다고 들었다.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영어를 하지 못해서 처음엔 방을 같이 쓰는 게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 선수들도 우리 외국인 선수들과 융화가 되고 있다. 매우 좋은 일이다. 방을 같이 쓰며 한국인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이 더 친해질 수 있고 서로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아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에서 경험한 최고의 시간은 언제였나?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8년이다. 2018년에 내가 총 32경기에 나섰다. 당시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문선민과 아길라르, 무고사 같은 좋은 선수들이 많은 골을 넣었다. 그때처럼 이번 시즌에도 우리 팀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매우 좋은 팀이다. 나 역시 이번 시즌 베스트11으로 지명이 되었다. 올 시즌이 내 최고의 시즌이 되길 희망한다.

인천은 항상 시즌 초반에 힘든 시기를 겪지만 결국 살아남는다. 그 이유가 도대체 뭔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우리가 항상 시즌 개막하고 나서는 힘든 시간을 겪는데 멘탈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시즌 막판에 가서는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선수들끼리 파이팅을 하고 경기에서 이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생존한다. 올 시즌에는 초반에 부진한 모습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천수 실장과 이전에 대화를 나눠봤는데 당신을 굉장히 칭찬하더라.

누군가가 나를 칭찬하는 것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천수 실장님에게 감사한다. 실장님이 지난 시즌 나를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실장님은 한 인간이자 축구 전문가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서 클럽 전체에 많은 도움을 주신다.

인천 팬들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인천 팬들은 위대하다. 유럽 많은 팀에서 뛰어봤는데 유럽에서 뛸 때 우리가 경기에서 좋지 못한 플레이를 할 때면 팬들이 우리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경기장에 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천 팬들은 우리에게 큰 지지를 보내준다. 인천 팬들을 매우 존경한다. 인천 서포터즈는 다른 K리그 서포터즈들과 비교해봐도 최고다.

팬들에게 우리를 지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내가 인천에 있던 지난 3년 동안 항상 내 뒤에 있었다. 팬들은 우리 팀이 좋지 않았던 시간과 좋았던 시간 모두를 함께했다. 모두가 인천이 힘겨운 시간을 겪었다는 것을 알지만 팬들은 항상 우리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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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고사보다 인천에서 오래 뛰었다. 하지만 무고사를 위한 노래는 있지만 당신을 위한 노래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괜찮다. 팬들에게 그저 정말 감사할 뿐이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내 일을 하려고 한다. 인천 팬들 모두를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팬들은 항상 우리를 지지해줬다. 그 모든 순간들이 내 기억에 남아있다.

올 시즌 목표는 뭔가?

항상 내 목표는 똑같다.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하게 지내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서 우리 팀이 많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K리그1에서 살아남는 것 또한 목표다. 우리가 지난 시즌에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심각해서 원래대로 38경기를 할지 리그 경기 수가 줄어들지 모르겠다. 우리의 우선 순위는 모든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 시즌에는 많은 승점을 쌓아 순위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이다.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인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상황이 심각하다. 모두가 건강하기를 희망한다. K리그가 시작되면 첫 홈경기 때 많은 팬들이 찾아와서 우리를 지지해 줬으면 좋겠다. 팬들이 오면 그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모든 경기를 하겠다. 또 내가 그동안 인천에서 많은 골을 넣지는 못했는데 득점을 해서 인천 팬들을 기쁘게 하고 싶다.

어느덧 한국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부노자는 인천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있었다. 경기 중 동료들에겐 때론 강한 질책까지 아끼지 않으며 자극을 주는 그의 행동 역시 인천에 대한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과연 올 시즌에도 인천은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노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인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계속해서 언급한 부노자는 하루빨리 인천 팬들과 만나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henry41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