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도쿄올림픽, 1년 연기하는 게 최선의 결정


ⓒ KENTARO IEMOTO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18일 도쿄올림픽 국제경기연맹(33개 종목) 대표자들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오는 7월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바흐 위원장은 “IOC는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림픽 개막까지 4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올림픽 개최 강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과연 7월에 올림픽이 가능할까?
하지만 올림픽이 과연 예정대로 오는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바흐 위원장은 전세계 국제경기연맹 대표자들을 한 자리로 부르지도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 중차대한 문제를 논하는 회의 역시 화상으로 해야 했다. 물론 급박한 회의라 화상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올림픽 정상 개최 여부는 관계자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눌 만한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얼굴을 마주하고 회의 한 번 하지 못하는 판국에 피와 땀, 눈물이 섞이는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한다. 정작 만나서 ‘현피’는 뜨지도 못하는 IOC의 쉐도우 복싱이다.

올림픽이 예정대로 오는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고 다시 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전세계가 심각한 문제에 빠진 상황에서 올림픽을 강행하는 건 반대다. 전세계 모든 스포츠가 멈췄고 사람들은 집밖에도 제대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이웃과 인사하는 것도 피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달에도 심각했는데 이번 달에는 더 심각하다. 지난 달에는 중국에서만 심각했는데 이번 달에는 유럽에서도 심각하다. <스포츠니어스>도 이제는 모든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전화로만 진행 중이다. 선수와 구단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취재진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 Tokyo-Good

올림픽행 경쟁, 과연 공정한가?
우리나라에서는 22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8,897명이고 사망자는 107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일본은 확진자가 1,700명 수준이고 사망자는 44명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그래도 상황이 훨씬 더 나아 보이긴 하지만 이 수치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적극적이지 않은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선별 작업에 누구나 합리적인 의심을 보낸다. 남의 나라 일에 별로 간섭하고 싶지 않아도 이 일은 그럴 수가 없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에 신뢰를 보내는 이들은 없다. 바로 옆나라, 그것도 곧 전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리는 나라의 이런 대응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확진자를 찾아내는 일에도 적극적이지 않은 일본에서 코로나19가 어떻게 더 퍼져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문제는 일본 아베 정권의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니 이 정도로만 언급하겠다. 하지만 스포츠만의 문제로 봐도 이번 올림픽은 연기되는 게 마땅하다. 스포츠, 특히 올림픽이라는 건 그 어떤 경쟁보다도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온 세상이 혼돈에 빠져 있는 현 상황에서 올림픽은 공정할 수 없다. 어떤 종목의 어떤 선수들은 이미 올림픽 본선 진출이 확정돼 있지만 어떤 종목의 어떤 선수들은 아직 올림픽 본선 무대를 향한 예선도 치르지 못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다. IOC는 6월 30일까지만 올림픽 예선을 치러 본선 진출자를 가려내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그들도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공정하게 6월 30일까지 모든 올림픽 본선 진출자를 가릴 수가 없다.

역도는 올림픽에 나갈 선수를 아예 정하지도 못했다. 2018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6개 대회 출전 성적을 바탕으로 한 4월 말 랭킹 포인트 기준으로 올림픽 본선 티켓 주인공을 가릴 예정이었지만 대회가 줄줄이 취소됐다. 지난 달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동아시아선수권 대회가 취소됐고 콜롬비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아메리카 선수권대회도 연기됐다.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럽역도선수권대회와 모리셔스 바코아스에서 치르기로 했던 아프리카선수권도 미뤄졌다.

6월 30일까지 선발전 하면 된다는 IOC
유럽과 아프리카는 오는 6월에 대회를 치르기로 했지만 여전히 대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나우루에서 열리기로 했던 오세아니아선수권도 무기한 연기,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중미 역도선수권대회도 연기다.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데 아예 그럴 기회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다. 올림픽을 한 번 치르기 위해서는 모든 대륙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대회를 열어야 한다. 방역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선수단이 대거 국가를 오가는 상황은 현재로선 위험하다. 국가를 오가면 14일씩 격리되어야 하는데 운동선수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국제역도연맹(IWF)은 “올림픽 출전권 획득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 “IOC의 승인 후 이를 공지할 것”이라고 했다. 랭킹 포인트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올림픽 직전 한 번에 모여 출전권 획득을 위한 대회를 열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런데 그러면 이게 올림픽이지 다른 게 올림픽이 아니다.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따기 위한 또 한 번의 올림픽을 열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껏 쌓은 랭킹 포인트만을 인정해야 한다. 2018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지금까지 부지런히 포인트를 따 놓은 선수들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처음부터 규정이 그랬다면 수긍할 수 있지만 갑자기 이런 규정을 내세우면 그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역도만 그런 게 아니다. 레슬링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 예선(3월 27~29일) 개최 장소가 중국 시안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변경됐다가 키르기스스탄도 대회 개최를 포기했다. 아시아 예선을 치를 기회조차 사라졌다. 여기에 마지막 기회였던 세계예선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기로 했다가 무기한 연기됐다. 6월까지는 어떻게든 대회를 열겠다고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다. 탁구는 최강인 중국을 올림픽에서 최대한 늦게 만나기 위해서는 높은 랭킹을 확보해야 하지만 줄줄이 대회가 취소되면서 랭킹을 올리기가 어려워졌다.

도쿄 올림픽2년 전 대회가 올림픽 예선이었다고? 갑자기?
키프로스 월드컵에 참가하려고 했던 사격 대표팀은 출국 당일인 지난 달 27일 키프로스에서 입국 후 14일간 격리 조치를 통보해 오면서 대회 출전을 포기했고 한국 남자수구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예선전을 겸하는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아예 올림픽 도전 기회가 사라졌다. 대회가 취소되고 결국 국제수영연맹(FINA)은 예선전 없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순위로 올림픽 출전국을 결정하기로 했는데 그러면서 결국 아시안게임 남자수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카자흐스탄과 아시안게임 2위이자 올림픽 개최국 자격을 얻은 일본이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다.

대회 3위와 4위를 차지했던 이란과 중국은 대륙별 탈락팀들이 모이는 최종 예선전에 출전하게 됐고 아시안게임 5위였던 한국은 아예 도전 기회조차 사라졌다. 우리나라 수구가 아시아에서도 강하지 않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2018년 아시안게임이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건 아니다. 이건 비단 우리나라 선수단만 겪는 일이 아니다. 어떤 종목은 공정한 랭킹 포인트를 쌓을 수 없고 또 어떤 종목은 이미 2년 전 끝난 대회 성적을 갑자기 올림픽 본선 커트라인으로 정했다. 심지어 일부 종목에서는 이미 랭킹 포인트가 앞서 있어 올림픽 예선이 개최되지 않아야 올림픽 본선에 나가기 유리한 이들도 있다. 참 황당한 상황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이 유력한 선수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종목별 예선을 통해 포인트를 따놓았으니 낫다. 하지만 종목별로 랭킹이 20~30위권 선수들은 예선의 기회 한 번 한 번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국제조정연맹은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륙별 예선을 전면 취소하고 올림픽 출전 기준을 재논의하고 있다. 올림픽이 넉 달 남았는데 아직도 대회에 참가해야 할 선수 중 44%는 정해지지 않았다. 아니 지금부터라도 한꺼번에 예선이 치러져 공정하게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 44%는 언제, 어떻게 뽑힐지도 미지수라는 게 문제다. 과연 이 상황에서 현재까지의 성적으로 커트라인을 정해버리는 게 옳은 일일까.

최대 스포츠 시장도 닫았다
ICO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세계에서 시장이 가장 큰 유럽 축구와 미국프로농구(NBA)가 경기를 멈췄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그들은 대회를 잠깐이라도 멈추는 게 얼마나 경제적으로 큰 타격인지 잘 알면서도 경기를 중단했다. IOC와 조직위원회가 올림픽을 강행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느껴야 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도 6월 이후 개막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가장 큰 스포츠 시장인 미국에서 프로 스포츠 경기를 속속 취소하는데 미국내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강한 운동선수라도 그들은 슈퍼맨도 아니고 코로나19를 막아낼 특별한 힘을 지니지도 않았다.

미국이 올림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건 누구나 잘 안다. 그런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돈이 되는 이미 프로 스포츠를 멈췄고 미국육상협회·미국수영연맹에서도 올림픽 연기를 강하게 촉구했다. 브라질올림픽위원회도 IOC에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으로 제안한 가운데 노르웨이올림픽위원회, 슬로베니아·콜롬비아 올림픽위원장, 영국육상연맹 등도 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보다도 이 4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왔던 사람들이 올림픽 연기를 주장하는 걸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2년 전 아시안게임 성적으로 올림픽 예선을 대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꾸역꾸역 올림픽을 여느니 차라리 연기해야 한다.

올림픽이 두세 달 연기될 수 있다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일본 신문 ‘스포츠 호치’도 “올해 가을 정도로 올림픽 개막이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이게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이다”라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조직위원회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일본은 올림픽을 예정대로 강행하는 게 경제적인 손실이 가장 적다. 만약 대회를 연기를 하더라도 최대한 짧은 기간 동안 대회를 미루는 게 손실을 가장 줄이는 길이다. 그런데 올림픽을 두세 달 뒤로 미뤄 가을에 연다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물론 유럽 프로축구와도 일정이 겹친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와도 시기가 같아진다.

ⓒ KENTARO IEMOTO

올림픽, 1년 미루는 게 최선의 대응
우리야 메이저리그도 보고 유럽 축구도 보고 가끔 아이스하키도 보면 좋지만 중계권사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올림픽이 가을에 열리는 건 도쿄올림픽 중계권사인 미국 NBC가 절대적으로 반대할 일이다. 단순히 대회 정도 겹치는 걸로 호들갑이 아니다. 가을에 올림픽이 열리면 NBA 선수들이나 MLB 선수들은 구단에서 차출에도 동의하지 않고 선수들도 대부분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이 정도면 경제적으로만 봤을 때는 두세 달 대회를 연기하느니 차라리 강행하는 편이 낫다. 물론 올림픽 기간 동안 일본에 체류하는 12,000명의 선수단과 100만 명의 관람객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가정에서 하는 말이다.

도쿄올림픽이 취소되면 일본은 약 51조원의 경제 손실을 입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니 일본은 당연히 올림픽 취소를 기를 쓰고 막아야 한다. 올림픽을 1년 연기하면 7조 가까운 돈이 더 들어간다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 입장에서는 이 올림픽을 취소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올림픽을 강행하는 건 스포츠의 공정성은 물론이고 선수단과 관람객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대회를 두세 달 연기하는 건 올림픽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이들이 허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막대한 예산이 더 들어가도 전세계인들을 위해서라면 내년 같은 기간에 올림픽을 여는 게 최선이다. 일본으로서는 속이 쓰려도 이 정도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최근 만난 한 체육계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선수촌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고 한 번 나오면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선수촌은 아예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 중이다. 이들은 IOC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선수촌에서 죽어라 땀만 흘리고 있다. IOC와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제적인 손실을 따지며 올림픽 개막 연기 발표를 최대한 늦추고 있지만 그러면서 결국 이 희망을 잡고 있는 전세계 모든 선수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이 올림픽은 연기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올림픽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지금은 올림픽을 하며 경쟁할 때가 아니라 모두가 합심해야 할 때다.

footballavenue@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mf20n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