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아 맞다, 이렇게도 해야지."

얼마 전 제주도 서귀포의 제주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 <스포츠니어스>와 인터뷰를 마친 제주 남기일 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던 중 자세를 한 번 바꿨다. 팔짱을 낀 상태에서 왼손 검지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1'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사진 촬영을 마쳤다. 사실 당시에는 남 감독의 자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나름대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 감독은 제주 부임 이후 꾸준히 똑같은 사진 촬영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멀리서 남 감독을 잡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카메라 앞에서 남 감독은 손가락을 하나 치켜세우는 자세를 취했다. 과거 광주FC와 성남FC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사진 DB에서도 남 감독이 제주 부임 전 검지손가락을 세우는 모습은 딱 한 장 있었다. 물론 지금과는 꽤 다른 자세다.

남기일의 손가락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결국 남 감독의 '시그니쳐 포즈'는 제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제주 선수들이 이 포즈를 따라하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모든 코칭스태프가 남 감독의 포즈를 취하고 촬영한 사진은 있다. 그렇다면 남 감독은 올 시즌부터 왜 이 자세를 본격적으로 전파하기 시작했을까? 남 감독은 <스포츠니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그 포즈를 취했다"라고 쑥쓰럽게 웃었다.

남 감독이 사진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K리그1으로의 승격을 의미한다. 남 감독은 "K리그2에 있을 때는 항상 1을 강조했다. 어서 K리그1으로 올라가자는 의미가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K리그2에 속한 제주에 부임한 만큼 하루 빨리 승격하자는 뜻이다. 남 감독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들도 함께 포즈를 취할 때도 있다. 같은 마음이다. 남 감독은 "계속 함께 해온 스태프들이라 뭐 하나 하자고 하면 다 같이 하나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또다른 의미는 '원 팀'이다. "제주는 하나다란 뜻도 있다"라는 것이 남 감독의 이야기다. 남 감독은 '원 팀'을 철학으로 삼는 지도자다. 하나가 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전술을 추구한다. 그래서 남 감독은 선수단을 하나로 묶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축구장 안팎에서 상당히 신경쓴다. 이 메시지를 대중들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하나'를 강조한 셈이다.

물 들어오니 노 젓는 제주 구단 "이벤트 계획 중"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K리그 개막이 연기되자 각 구단은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콘텐츠 또는 이벤트 생산에 골몰하고 있다. 제주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등 여러가지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남 감독의 독특한 사진 포즈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제주 구단은 남 감독의 포즈를 활용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제주 입장에서도 남 감독이 직접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콘텐츠 하나가 아쉬울 시기에 감독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 구단 직원들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희소식이다. 남 감독은 "코칭스태프들은 포즈를 함께 해도 아직 선수들이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구단이 무언가 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아마도 SNS에 '남기일 챌린지'와 비슷한 이벤트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남 감독과 같은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은 뒤 SNS에 올리는 이벤트인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과거 SNS 상에서 많은 화제가 됐던 '델리알리 챌린지'처럼 우리도 '남기일 챌린지'를 통해 팬들께 다양한 상품도 드리고 제주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볼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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