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그리너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사회공헌활동(CSR)에 매진 중인 안산그리너스가 이번에는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바로 'CSR용 유니폼'이다.

안산이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구단 사상 최초로 CSR 전용 유니폼을 만들었다. 이 유니폼은 2020시즌 K리그2 등 안산의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유니폼이다. 선수들은 안산시의 로고가 박혀있는 유니폼을 입고 뛴다. 대신 CSR용 유니폼은 안산의 CSR에서만 볼 수 있다. 경기장 바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유니폼인 셈이다. CSR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안산답게 CSR에 특화된 유니폼을 만들었다.

'습관성 CSR'에 빠진 안산이 계획한 '큰 그림'

사실 안산의 CSR은 여러 차례 조명받았다. 2017년 창단 이후 안산은 CSR이 구단의 생존 전략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꾸준히 실천했다. 지난 시즌 안산은 1년 동안 하루 한 번 이상의 CSR을 진행했다. 창단 이후 지금까지 안산은 'CSR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왔고 지금도 그렇다. 구단의 성적만큼 중요한 것이 CSR이었다. 고집스럽게 진행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습관성 CSR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안산의 CSR 프로그램은 안산 시민이라면 한 번쯤 참여해봤을 정도로 전 연령대에 걸쳐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만 네 개다. 여기에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과 전 연령대를 모두 노린 프로그램도 두 개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다문화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등 소외 계층까지도 세세하게 챙긴다. 일부 프로그램에는 안산 선수들도 참여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있다.

계속해서 CSR에 매달렸던 안산은 여러 상을 받으면서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 받았다. 실제로 관중 수도 조금씩 증가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안산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탄탄한 CSR 활동을 바탕으로 구단의 자생까지 염두하고 있었다. 안산 이제영 CSR 총괄은 "안산의 CSR은 소규모 스폰서인 '후원의 집' 숫자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각 기업과 향후 더 큰 관계를 맺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 안산그리너스 제공

오직 CSR 위한 유니폼, 어떻게 만들었나

이번 유니폼 출시가 흥미로운 것은 CSR 자체에 집중하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가 발상의 전환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CSR 프로그램을 위해 따로 유니폼을 제작하고 스폰서를 유치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을 수 있다. K리그 경기와 달리 방송 등 미디어 노출이 현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유니폼이다. 스폰서들의 입장에서는 광고 효과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안산은 스폰서를 유치했고 CSR 전용 유니폼을 만들어냈다. 이제영 안산 CSR총괄은 "각 기업에 직접 다가가 구단의 비전과 CSR이 기업에게 주는 이미지와 홍보 효과를 설명했다"라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다가간다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안산은 기부금 지정 단체기 때문에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세금 감면 효과와 제품 및 기업 홍보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어필했다"라고 설명했다.

안산의 적극적인 스폰서 유치 활동으로 CSR 유니폼에는 고려은단과 박홍근 홈패션, 유디치과, 더윤 코스메틱 네 개 기업의 로고가 박혔다. 안산은 CSR을 통해 기업의 홍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제영 총괄은 "단순히 시민들에게 기업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보다 각 연령 또는 계층에 맞는 제품을 제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CSR로 살아남겠다" 안산이 꾸고 있는 꿈

사실 안산의 CSR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관중 수 또는 팬층 확대 등과 같은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다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산의 꿈은 약간 다르다. CSR을 통해서 수익 구조까지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CSR을 통한 스폰서 유치로 구단의 또다른 수익 구조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구단을 만들겠다는 것이 포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안산은 CSR 스폰서를 통해 약 4억 원에 달하는 현물을 유치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구단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물이 아닌 현금 스폰서 또한 필요하다. 액수도 더욱 많아야 한다. 하지만 안산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향후 CSR 스폰서가 자연스럽게 구단의 스폰서가 되고 메인 스폰서까지 되도록 연결하려고 한다"라는 것이 안산의 구상이다.

어찌보면 안산의 CSR 유니폼 출시는 일종의 실험이다. 또 절박함의 결과물이다. 이제영 총괄은 "K리그1과 K리그2 통틀어 안산은 가장 예산이 적은 팀이다. 하지만 자생하는 시민구단의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도 진정성을 가지고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다음 시즌에 안산의 CSR 유니폼에는 더 많은 기업의 로고가 붙어 있을까.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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