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안산=전영민 기자] 올 겨울 안산그리너스는 재창단 수준의 변화를 겪었다. 수장 임완섭 감독이 팀을 떠났고 이종걸 단장 역시 단장직을 내려놨다. 선수단의 변화 폭도 컸다. 빈치씽코와 마사, 박진섭, 장혁진, 황인재, 김연수, 황태현 등 지난해 팀의 핵심이었던 선수들이 모두 타 팀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안산은 펠리팡과 김륜도, 김경준, 발레아 등을 영입하며 팀을 떠난 선수들의 빈 자리를 메웠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만 22세 수비수 김민호다. 많은 기대를 모으며 지난 2018년 수원삼성에 입단한 김민호는 이후 2년간 수원 소속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프로 3년차인 올 시즌 안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스포츠니어스>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안산에 도착한 김민호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봤다.

반갑다. 컨디션은 어떤가.

작년 시즌이 끝나고 휴가를 갔다 왔는데 휴가 후에 살이 많이 쪘다. 터키 전지훈련에서 체중을 감량했다. 지금은 89~90kg 정도 된다. 5kg에서 6kg 정도를 뺐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께서 체중 감량을 요구하셨다. 나 스스로도 몸이 무거워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살을 뺄 생각이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이라 힘들진 않았다.

터키에서 있었던 1차 전지훈련을 잘 마치고 2차 전지훈련도 잘 수행했다. 원래는 이번주 개막전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졌다. 개막전까지 시간이 생겼다. 상황에 맞게 잘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래는 이번주 개막전에 초점을 맞춰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다.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수원삼성을 떠나 안산에서 새 도전에 나서게 됐다. 전지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특별했을 것 같다.

안산으로 이적을 하며 '여기서도 더 밑으로 내려가면 이제 축구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항상 임했다. 힘든 훈련도 그런 생각을 하며 참아냈다. 남들보다 더 운동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터키 전지훈련은 좀 어땠나.

터키에서 유럽 팀들과 친선경기를 했다. 한국 팀들이랑은 스타일이 다르더라. 배운 점이 많았다. 다른 스타일의 팀들과 경기를 하며 나와 팀 모두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템포는 한국 팀들이 더 빠르다고 느꼈다. 다만 수비적인 부분에선 유럽 선수들이 더 강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유럽 선수들에게 몸싸움에서 밀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피지컬이 월등하기 때문에 몸싸움은 자신이 있다. 다만 덩치가 커서 반응적인 부분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미리 준비해서 잘 대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 키가 189cm 정도 된다. 축구화를 신지 않고 쟀을 때 키다. 아마 축구화를 신고 재면 190cm가 넘지 않을까.

김길식 감독은 주로 어떤 부분을 요구하는가?

감독님은 운동장에서 열정적이시다. 감독님이 원하는 팀의 색깔이 있어서 선수들 역시 그런 감독님의 스타일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감독님이 선수들과 자주 같이 운동을 하신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공 돌리기를 하는데 그때 감독님이 같이 공 돌리기에 참여하신다. 아직 감각이 좋으시더라. 골대 맞추기를 선수들과 같이 했는데 정말 잘하셨다. 러닝 훈련이 있으면 선수들과 함께 뛰신다. 나보다 잘 뛰시는 것 같다.

감독님이 운동을 하니까 선수 입장에서 안 할 수가 없다. '은퇴하신 감독님도 뛰시는데 조금 더 참고 이겨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되게 좋은 것 같다. 다만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선수들을 편안하고 또 자유롭게 해주신다.

작년 안산 주축으로 뛰었던 선수들이 많이 빠졌다고 들었다. 어린 선수들로 선수단이 구성되어 있는데 감독님이 "괜찮다. 대신 어린 선수들이 많은 우리 팀의 특성을 살려 많이 뛰고 열정적으로 해보자"고 하셨다. 많이 뛰면서 스피드가 있는 그런 축구를 추구하시는 것 같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단 연령이 젊어 편한 부분이 많을 것 같다.

편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 올해 내가 프로 3년차다. 작년까지 수원삼성에서 뛰었는데 프로 데뷔전을 지난해 전북현대와 경기에서 치렀다. 나로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기다. 그때 어린 선수들이 한꺼번에 많이 투입됐다. 수비 라인에 베테랑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전북과 경기를 하며 '실전에선 경험이 되게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긴 하지만 베테랑 형들도 몇 계셔서 형들이 경기나 연습 때 중간에서 잡아주시는 역할을 하신다.

나도 수원-전북전을 현장에서 봤다.

그때 이임생 감독님이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하셨다. 선수는 감독님의 스타일에 맞춰서 따라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팀이 패배했고 또 실점도 많이 했다. 그런 점에서 '선수로서 내가 경기를 잘못했다'고 느꼈다.

경험의 차이를 많이 느꼈다. 전북 선수들과 부딪치는 점에서는 그렇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다만 팀 수비가 전체적으로 가운데서부터 흔들리다 보니까 팀이 무너졌다. 경기를 뛰고 있는데 순식간에 세 골을 먹었고 그렇게 데뷔전이 끝났다.

매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수원에서 나오게 되어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원 팬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많이 봤다. 자연스레 '빨리 데뷔를 해서 빅버드에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데뷔전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수원 팬들께 죄송하다. 수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컸는데 워낙 좋은 팀이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내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안산으로 완전 이적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안산이 좋지 않은 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기회를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팀을 옮기게 되었다. 이임생 감독님을 비롯해 (염)기훈이 형 (양)상민이 형 등 선배들이 "안산으로 가서 열심히 해라. 거기서 잘되어서 수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면 돌아와라"라고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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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김길식 감독은 어떤 부분을 당신에게 요구하는가?

내가 센터백이다 보니까 감독님께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주문하신다. 또 내가 피지컬이 좋다 보니까 상대 공격수가 공을 받으러 내려갔을 때 강하게 압박을 하는 부분을 강조하신다. 내가 반응이 느리다 보니까 미리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길 원하시는 것 같다. 반응 부분에서 조금 더 깨어나있기를 원하신다.

생활적인 부분에서 감독님이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시는 건 선수들을 믿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알아서 잘 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놔두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감독님 생각을 선수들이 잘 받아들여서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비를 잘하면 경기장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까 본다.

혼자 살면서 몸 관리를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현재는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원래 전라남도 순천에 있다가 매탄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부모님과 함께 수원으로 이사를 왔다. 현재도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 나는 "혼자 와도 된다"라고 부모님께 말했는데 부모님과 같이 오게 됐다.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다 똑같으시겠지만 부모님이 날 많이 챙겨주신다. 옆에서 서포트를 많이 해주신다. 또 경기장에 찾아와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많이 된다. 내가 어렸을 땐 부모님이 내 경기를 보고 항상 지적을 해주셨는데 프로에 오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주로 충고보다는 힘이 되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고 있다.

K리그2엔 유독 장신 공격수들이 많다. 이제 그 공격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어떤 선수와 경기를 하던 항상 자신이 있다. 경기를 하기 전부터 누구와 경기를 하게 되었다고 기죽고 들어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항상 자신감은 많다. '자신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동계 훈련 때부터 형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훈련을 하고 연습 경기를 뛰면서 형들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형들이 "이런 부분에선 이렇게 해줘"라고 하면 내가 형들에게 맞췄다. 반대로 형들이 내가 요구하는 부분들을 맞춰주기도 했다.

어느덧 프로 3년차다.

그렇다. 하지만 아직 막내축에 속한다. 신인 선수들을 도와주는 편이다. 운동 나갈 때 챙겨야 하는 것들을 어린 선수들이 함께 챙기곤 한다. 수원에서 뛸 때는 신인 선수들이 그런 역할을 도맡아 했는데 이곳에서는 "다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 신인 선수들을 도와주고 있다. 코칭스태프 분들도 그렇고 형들도 다 "같이해라"라고 하셔서 신인 선수들이 할 일을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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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연세대학교에서 김민재와 발을 맞췄다.

민재 형이 연대 1년 선배님이시다. 내가 1학년으로 들어갔을 때 민재 형이 2학년이었다. 연습할 때 민재형과 같이 뛰었다. 하지만 민재 형이 2학년 첫 대회를 마치고 팀을 바로 나가서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하지는 못했다. 많은 분들이 나를 보고 "제 2의 김민재"라고 불러주셨다. 대학교 때부터 민재 형이 잘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국가대표 선수지 않은가. 주변에서 날 '제 2의 김민재'라고 불러주시고 민재 형도 좋은 선수지만 난 나만의 색깔을 가진 선수이기도 하다.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 생활은 어떻게 보냈나.

솔직히 연세대학교가 축구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는 하다. 학교 수업은 그렇게까지 열심히 듣진 않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운동을 했다. 신촌에 유혹거리가 많다. 학교 정문 근처부터가 그렇다. 확실히 놀기 좋은 환경이긴 하다. 대학교 때는 많이 놀기도 했다. 연대에 축구부를 포함해 농구부 하키부 야구부 럭비부가 있었는데 우리 축구부에도 미팅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나는 미팅의 재미를 잘 몰라서 한두 번 나가고 안나갔다.

대학생 시절 U-20 대표팀에 선발된 적이 있다.

2학년 때 2017 U-20 월드컵에 참가했다. 당시 제주도에서 U-20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진행했는데 신태용 감독님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 2차 전지훈련은 포르투갈로 갔다. 그런데 그때 허벅지 부상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포르투갈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대표팀에 간 것만으로도 배운 게 많았다. 그런 점에서 신태용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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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수가 적은 편이다. 안산이 CSR(사회공헌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팀인데 난관이 있을 것 같다.

수원 시절 CSR에 참여해봤다. 축구 교실에 가서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활동이었다. 안산에선 아직 CSR에 참여해보지 못했다. 내게는 제일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수원에서도 팬즈데이를 했었는데 본의 아니게 팬들과 오해가 생겼다. 내가 낯을 가리는 편이고 말도 적은 편이어서 나에 대해 오해를 하시는 팬들이 생기신 것 같다.

팬들한테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다. 그런데 내가 외모나 외적인 부분도 강렬한 게 있고 하다 보니까 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셨다. 팬들 앞에서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 중이다. 또 팬 서비스에 있어서도 최대한 잘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부분을 팬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올 시즌 목표를 들어보고 싶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싶다. 25경기에서 30경기 정도에 나서보고 싶다. 수비수로서 팀의 실점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강팀들을 보며 느끼는 건 '수비가 강하다'는 것이다. 수비수로서 팀의 실점을 최소화해서 내 앞에 서 있는 선수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게끔 하겠다.

한 골이라도 먹게 되면 내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난다. 수비수로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득점 욕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점을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공식 경기에서는 득점을 한 것이 고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 때가 마지막이다. 이번에 전지훈련 기간 경기를 하는데 한 번씩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 기회가 왔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한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쉽지 않더라. 다음부터는 집중력을 가지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당신을 지지해줄 안산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새로운 팀에 온 만큼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경기장에서 안산 팬들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사실 수원 팬들이 나한테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쳐 '김민호가 그래도 아직 괜찮은 선수구나'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나를 포함해 팀 동료들이 동계 훈련을 열심히 했다.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매탄고등학교 출신으로 누구보다 빅버드를 누비길 원했던 김민호는 수원에서 차디찬 쓴맛을 봤다. 어린 나이에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민호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또 안산을 위해 성실하게 매 훈련에 임하는 중이었다. 프로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는 김민호. 그가 그간의 아픔을 뒤로하고 안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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