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윤승원 “파넨카킥? 언젠간 다시 할 수도 있다”


윤승원을 스포츠니어스가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남해=김현회 기자] 2016년 12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 수만 관중이 지켜보는 치열한 승부차기에서 한 어린 선수가 모두를 경악시켰다. 바로 윤승원이었다. 그는 골문 한 가운데에 공을 툭 차 넣는 ‘파넨카킥’을 성공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돌한 윤승원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서서히 잊혀진 존재가 됐다. 그리고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이적해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윤승원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반갑다. 요새 훈련은 어떤가.
아주 힘들게 훈련하고 있다. 체력 훈련과 전술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1차 스페인 전지훈련도 잘 마치고 와서 2차 전지훈련 중이다. 스페인은 거리가 먼 걸 빼면 환경이 너무 좋았다. 거기에서 3주 정도하고 여기 남해에는 지난 9일에 왔다. 쭉 훈련을 하다가 21일에 대전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당신의 컨디션은 어떤가.
괜찮다. 아픈 데도 없다. 팀 분위기도 좋다. 대전이 사실상 신생팀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기존 선수들이 많아서 창단팀 같은 느낌은 안 든다. 좋은 분위기에서 훈련하고 있다.

FC서울에서 올 시즌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이적했다. 이적을 결심한 이유가 있었나.
서울에서는 워낙 경쟁자들이 강했고 경쟁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황선홍 감독님이 대전에 취임했다고 했을 때 나도 감독님한테 가서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쉽지는 않다고 여겼다. 그런데 나에게 이적 제안이 왔고 한 번 더 기회가 생겼다. 지난 시즌에는 경기에도 나가지 못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상황이 잘 맞아 떨어져 팀을 옮기게 됐다.

FC서울에서는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14년 스무 살의 나이로 FC서울에 입단한 뒤 경기에 나서지 못해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으로 임대를 떠났다.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2016년에 FC서울에서 데뷔전을 치렀지만 그 시즌에는 그 한 경기가 전부였다. 2017년에는 17경기에 출장해 세 골을 넣었고 2018년에는 10경기에 나섰다.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 건 내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윤승원은 FC서울에서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프로축구연맹

최용수 감독이 이끌던 시절 훈련에서 거친 플레이로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들이 겹쳤었다. 내가 물론 최용수 감독님 눈에 안 드는 게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인상이 한 번 박혀 버리면 바뀌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훈련장에서 한 번 잘못된 플레이를 한 뒤 최용수 감독님과는 그 일로 다시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잘했으면 아마도 감독님께서 나를 기용하지 않았을까. 내가 쓰기에는 애매한 선수고 감독님 성에도 차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굴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2014년 김해시청으로 임대를 간 뒤에는 줄곧 경기에도 나오고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스무 살 때였다. 자신감도 있었다. 내 장점이 누구 눈치 보지 않는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과감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고 생각했다. 아마도 김해시청 코칭스태프들이 그 점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 같다. 당시 김해시청의 김귀화 감독님이나 손현준 코치님이 다 우리 구단 출신이셔서 나를 더 잘 챙겨주신 것 같다.

내셔널리그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형들도 잘 챙겨줬고 바로 적응을 마쳤다. 경기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뻤다. 팀의 수준을 떠나 선수는 경기를 뛴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김해시청 유니폼은 FC서울 유니폼과도 비슷했다. 좋았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는 또 다시 2군을 전전했다.
내 생각에는 FC서울 1군과 2군의 격차는 크다. 2군에서 한 번 눈에 들어 1군에 올라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당시에는 2군리그인 R리그도 없었다. 1군의 동계훈련에 따라가야 뭘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다. 1군 동계훈련을 따라가지 못하면 경쟁이 어렵다고 느꼈다. 1군 동계훈련에 참석한 뒤에는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될랑 말랑 하다가 안 되더라.

한 번 주전에서 밀린 선수가 경쟁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월클’이 아니면 다 도전하는 입장이다. 뭘 하나라도 보여줘야 한다. 하나 하나 다 신경이 쓰였다. 프로에서 연차가 쌓여도 보여준 게 없었다. 선발로 경기에 나간 것도 아니었고 훈련에서는 패스 하나에도 신경이 쓰였다. 그런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할 수 있는 것도 실수가 나왔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에는 기회를 많이 부여받았다.
심리적으로 황선홍 감독님이 편한 건 사실이다. 대전에서 나를 불러줘 감사했다. 나는 여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왔다. 황선홍 감독님께 잘해야 한다. 나를 믿어준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다.

그런데 최용수 감독이 복귀한 이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서울에서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이 나름대로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선수 스쿼드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 자리에는 누가 있는지도 봤고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했다. 1군 동계 전지훈련도 참석했다. 하지만 연습경기에서 몇 장면을 감독님께서 안 좋게 보신 것 같다. 늘 당하던 지적을 또 당했다.

서울에서 뛸 기회가 없었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프로축구연맹

구체적으로 어떤 게 신뢰를 주지 못했을까.
주빌로 이와타와 연습경기를 했다. 그 전 연습경기는 꽤 괜찮게 했다고 생각했고 최용수 감독님으로부터 칭찬도 받았다. 그런데 주빌로 이와타전에서 속된 말로 탈탈 털렸다. 셀틱에서 뛰던 나카무라 슌스케가 나왔는데 딱 내 자리와 겹쳤다. 그날 나는 컨디션이 좋았는데 나카무라 슌스케가 너무 너무 잘해서 속된 말로 내가 ‘엥꼬’가 났다. 끝나고 연습경기 장면을 편집해서 동영상 미팅을 하는데 내가 탈탈 털리는 거만 나왔다. 감독님이 그때 마음이 바뀐 것 같다. 내가 기회를 못 잡았다.

서울 시절 경기에 나설 기회는 많이 없었지만 나는 그래도 당신의 플레이를 또렷이 기억한다.
파넨카킥 때문에 그러는 건가.

맞다. 정말 대담하거나 무모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2016년 12월 FA컵 결승 2차전이었다. 당시 수원삼성과 붙었는데 그날 종료 직전에 투입돼 내가 극적인 골을 넣었다. 그리고는 승부차기에 가서 키커로 나섰는데 그날 내가 파넨카킥으로 골을 넣었다.

수만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대 라이벌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파넨카킥은 정말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게 결승전 승부차기이다보니 상대 골키퍼가 막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서든데스’ 아닌가. 골키퍼가 어느 한 쪽으로 방향을 잡고 뜰 거라 차는 입장이 유리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유심히 승부차기를 보니 상대팀 양형모 골키퍼가 킥을 하는 순간 미리 뜨더라. 원래 처음 킥을 하러 나갈 때는 내가 차던 방향으로 찰까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파넨카킥을 자주 연습했고 김해시청에서도 한 번 해본 적이 있다.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도 너무 긴장됐을 것 같다.
우리가 결승을 앞두고 승부차기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데 (유)상훈이 형을 상대로 연습할 때 파넨카킥을 해봤는데 속더라.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파넨카킥을 했다. 사실 많은 관중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관중이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게 집중도 잘 된다. 관중이 있어야 긴장감도 있고 경기가 잘 된다.

보통 멘탈이 아니다.
사실 내가 원래 차던 방향으로 찼으면 막혔을 것이다. 양형모 골키퍼가 내가 원래 차던 방향으로 몸을 날리더라. 솔직히 그거 넣고 우리가 이길 줄 알았다. 분위기가 넘어 왔다고 생각했다. 상훈이 형이 몇 개 막아줄 줄 알았는데 졌다. 상훈이 형이 감이 안 좋았나.

끝나고 황선홍 감독은 그 킥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아무 말도 안 하셨다. 그런데 끝나고 경기 영상을 보니 감독님도 좋아하시더라. 골 넣으면 카메라로 감독님 얼굴을 비춰주지 않나. 그 ‘짤’을 봤는데 좋아하셨다. 내가 봤다.

윤승원은 이제 대전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이후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베트남전에서는 파넨카킥을 시도하다가 막혔다.
그때는 솔직히 상대 골키퍼 분석도 아예 없었다. 그냥 ‘일대일 상황인데 골키퍼가 설마 가운데 서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찼다. 그런데 정말 가운데 서 있더라.

민망했겠다.
실축 이후 동영상을 계속 돌려봤는데 내 동작이 약간 컸던 것 같다. 영상을 볼 때마다 너무 속이 쓰렸지만 내 필살기가 막혔으니 여러 번 돌려봤다. FA컵 승부차기 때와는 달랐다.

이후 당신은 그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했다.
실축 이후 어떻게든 만회를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경기 시작 90초 만에 얻어낸 페널티킥을 날렸으니 무조건 만회하고 싶었다. 이후 한 골을 먼저 내준 뒤 우리 프리킥 상황이 왔다. 내심 내가 슈팅을 날리고 싶었는데 동료들이 “슈팅하지 말고 올려주자”고 했고 내가 올린 공을 (이)근호가 머리로 넣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만회했다고 생각했는데 안 괜찮더라. 몸이 ‘후레쉬’하지 못했다.

끝나고 감독에게 한 소리 들었을 것 같다.
김봉길 감독님이 혼내지는 않으셨고 “다음부터는 그런 거 하지 말라”고만 하셨다. 정말 잘해보자고 마음 먹은 대회였는데 그 장면 이후 몸이 굳어버렸다.

이후 비난도 거셌다. 청소년 대표팀 경기에서 파넨카킥이라니.
내가 원래 멘탈이 정말 강한 편이다. 어떤 댓글도 웃으며 보는 성격이다. 팬들이 선수에게 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장면 이후 비난 댓글은 상상을 초월했다. 계속 댓글을 보는데 멘탈이 너무 안 잡히는 거다. 인스타그램으로도 댓글과 쪽지가 계속 왔다. 그래서 인스타그램도 잠깐 비활성화 시켰다. 욕이 너무 많았다. 깜짝 놀랐다. 좋은 경험을 했다.

좋은 경험이라니 정말 멘탈이 강한 것 같다.
당분간은 파넨카킥은 안 하려고 한다.

파넨카킥으로 이렇게 유명해지기 쉽지 않다.
내가 페널티킥을 차려고 하면 골키퍼들이 일단은 먼저 몸을 날리지 않고 지켜본다. R리그에서 페널티킥을 차니까 다들 미리 안 뜨더라. 일부러 상대 수비수가 “쟤는 가운데로 찬다” “파넨카”라면서 골키퍼에게 크게 외친다. 일부러 나한테 심리적 압박을 주려는 거다. 2017년 부산과의 FA컵에서도 상대 골키퍼가 끝까지 내가 차는 걸 보고 있더라.

그러면 언제쯤 다시 파넨카킥을 볼 수 있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연습 때는 가끔씩 재미로 해보기도 하는데 지금은 솔직히 부담감이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한 번 할 거다.

그런 멘탈은 인정한다.
그런데 사실 좀 무섭긴 하다. 한 번 더 실수하면 그땐 매장 당할 거다. 파넨카킥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때 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일단 내가 키커로 나서면 골키퍼들이 파넨카킥을 의식해 보고 뜨기 때문에 구석으로 정확하게만 꽂으면 성공률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석으로 먼저 떠도 안 된다. 언젠간 또 파넨카킥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승원을 스포츠니어스가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기대하고 있겠다. 대전에서 동료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내가 윙포워드라 측면에 포진한 (이)슬찬이 형과 잘 맞는다. 나한테 슬찬이 형이 잘 맞춰준다. 딱히 안 맞는 선수는 없고 팀 분위기도 좋다. 우리 대전 하나시티즌이 많이 투자했지만 내가 듣기로는 승격 한다고 마음 먹은 팀이 바로 승격한 경우가 없다고 들었다. 부담을 털고 한 경기씩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그리고 주전 자리를 잡게 되면 절대 이 자리를 내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뭐더라. 그 마지막에 시상식하는 거. 거기에 꼭 가고 싶다.

리그 베스트11을 말하는 건가.
맞다. 그거다. 그거를 꼭 하고 싶다. 한 10골 이상 넣으면 그거 뽑아주지 않을까. 그걸 최대 목표로 잡고 많은 공격 포인트를 쌓고 싶다.

그거 꼭 타길 바란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팀의 목표는 무엇인가.
승격이다. 꼭 승격해서 서울과 경기를 해보고 싶다. 나는 내가 서울에서 잘한 게 없어 섭섭한 건 전혀 없다. 서울은 정말 좋은 구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서울을 상대로 꼭 격돌해 보고 싶다. 최용수 감독님이 계신 서울을 만나보고 싶다. 꼭 승격해야 만날 수 있다.

윤승원은 대담한 선수다.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당돌한 킥을 날리며 유명세를 탔다. 윤승원은 그런 대담함을 무기로 대전 하나시티즌에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연 그는 대전에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어떤 플레이를 선보일까. 당돌한 윤승원은 이제 황선홍 감독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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