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남해=조성룡 기자] 데얀의 새로운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의 터줏대감 데얀이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인천유나이티드에서 K리그 커리어를 시작해 FC서울과 수원삼성에서 뛴 데얀은 대구FC라는 행선지를 택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꽤 놀랄 만한 일이다. 데얀과 대구라는 연결고리는 그다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얀은 대구의 하늘색 유니폼을 입었고 대구와 함께 전지훈련까지 소화했다.

<스포츠니어스>는 대구의 전지훈련 종료 직전 데얀을 만났다.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단순히 대구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K리그 전반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2020시즌은 데얀의 K리그 12번째 시즌이다. 그만큼 데얀은 K리그에서 많은 일을 겪었고 또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졌고 데얀은 시원하게 이야기했다. 정말 '빠꾸'없는 데얀과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만나서 반갑다. 전지훈련은 어땠는가?

정말 길었고 정말 힘들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 매우 피곤한 상황이다. 프리시즌 동안 약 43일의 훈련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들을 했고 모든 것을 잘 해냈다.

왜 그렇게 오래 훈련했는가? 지옥훈련이었나?

아마도 중국에 갔다와서 그러지 않았을까.

아, 코로나19…

대구가 중국 쿤밍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사실 거기서는 별 다른 일 없이 지냈다. 처음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바이러스나 감염 증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과 여론이 우리가 중국에서 떠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는 점차 심각해졌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여기에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우리는 중국에서의 훈련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 전지훈련장에서 자체적으로 격리된 상황이었다. 아침마다 선수들의 체온을 쟀고 누가 열이 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훈련했다.

이적 첫 해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대구는 좋은 팀이다. 굉장히 놀랍다. 선수들의 면면을 보니 매우 좋다.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분위기도 훌륭해서 만족한다. 훈련은 매우 힘들었지만 올 시즌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이런 변수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는 축구도시다. 이곳에 와서 좋다. 경기장은 믿겨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고 팬들도 좋다. 스쿼드도 어디에 뒤지지 않는다.

당신의 K리그 네 번째 행선지는 대구다. 어떻게 오게 됐는가?

그렇게 복잡한 협상과 대단한 줄다리기 같은 것은 없었다. 쉬고 있는데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받았다. "대구 조광래 대표이사가 나와 계약을 원한다"라는 내용이었다. 내게 대구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얼마 걸리지 않아 계약서에 사인했다. 매우 간단했다. 2주 가까이 협상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얘기를 들었고 나는 사인을 했다.

대구에 온 것은 수준 높은 팀에서 뛰고 싶기 때문이었다. 강등권 팀에서 뛰는 것은 생존 경쟁으로 인해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대구는 좋은 팀이고 좋은 스쿼드를 가지고 있는 3위권 팀이다. 그래서 간단하게 이적을 결정했다. 나에게도 좋은 결정이었고 대구에도 좋은 결정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대구의 어린 선수들과 실력있는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내가 지난 12년 간 K리그에서 보여줬던 것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

솔직히 나는 당신이 대구에 가서 놀라웠다.

왜?

당신은 수도권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하하. 맞다. 나는 인천유나이티드, 수원삼성, FC서울에서 뛰었다. 모두 수도권이다. 서울 가까이에서만 뛰었다. 그래도 대구는 내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도 KTX를 타면 가깝다. 물론 대구라는 도시는 아직 본격적으로 살아보지 않았다. 좀 더 어떤 도시인지 느껴볼 생각이다.

내가 서울 근교에서 뛰었던 것은 가족의 영향이 컸다. 가족들과 함께 살았고 아이들이 한국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이제 가족들은 세르비아로 갔고(데얀의 국적은 몬테네그로지만 현재 가족들은 세르비아에 살고 있다) 자식들 또한 거기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나는 이제 수원에서 이사해 대구에 아파트를 구했다. 가족들도 4월에 올 것이다.

잠깐 가족들 얘기를 하자면 아이들이 항상 "우리가 없어서 아빠는 한국에서 지루할 거야"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어딜 가도 아이들이 "나는 한국인이야"라고 말한다. 물론 나는 "너는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난 거야"라고 정정해준다. 지금도 아이들은 한국 갈비를 너무나도 그리워한다. 여기에 오면 우선 밥을 김에 싸먹는다. 아이들을 한국에 두고 싶었지만 그들도 성장하면서 다른 환경을 경험해야 했다. 진짜 걔네들 말하는 거 보면 믿을 수가 없다. 나도 한국을 사랑하지만 걔네는 아예 자기가 한국인이라고 하다니.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개인적으로 수도권을 떠나 대구에 온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처럼 아쉬움을 남기고 나의 선수 경력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작년에 나는 몇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2군에 주로 있었다. 나는 뛰고 싶었지만 뛰지 못했다. 내 선수 경력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에는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구로 이적을 택했다.

문득 지난 시즌 천안 서울이랜드 경기에서 당신을 만난 기억이 난다.

맞다. 나도 그 때 당신을 만난 것을 기억한다. 그게 정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나는 그저 경기를 보러 갔을 뿐이었다. 그 때 우리 가족은 나와 함께 없었다. 그래서 혼자 경기를 보러 간 것이었다. 사실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TV로도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이고 직접 보러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저 직접 가서 보기를 원했고 운전해서 그곳에 갔다.

그리고나서 내가 천안에 간 것이 많은 화제가 됐더라. 나는 K리그를 보러 가기 위해 시간을 썼다. 그런데 내가 말도 안되는 행동을 했다고 화제가 됐다. 나는 당시 서울이랜드 감독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고 아산무궁화에서 뛰는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보러 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나?

내가 천안에 간 것에 대해 사람들이 보인 반응에 놀랐다. 매체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사실 팬들은 정확한 세부 내용을 알지 못할 수 밖에 없다. 그저 기사를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천안에서 별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당시 나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는 처지이기도 했다. 그저 조용히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솔직히 나는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나중에는 여러 사람들이 내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하더라. 이제는 그런 기억도 웃으며 말할 수 있다. 괜찮다. 좋은 경험이었다.

중국에서 보낸 시즌을 제외하면 이번 시즌이 당신의 열두 번째 K리그 시즌이다. 세월이 빠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직도 옛날 생각이 난다. 2007년에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뛰었고 새로 개장한 숙소에서 잤다. 중국을 제외하고 나는 꽤 오랜 기간 한국에 있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여전히 즐기고 있다. 물론 나쁜 일도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잊으려고 노력한다. 한 나라에서 12년이나 있으면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 법이다. 한국에서의 삶을 즐기고 축구를 좋아하기에 계속 여기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처지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 지난 시즌 수원에서도 가장 최고참이었고 서울에 있을 때에도 가장 나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고참에 해당했다. 그렇기에 내 책임감을 알고 있다. 외국인 선수지만 팀을 그라운드 밖에서도 이끌어야 하고 어린 선수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경기장에서 골을 넣는 것만이 내 일은 아니다. 조언도 하고 선수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비판도 해야한다. 나는 내가 할 일을 알고 있다.

특히 몇몇 대구 선수들은 나와 18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말 내가 볼 때는 아기들이다. 그래도 그 선수들이 훈련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 보기 좋다.

그만큼 추억도 많을 것 같다.

당연히 많다.

솔직히 나는 당신이 FC서울에서 계속 뛸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났다. 서울을 떠난지 이미 3년이 지났다. 솔직하게 그 때를 생각해보면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서울에서의 생활이 끝났다는 것이 싫었다. 지금은 대구가 나의 집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에 있던 몇몇 사람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서울을 떠나고 1년 뒤 내가 옳았는지 나를 떠나보낸 사람들이 옳았는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원에서의 첫 해 27골을 넣었다. 당시 서울은 어땠는가. 기억할 것이다. 이제는 서울 팬들 중 일부도 내게 '너를 이해한다,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고향과도 같은 곳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다. 서울은 강등 직전까지 갔지만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정말 기적이었다. 강등을 눈 앞에 둔 서울 선수들의 절박한 마음을 밖에서도 느꼈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언젠가 서울과는 미래에 더 좋은 관계를 갖기를 기원하고 있다. 나는 과거 FC서울에서 디렉터를 하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었다. 내 한국 아버지인 최용수 감독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즘도 최용수 감독과는 연락을 주고 받는가?

몇 번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에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편이다. 내가 서울을 떠났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의견이 맞지 않거나 서로 싸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최용수 감독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에 대해서 나쁘게 말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나는 서울을 위해 뛰지 않지만 여전히 경기장 바깥에서는 서울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최용수 감독도 항상 존중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나와 그는 친구다. 하지만 전화는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서울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결례일 수 있다. 그래서 최용수 감독에게 행운을 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전에는 당신과 함께 뛰었던 기성용의 K리그 이적설이 화제였다. 덩달아 이청용의 이적설도 등장하면서 그 때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들었다. 일단 시작하기에 앞서 내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자.

알겠다.

나는 따로 기성용에게 전화나 메시지를 하지는 않았다. 이미 내가 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전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생각으로는 수천 번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을까. 사실 기성용에게는 많은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신문과 매체들이 기성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마 그의 친구들도 수없이 물어봤을 것이다. 아마 최소한 몇 달이 지나서야 그에게서 좀 자세한 소식을 듣게 되지 않을까.

내 의견은 기성용이 K리그에 지금 오는 것은 최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좋은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이적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입이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왜 서울로 가지 않는 거야? 전북으로 가지 않는 거야?"라고 이미 그에게 압박 아닌 압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멋대로 세운 기준에 따라 기성용을 평가하고 자체적으로 루머를 만들고 있었다.

기성용은 그 누구에게도 이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해 자기 생각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축구 실력은 여전히 K리그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는 용감한 선수고 서울의 로컬 보이다. 아마 진행됐던 상황을 보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결국 선택은 기성용의 몫이겠지만 나는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그가 K리그에 지금 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성용이 K리그에 오지 않겠다고 발표했을 때 나는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기성용이 K리그에 돌아오려면 좀 더 기다리고 상황이 더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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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훌륭한 선수다. 경험도 많고 실력도 좋고 경기장 밖에서도 대단한 선수다. 게다가 그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그는 원하는 팀을 골라서 갈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성용의 나날에 많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

내가 서울을 떠났을 당시가 생각난다. 나는 10년 넘게 서울과 함께 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결국 수원으로 갔다. 이후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듣고 화가 나기도 했다. 서울은 레전드를 존중하는 문화가 아직 부족하다. 프로다움에는 레전드를 존중할 줄 아는 클럽의 마인드가 함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잘 모른다. 그저 현실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이 기성용, 이청용과 함께 뛴 이야기를 한다면 내 입장에서는 매우 기쁘다. 약 15년 동안 K리그 최고 선수였던 그들과 함께 플레이했다는 것은 영광이다. 그들은 K리그의 전설이다. 서울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은 잊을 수 없다. 그들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과도 뛰었고 아디와도 뛰었고 나중에는 몰리나와도 함께했다. 믿겨지지 않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즐겼다. 생각해보니 박주영과도 함께 뛰었다.

뿐만 아니라 이동국과 뛴 것도 행복하다. 그도 전설 아닌가. 나는 이동국과 40경기를 함께 뛰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제주유나이티드에 있는 정조국과도 있었고 은퇴해 코치를 하고 있는 김은중 등 K리그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있었다. 사람들이 그 시절의 우리를 추억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다.

K리그에서 오래 뛴 당신의 이야기를 존중한다.

나는 K리그라는 큰 역사의 일부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역사 속에 내가 있어서 영광이다. 기억해보면 샤샤와 라데 같이 엄청난 플레이를 하던 발칸반도 출신 선수들과 루이스, 모따, 에두 등 브라질 선수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발칸반도 출신 선수들은 당시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이 나다.

이제 시간이 또 지나면 발칸반도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올 것이다. 그들은 나를 이어 또다른 역사를 K리그에서 만들 것이고 나는 그들과 비교될 것이다. 나는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K리그 모든 팀들,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은 나의 두 번째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의 일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은퇴하더라도 한국에서 더 오래 생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벌써 당신의 다음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온다. 인천의 스테판 무고사 아닐까?

내 생각도 일치한다. 인천에서 뛰고 있는 무고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무대에서 뛰지 못한다는 것은 아쉽다. 그가 먼 훗날 인천을 떠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의 다음 행선지가 여전히 K리그였으면 좋겠다. 사실 외국인에게 경쟁력 높은 K리그에서 오래 머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K리그에 와 1~2년 밖에 활약하지 못한다. 5년 이상 뛴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금까지 당신의 이야기는 곧 은퇴를 암시하는 것처럼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에 대해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아직 괜찮다. 조금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나는 한국 나이로 39세다. 나이가 많다고 훈련에 빠지지 않는다. 쉬고 싶다고 하지도 않는다. 일주일에 고작 훈련 세 번 설렁설렁 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는 없다. 그래서 훈련에도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내가 아직 좋은 선수임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항상 내 몸을 체크하고 있다.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다. 훈련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그라운드 위에서 나의 플레이가 결정된다. 땀을 흘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대신 항상 훈련하면서 웃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대구에 오면서 돈이 중요한 가치관은 아니었다. 물론 모든 프로 선수들은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선수 인생이 막바지인 것 또한 맞다. 끝이 보이고 있다. 내 축구 인생의 마지막 파트라고 생각한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왜 더 뛰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 은퇴는 K리그에서 하고 싶다. 나는 그래도 내가 K리그에서 은퇴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멋진 은퇴를 하기 위해 축구를 즐기면서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은퇴 후 계획은 세웠는가?

아직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코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나는 선수를 발굴하는 스카우팅을 더 좋아한다. 그렇다고 에이전트를 하고 싶지는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FC서울에서 디렉터를 하는 꿈도 가지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인 최용수 감독에게도 얘기했던 것이지만 현재 상황은 많이 변했다. 어쨌든 코치가 아니라 유망주 발굴 등이 나의 꿈이었다.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황을 지켜보자.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내가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조광래 대표이사, 최용수 감독 등을 통해 많이 보고 배운다. 무엇이 최선일지 한 번 고민해보겠다. 적절한 자리와 적절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극 생각하려고 한다. 나는 내가 선수 은퇴를 한 다음 K리그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고 확신이 있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것도 급하게 쫓아가지 않겠다.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올 것이다.

이제 대구 이야기를 하자. 일단 '덜푸른 데얀'이 활약한 이후 얘기다.

나도 그 별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좋은 별명이다. 위트 있고 긍정적인 의견이다. 대구의 하늘색은 매우 좋은 색깔이다. 스타일리시하다. 이제는 대구가 나의 집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팬들이 공격라인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더욱 집중하려고 한다. 올 시즌을 한 번 지켜보자. 모든 것이 좋게 끝나길 기원한다. 아마 그 때쯤이면 '덜푸른 데얀'과 함께 또다른 별명을 얻게 되지 않을까?

사실 부담감도 많을 것 같다. 대구는 시민구단이지만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감사하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에 신경쓰고 부담감에 짓눌리면 안된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던지 신경쓰지 않고 그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한 훈련과 경기장에서 해야 할 플레이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다보면 파이널A에 진입할 수도 있고 2등도 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호사가들은 우리가 바깥에서 땀을 흘릴 때 그저 집에 앉아서 우리를 논평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대구는 강원FC와의 첫 경기를 위해 매일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노력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대신 내 동료들과 훈련에 집중하고 싶다.

우리의 축구를 하다보면 힘든 순간 또한 올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데얀이 골을 넣어줄 거야"라고 생각한다. "데얀, 에드가, 세징야에 이진현까지 있으니 좋은 모습이 나올 거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나 뿐만 아니라 에드가도 있고 김대원도 있다. 스쿼드가 좋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충분히 그 분들의 생각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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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팀들이 우리를 두려워할 때 나는 기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은 팀이다. 다른 팀들은 우리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다. 나는 전지훈련에서 대구가 어떻게 축구를 하는지 경기장 안과 밖에서 모두 봤기 때문에 충분히 상대가 우리를 두려워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그저 대구의 일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젊은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다. 이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90분 풀타임을 뛰지 못해도 내가 어느 위치에서 언제 뛰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출전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내가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신경쓰고 있다.

나는 나이가 많기 때문에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이 팀의 주요 선수, 또는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에드가, 세징야를 비롯한 팀의 선수들이다. 나는 이 선수들을 도와주는 사람 또는 그들을 이끌어가는 사람의 역할을 맡을 것이다.

당신은 이 성장하는 팀의 자양분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맞다. 나는 지난 몇 년간 대구를 상대로 뛰었다. 하지만 그 때의 대구와 지금의 대구는 같은 팀이 아니다. 조광래 대표이사와 함께 대구 팬들과 스타디움, 그리고 구단 전체가 믿을 수 없는 성장을 이뤄냈다. 맨 밑바닥에서 시작해 지난 시즌에는 파이널A에 진입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누가 이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이제 다른 팀들은 대구를 두려워한다.

대구는 지금 성장하고 있다. 패기 넘치는 젊은 선수들과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 좋은 리더와 좋은 사무실, 그리고 좋은 감독이 있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대구에 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대구가 꿈꾸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대구에 온 이후 지난 두 달 동안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더욱 대구의 일부가 되어 기쁘다. 대구의 더 찬란한 역사를 쓰는 일에 내가 기여하기를 원한다.

대구는 더위만 조심하면 될 거다.

그 걱정을 왜 하나. 나는 '여름 데얀'이다. 대구가 덥다는 걸 알지만 난 겨울이 싫고 추운 날씨가 싫다. 눈도 싫어한다. 대구라는 도시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좋은 선수와 함께라 걱정 없다. 나 한국인이다. 한국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적응에 대한 걱정은 안한다. 대구에서도 잘 먹고 잘 쉬고 잘 잔다. 뭐 가끔 쉬는 날에는 서울에 갈 수도 있지만.

알겠다. 마지막으로 대구 팬들에게 하고싶은 말 있으면 해달라.

우리가 서로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 나는 대구 팬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대구 팬들의 분위기는 현재 K리그 최고라고 생각한다. 작은 경기장 속에서 많은 관중들의 응원에 감사하다. K리그가 다가오고 있다. 곧 보기를 원한다. 꽉찬 경기장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시즌을 잘 시작하도록 하겠다.

데얀은 거침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많은 사람들은 데얀이 욕심이 많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데얀은 자기 자신을 알고 있었고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K리그 12번째 시즌을 보낸 뒤 데얀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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