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K리그가 선거로 후끈 달아올랐다.

올 시즌 개막 전 K리그가 '마스코트 반장 선거'라는 이색적인 행사를 준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 행사에 대해 소개하면서 "마스코트가 K리그 이미지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팬들에게 이들을 더 알리고 더 띄워보자는 취지로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K리그 22개 구단에서 구단의 보조 역할을 했던 마스코트들이 이제는 전면에 나선 것이다.

시들한 반응이 우려됐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반응은 뜨겁다. 벌써부터 선거 유세에 지지층 결집 등 현실정치와 비슷한 모양새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니어스>는 독자들을 위해 각 구단들의 협조를 얻어 선거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전한다. 현실 정치만큼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물론 마스코트들의 이야기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우리가 대구당' 대구FC의 통 큰 후보 단일화

대구FC는 반장선거 전부터 진통이 예상되던 지역이었다. 친박, 아니 '친빅(토)'계와 친이, 아니 '친리(카)'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대구의 곁을 지켰던 빅토와 최근 급속히 인기를 얻으며 소장파를 대표하는 리카다. 반드시 후보 단일화가 필요했지만 지지자들의 대립은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빅토가 통 큰 결단을 내렸다. 대구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빅토는 후배를 위해 양보의 길을 택했다. 후보 단일화가 완성되자 대구는 하나로 뭉쳤다. 지난 17일 리카 선거캠프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기에 등장한 빅토는 "리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빅토는 리카 선거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보은 인사'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대구 구단 관계자는 "빅토라는 거물급 마스코트에 대한 당연한 대우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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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카에게는 약점도 있다. 바로 사전 선거운동 논란이다. 지난 1월 30일 리카는 대구은행 단디, 삼성라이온즈 블레오와 핑크레오, NC다이노스 단디 등 10명의 마스코트를 불러 돌잔치를 열었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와 비슷한 것이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지지층 결집을 위한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의혹도 짙다. 이에 대해 선거캠프 관계자는 "돌잔치는 1년 전부터 기획된 것이다"라면서 "반장선거와 무관하게 기획된 행사에 '리카 때리기' 프레임을 씌우지 말아달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수원 지지층 결집으로 리카의 1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입단속에 나선 셈이다.

성형수술부터 호화 선거캠프까지 구축한 인천 '유티'

시민구단이지만 기업구단 못지 않은 선거캠프를 구축한 곳이 있다. 바로 인천유나이티드의 '유티'다. 유티는 대권 도전의 야망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선거 전부터 유티는 철저한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성형수술이 가장 대표적이다. 유티는 반장선거가 시작되기 직전 성형수술을 완료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리뉴얼은 애초에 계획되어 있었다"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사실상 반장선거를 위한 노림수라는 평가가 정계의 정설이다.

유티가 성형수술을 한 이유는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기존 이미지는 두루미의 원래 모습에만 너무 집중되어 있어 민심 공략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좀 더 대중들의 표밭을 공략하기 위해 이미지 변신을 감행했다는 게 신문로 축구회관 주변 인사들의 평가다. 그 결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유티의 새로운 모습이 등장했다. 사실 성형수술보다는 체형 관리에 더 가깝다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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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유티는 호화 선거캠프도 구축했다. 유티의 선거캠프에는 인천광역시 공식 마스코트인 버미, 애이니, 꼬미, 등대리가 참모로 힘을 보탰다. 유티는 참모들의 의견도 적극 수용하며 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사실 오늘 점심으로 치킨을 먹으려고 했으나 '민생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라는 참모들의 건의에 한식으로 메뉴를 바꿨다"라고 귀띔했다. 두루치기를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매번 먹는 것은 아니라고 관계자는 덧붙여 강조했다.

'보스 리더십'으로 후보 단일화 성공한 수원FC

대구만큼 후보 단일화에 난항을 겪을 만한 곳이 바로 수원FC였다. 수원FC의 마스코트는 무려 네 명이다. 수원FC는 수원화성의 네 개 문을 따 장안장군, 팔달장군, 창룡장군, 화서장군이라는 마스코트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다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알고보면 장군이다. 수염도 덥수룩하다. 활도 쏘고 창으로 찌르기도 한다. 일부에선 군사 정권으로의 회귀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수원FC는 이미 예고된 결과 속에서 경선을 치렀다. 현실정치로 치자면 '당 대표'에 해당하는 장안장군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면서 살짝 김 빠진 경선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경선의 규칙도 장안장군에게 유리했다. 경선이 열린 곳은 수원종합운동장이었다. 이곳의 위치는 수원시 장안구다. 압도적인 바닥 민심을 바탕으로 장안장군은 구단 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웃었다.

'보스 리더십'은 본선에서도 통하고 있다. 19일 기준으로 장안장군은 22개 마스코트 중 11위를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현재 장안장군 선거캠프도 "우리가 선전하고 있다"라며 싱글벙글이다. 장안장군에 밀린 세 명의 장군들도 선거유세에 동참 중이다. 특히 장안장군은 경선 이후 수원종합운동장 정문 옆 '주인장 치킨'에서 낙선 후보들과 치킨에 생맥주 '호프타임'으로 손을 맞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2017년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묘하게 떠오른다.

'외풍'에 흔들리는 후보들

강원의 '강웅이'는 성별 논란에 휘말렸다. 반장선거 프로필 '성별' 란에 강웅이는 '그때그때 다름'이라고 기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마스코트가 아닌 '공룡좌'에게 당 내 여론을 빼앗기고 있는 가운데 성별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어 더욱 어려운 선거 운동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스포츠니어스>가 강웅이 선거캠프에 문의하자 관계자는 "우리 후보는 모든 성별을 다 포용한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게다가 강웅이의 경우 이번 반장선거에서 강행군을 하고 있다. 현재 강웅이는 대수술을 하고 선거유세에 임하고 있다. 노환으로 인한 수술이라는 것이 캠프 관계자의 귀띔이다. 지난해 '공룡좌'에게 주도권을 내준 것도 건강 문제라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등장하고 있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쑥과 마늘 복용으로 시즌 개막 때는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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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의 '바티'는 일종의 스캔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반장선거 프로필 '가족관계' 란에 바티는 '여자친구 나리'라고 소개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자친구 나리를 가족으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특히 보수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바티 선거캠프 조직 '나는바티당' 관계자는 "사실혼 관계다"라면서 "사실혼이어도 어느 정도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티 후보님의 경우 주민등록 상 혼인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항변했다.

반면 선거 완주가 우려되는 곳도 있다. 제주유나이티드의 '감규리'다. 감규리는 프로필 상 175cm 100kg의 신체를 보유하고 있다. 비만도를 계산했을 때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수치다. 귤은 당뇨 및 비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마스코트가 비만 고위험군에 속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선거캠프도 이것 때문에 시름이 크다. 관계자는 "후보님이 26일 K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야 하는데 비행기를 타지 못할 정도로 뚱뚱하다. '배송'이 안된다. 얼굴만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다이어트는 계속 하고 있지만 미디어데이 전까지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K리그1 심판하자" 부동층 마음 흔드는 K리그2 마스코트

예상 외로 쏠쏠한 선전에 선거캠프가 들썩이는 곳이 있다. 바로 충남아산의 '붱붱이'다. K리그1에 비해 비교적 떨어지는 구단 인지도로 인해 고전이 예상됐지만 19일 기준으로 붱붱이는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K리그1 구단을 제치고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마스코트계에서는 붱붱이를 'K리그1 심판론자'의 대표주자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붱붱이 선거캠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구단 명 떼고 붙으면 우리 후보가 객관적으로 비주얼이 훌륭하다. 미취학아동들이 선호하는 이미지다. 당이 아닌 후보를 보고 투표해 달라"면서 "반전 매력이 있다. 통통하고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눈빛은 '싸이코' 기질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후 이 관계자는 비선실세로 추정되는 인물에 의해 질책 당하는 정황이 <스포츠니어스>에 포착되기도 했다.

ⓒ 대구FC 제공

붱붱이 후보 측은 긴급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보고 있다. 일단 선거캠프는 충청남도와 아산의 바닥 민심을 잡아 단단히 집안 단속을 한 뒤 다른 지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여기에 충남아산의 거대 스폰서 '푸드렐라'를 등에 업고 더욱 공격적인 선거 운동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현재 붱붱이 선거캠프는 해당 사안이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여기에 K리그1 심판론을 들고 나온 또다른 곳이 있다. 바로 제주 감규리다. 감규리는 현재 아산 붱붱이와 엎치락 뒤치락 순위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감규리 선거캠프 관계자는 "우리도 K리그1 심판론의 대표주자다"라고 주장하면서 "K리그1 후보들은 마스코트의 매력보다는 '팬심'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감규리 후보님을 보면 구단에 대한 팬심보다 마스코트 자체의 매력으로 승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감규리 캠프 측은 아예 '선관위'에 해당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역제안을 하기도 했다. 감규리 측 관계자는 "22개 구단을 모두 반장 하나만 바라보고 하기에는 쉽지 않다"라면서 "K리그1에서 반장을 뽑는다면 K리그2는 별도의 반장 또는 부반장을 뽑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비슷한 지지층끼리 대결하자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어차피 K리그1 정권 나눠먹기는 계속된다.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표자 또한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군소후보들의 반응은?

선거가 치열해지면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일단 강원 '강웅이'의 경우 같은 곰 계열의 대전 '자주'와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두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단숨에 4위권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강웅이 선거캠프 관계자는 <스포츠니어스>에 "두 후보는 같은 곰이어도 다르다. 강웅이는 태백산 반달가슴곰이지만 자주는 계룡산 계열로 알고있다"라고 단일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호남권은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전북현대의 초아, 광주FC의 보니, 전남드래곤즈의 철룡이가 단일화 대상으로 꼽혔지만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 보니 선거캠프 관계자는 일찌감치 "우리가 지금 전북 초아를 잡게 생겼는데 무슨 단일화냐"라고 일축했고 철룡이 측 관계자 역시 "철룡이 중심의 단일화가 아니면 하지 않겠다. 우리는 독자 노선을 걸어갈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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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지역 대표주자인 울산현대 건호 또한 단일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바로 마스코트계의 현 대통령인 '펭수'이전 정권을 잡았던 전 대통령 '꼬마버스 타요'를 영입한 것이다. 건호 측 캠프 관계자는 "반장선거를 위한 영입은 아니다. 전혀 상관 없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는 반장이 아니라 전 대통령을 데려왔다"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타요가 건호의 선거운동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없지만 '대통령' 영입 반사효과는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쏠쏠한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긍정적인 논의의 조짐이 보이는 곳도 있다. 바로 TK 지역이다. 2위 대구 리카를 제외한 4위 포항 쇠돌이와 19위 상주 퍼시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퍼시 선거캠프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생각은 안 해봤다"라면서도 "가능성이 열려는 있다"라고 말을 아꼈고 쇠돌이 캠프 관계자는 "우리 목표가 반장선거도 AFC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인 3위다"라면서 "퍼시 지지층에 역사 깊은 포항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결집하면 인천 유티를 잡을 힘이 생긴다. 쇠돌이 지지 선언을 해준다면 우리야 고맙다"라고 화답했다. 만일 성사된다면 선거 레이스의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K리그 흥미 이끄는 선거, 아직 향방은 '안갯속'

대체적으로 각 구단 관계자들은 이번 반장선거를 흥미롭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높은 순위를 목표로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펼치는 구단도 있지만 참가에 의의를 두는 구단도 있다. 안양의 경우 "높은 순위보다는 그래도 수백 명의 팬들이 마스코트 '바티'를 알아주신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라면서 "어떻게 이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투표 기간은 2월 17일부터 25일까지다. 1인 1회로 총 세 팀의 마스코트에 투표가 가능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추첨을 통해 반장선거에 참여한 팬 중 소정의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미스터트롯'이나 '슈퍼스타K'와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투표 독려가 현재 K리그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현상이다.

결과는 26일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공개된다. 특별한 혜택은 없지만 1위 마스코트에는 '마스코트 캡틴'이라는 영예와 함께 특별히 제작된 '캡틴밴드(반장완장)'가 수여된다. 축구로 치자면 주장 완장과도 같은 것이다. 아직 투표 기간은 절반을 넘기지 않았기에 순위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과연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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