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현장] 관중 많이 오면 얼어버리는 수원, 이를 어찌할꼬


빗셀고베전 빅버드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수원=명재영 기자] 수원삼성은 원정팀의 무덤 ‘빅버드’ 시절이 그리울 것 같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에서 2020 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2차전 수원삼성과 일본 비셀고베의 경기가 열렸다. 수원은 이번 시즌을 여는 첫 경기에서 세계적인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뛰는 비셀 고베를 만나 경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경기는 후반 45분 비셀 고베의 후루하시 쿄고가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비셀고베의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지역사회 감염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경기를 치르는 것 자체도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티켓 예매 단계부터 ACL 홈경기 최다 관중 경신을 바라볼 정도로 흥행 대박이 점쳐졌었다. ACL 경기는 주중에만 열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은 관중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수원의 기존 ACL 홈경기 최다 관중은 2015년 조별리그에서 중국 베이징궈안을 상대로 모았던 14,380명이다. 이 기록 또한 5월 5일 어린이날에 열려 공휴일 특수가 가능한 수치였다.

이날 빅버드는 국가대표 경기가 생각날 만큼 뜨거웠다. 17,372명이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기존 관중 기록을 가뿐히 갈아치웠다. 하지만 홈팬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사실 수원은 관중이 많이 찾은 홈경기에서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2016년부터 이번 경기까지 다섯 시즌 동안 만오천 명이 넘게 찾은 경기는 총 11경기다. 이중 승리는 세 경기가 전부다. 27%의 승률이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력 측면에서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옛 시절을 떠올리면 더 뼈아프다. 수원은 한때 빅버드가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홈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관중도 많고 응원 열기도 타팀보다 뜨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 문제와 전력 약화가 겹치면서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큰 경기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부담을 이기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모기업의 지원이 줄면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예전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원이지만 정작 많은 팬이 찾은 경기에서 스스로 흥행을 걷어차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고의 마케팅은 결국 성적이다.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것 만큼의 흥행 카드는 없다.

hanno@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01txk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