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황기욱의 소박하지만 큰 꿈, “좋건 나쁘건 평가받고 싶다”


[스포츠니어스|광양=조성룡 기자] 올 겨울 전남드래곤즈는 깜짝 놀랄 이적을 단행했다.

트레이드였다. 전남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한찬희를 FC서울에 넘겨주고 황기욱과 신성재를 데려왔다. 전남의 팬들은 이 트레이드에 크게 격앙됐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남에서만 K리그 113경기를 뛰었던 한찬희를 대신해 온 선수 두 명의 K리그 출전 경력은 합쳐서 27경기가 고작이기 때문이다. 구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성난 팬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전남에 입단한 두 선수다. 새로운 팀에 와 의욕이 충만해야 할 시기에 벌써부터 이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그래서 전남으로 온 황기욱을 <스포츠니어스>가 만났다. 황기욱은 AFC투비즈 임대 생활을 제외하고 서울에서만 뛰었던 선수다. 그에게는 첫 이적이다. 때로는 복잡할 수 있고 때로는 착잡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눠봤다.

반갑다. 전남 생활은 어떤가?
정신이 없다. 새 팀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아직까지 전남 유니폼이 좀 어색한 것 같다. ‘세로 검빨’에 익숙해서 그런가.
당신이 보기에는 어색한가? 나는 이제 노란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개나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노란색이 친숙한 것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이적이었다. 트레이드로.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전 연락을 개인적으로 받았다. 내가 전남에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느 정도 짐작했다. 나는 서울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입장이었다. 이제 나도 어떻게 보면 기회를 찾아야 했다. 물론 서울에서 계속 있었다면 좋은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여기서도 경쟁을 해야한다. 게다가 서울만 팀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전남에서 이렇게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

사실 처음 전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까지 나는 서울에서만 뛰었다. 그래서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 대해 두려워하기에는 내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나는 많은 팬들에게 경기장에서 뛰는 것이 내 직업이다. 그러지 못하니 경기에 뛰고 싶었다. 그래서 또다른 기회라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결국 이적 결심의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출전인가?
그렇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출전을 많이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내 탓이 제일 크지 않을까. 서울에 있을 때 많은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께서 생각보다 더 많은 관심을 주셨다. 어찌보면 과분한 관심이다. 내가 서울이라는 좋은 팀에 있었기 때문에 받는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께는 여전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기대에 비해 경기장에서 많은 것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 나 또한 그 부분에 답답함이 있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나 스스로도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경쟁 상대를 이겨내야 하는 것도 있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변 환경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내가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힘내라. 아직 젊지 않나.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전남 구단은 당신을 많이 원했다고 들었다. 전경준 감독이 특히 원했다고.
그것이 내가 이적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감사했다. 솔직히 나는 경기에도 제대로 뛰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나를 원한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감사할 뿐이다. 전남에 와서 감독님을 처음 봤을 때 나를 안아주시더라. 그러면서 “잘 왔다. 우리 잘 해보자”라고 말해주셨다.

전남 구단에도 정말 고맙다. 사실 전지훈련 때 빨리 적응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고 구단 직원들도 다 처음이다. 그래서 낯선 것이 많았다. 그래도 선배들이 친근감 있게 먼저 다가와주시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반겨주셨다. 처음 선배들을 훈련장에서 만났을 때 “괜찮아?”라면서 다독여주고 전남에 온 것을 환영해주셨다. 그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

아직 전남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이 팀이 따뜻하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전남에 와서 적응을 하다보니 따뜻하다는 느낌을 더욱 많이 받는다. 물론 언제나 그럴 수는 없다.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라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서로 맞춰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적응하는데 힘든 점은 없나?
음… 사실 내가 ‘힘들다, 힘들다’ 하면 힘들게 느껴지고 ‘어렵다, 어렵다’라고 하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부딪쳐보면 별 거 없는 것 같다. 최근에 힘든 건 역시 동계훈련이었다. 진짜 힘들더라. 하하. 힘든 것보다 전남에 오니 좋은 점이 많다. 클럽하우스의 밥도 맛있고 탁구장에서 탁구치는 것도 재미있다. 전남에 오면 훈련에만 집중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답답할 것 같았다. 그런데 소소한 재미를 하나 둘 찾으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고보니 첫 호남 지방에서의 생활이다.
이렇게 멀리 이사온 적은 처음이다. 나는 줄곧 수도권에서만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광양을 작은 동네라고 하더라. 심심한 곳이라고도 하고.
아니다. 사실 광양에서 생활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자세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침 전지훈련을 경상남도 남해에서 하고 와서 그럴 수도 있다. 하하. 감사하다. 사람이란 직전의 과거와 현재를 더 많이 비교하게 되더라. 어릴 적 유스 리그에서 뛰면서 원정 경기 때 봤던 광양제철소의 기억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긴 서울보다 따뜻한 것 같다.

ⓒ 전남드래곤즈 제공

시골이라고 명성이 자자한 투비즈에서 1년 생활하니 그런 것 아닌가.
이건 약간의 오해가 있다. 다들 내가 투비즈에서 1년 정도 생활한 것으로 알고 있더라. 사실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U-23 대표팀 소집훈련이 있어서 실제로 내가 투비즈에 있었던 것은 8월에서 11월까지 약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서울에 있을 때보다는 경기도 제법 출전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시골이라 보기 어렵다. 광양과 비슷한 느낌의 동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투비즈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나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투비즈에 갔을 때 나는 너무나도 뛰고 싶었다. 그래서 나 자신만 생각하고 도전했던 것 같다. 그러면 안된다. 경기장 안에서도 그렇지만 경기장 밖에서도 동료들을 챙길 줄 아는 선수가 되야한다. 투비즈 생활을 통해 그런 교훈을 얻었던 것 같다.

그래도 수도권에 비해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괜찮다. 피파온라인 게임도 하고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한다. 나도 취미가 있다.

피파온라인에서 열심히 황기욱 카드 키우고 있는 것 아닌가.
아… 솔직히 내 카드는 나여도 도저히 못쓰겠더라.

왜?
결국 그 게임은 좋은 선수를 가지고 있어야 잘한다. 그러려면 외국인 선수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 내 카드와 비교해보니 내 능력치는 정말 별로더라. 매물도 별로 없어서 찾기도 힘들다. 그래도 축구선수들이 그런 게 있다. 게임에서 자기 자신을 키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도 지금 ‘금카’와 ‘은카’ 띄워놓고 기다리고 있다.

축구를 잘하면 능력치도 오른다.
매물 찾아서 강화시킬 때마다 그 생각을 한다. 좀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피파온라인이 인정하는 선수가 되어 능력치 많이 올릴 때까지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다.

새로운 팀에서는 누구와 주로 게임을 하는가?
내가 피파온라인을 할 때 좀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람과 함께 게임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한 팀이 되어 하는 것을 즐긴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나름 ‘묻어가는’ 재미가 있다. 아마 그 사람은 K리그 선수와 게임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게임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피파온라인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낀다. 어디가서 못한다는 소리는 안듣는다. 하하.

당신의 취미 생활을 위해 아이디는 물어보지 않겠다.
어차피 알려줘도 모를 것 같다.

당신은 이제 처음으로 K리그2 도전에 나선다.
선배들에게 K리그2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들었다.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선배들마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 K리그1보다 더 치열할 것이라고 하는 선배도 있었고 나를 위해 “편하게 뛰어보라”고 좋은 방향으로 조언한 선배도 있었다. 하지만 축구라는 것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K리그2 무대를 처음으로 뛰기는 하지만 K리그1도 K리그2도 다 어려운 무대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신 자신감 있게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고 싶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실 전남 팬들은 걱정이 많다. 트레이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다.
그것마저도 보내주시는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마저 내게는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의 걱정을 의식하는 것보다는 여기서 새롭게 전남이라는 팀에 어울려서 같이 호흡하는데 집중하고 싶다. 내가 이곳에서 축구할 수 있다는 것과 전남이라는 팀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출전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다.
그렇다. 물론 경기 출전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정하는 것이지만 나는 좀 더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 기회를 많이 잡아서 경기장에서 팬들께 나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크다. 경기장에서 내 나름대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팬들께 그라운드 안에서 잘 보여드리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황기욱은 많은 것이 바뀐다. 기대되는가?
기대는 된다. 서울이라는 팀에 있다가 전남에 와서 새 시즌을 맞이한다. 모든 것이 새롭다. 그래서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마냥 설레기만 하면 안된다. 전경준 감독님이 “증명하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도 공감한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힘든 훈련도 소화하고 있다. 설레는 것을 넘어서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훈련하고 있다.

여기에 오면서 나의 성격도 바꾸려고 한다. 사실 내가 원래 예민한 성격이다. 겉으로 내색은 잘 안하지만 속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여기 오면서 나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전남에서 많이 바꿔보려고 한다. 좀 더 외향적인 모습을 갖고 싶다. 물론 급하게 하지 않고 차근차근 하나씩 바꿔보려고 한다. 바꾸는 중이고 제법 바뀌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성격이 급하긴 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노력하려고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 전남에서 어떤 시즌을 보내고 싶은가?
그동안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내가 좋은 선수인지 나쁜 선수인지도 평가받지 못했다. 올해는 평가라는 것을 받아보고 싶다. 평가라는 것은 내가 아니라 팬들이나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준비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는 어떤 선수인지 평가받고 싶다.

그 분들께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이고 경기장 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 선수인지 듣고 싶다. 평가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정말 그 욕심 밖에 없다. 전남에서 감독님과 선후배들과 함께 증명을 해내고 우리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께 평가받고 싶다.

인터뷰 내내 황기욱은 그라운드를 그리워 했다. 많은 선수들은 “좋은 선수로 평가받고 싶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황기욱은 지금까지 평가조차 받지 못한 아쉬움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제 황기욱은 새로운 팀에서 그리웠던 그라운드에 들어갈 준비에 한창이다. 과연 그는 올해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간절한 마음으로 황기욱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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