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서귀포=조성룡 기자] 포항스틸러스 팔로세비치는 포항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2019년 6월 포항에 입단한 팔로세비치는 다시 한 번 K리그에서의 활약을 꿈꾸고 있다. 올 시즌도 포항과 함께할 그는 일류첸코, 팔라시오스 등과 함께 포항의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6개월이 아닌 한 시즌 동안 K리그에서 버텨내야 한다. 많은 것이 같아 보이지만 또 많은 것이 다르다. 지난 시즌 16경기에 출전해 5골 4도움을 기록한 팔로세비치는 더 높은 곳을 꿈꾸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팔로세비치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태국 부리람에 있다 오니 굉장히 춥다. 차라리 태국에 2주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농담을 던졌지만 그는 "태국 전지훈련은 조금 힘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전지훈련은 좀 더 수월한 것 같다. 컨디션은 조금 피곤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좋다. 다만 제주도에서 2주 동안 네 경기를 뛰는 것이 조금 걱정이기는 하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친구들이 추천한 한국, 마음에 쏙 든다"

우선 팔로세비치와 지난 추억을 더듬었다. 그는 지난 6월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하며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사실 한국 뿐 아니라 첫 아시아 경험이기도 하다. 그는 세르비아와 포르투갈에서 활약한 다음 포항에 왔다. 그에게 아시아 무대는 일종의 도전일 수 있었다. 팔로세비치 또한 "나는 딱히 아시아와 연결고리가 없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한 적 있었다. 그들이 아시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특히 그들은 아시아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된다면 한국이 제일 좋다고 추천해줬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응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적응하기 쉬운 문화를 가지고 있고 축구에 대한 환경도 좋다고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아시아 쪽에서 제의가 오면 항상 친구들은 한국에 가라고 했다. 그러던 와중 포항과 인연이 닿았다. 유럽과 다른 문화와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아내를 포함한 가족들과 상의한 후 한국에 왔다. 역시나 한국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미 다른 문화권이라는 것을 예상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문화와 음식이 아닌 축구였기 때문에 축구만 마음껏 할 수 있다면 그런 어려움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 포항스틸러스 제공

그래도 팔로세비치에게 힘든 것은 있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음식이었다. "처음에는 음식이 조금 힘들었다. 내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식당에 가서 매워 보이는 음식이 있으면 맵지 않게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식당은 최대한 노력했지만 내 입맛에는 여전히 매웠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산다는 것 또한 내게는 조금 힘든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문제 없다."

팔로세비치의 극찬 "포항 선수들, 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

팔로세비치가 처음 겪어본 K리그는 어땠을까. 흔히들 '립서비스'를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팔로세비치는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했다. "축구 스타일은 많이 달랐다. 하지만 K리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리그다." 그는 포르투갈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 K리그에 왔을 때 포르투갈과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포르투갈에서 2년 동안 경기를 뛸 때는 전술적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많은 활동량 대신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했다. 게다가 유명한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은 많이 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K리그는 굉장히 체력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90분 내내 멈추지 않고 뛸 것을 강조한다. 갑자기 축구 스타일이 달라진 것은 힘들었다."

"솔직히 나는 비디오로 K리그를 봤을 때 기술적인 부분은 조금 부족하지만 체력적으로 강한 리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기술적인 부분도 상당히 뛰어난 리그였다. 이것은 나의 완전한 오판이었다. 그래서 포르투갈에 있는 동료들에게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리그가 아니다. 정말 힘든 리그다'라고 이야기했다. 기술도 좋고 체력도 좋아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특히 팔로세비치는 포항의 동료들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는 "이것은 나의 진심이다"라면서 "포항에서 뛰는 동료들 중 몇몇은 포르투갈 시절 함께 뛰었던 동료들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만일 포항 선수들이 유럽 진출을 꿈꾼다면 선수단 중 6~7명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팔로세비치가 동료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일 것이다.

포항의 자부심에 더해진 '아버지'의 무게감

지난 6개월 동안 팔로세비치는 포항에서 꽤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여러가지 기억이 난다. 특히 울산현대와의 경기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파이널A와 파이널B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후반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2-1로 이겼다. 그리고 파이널A에 진출했다. 그 때 생각은 지금도 종종 난다. 시즌 막판에 무패 행진을 달렸던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팔로세비치 또한 시즌 최종전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그는 "포항으로 돌아온 최영준에게 농담으로 우승 보너스를 입금하라고 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전북현대의 우승을 위해 뛰지 않았다. 우리의 가족과 팀과 팬들을 위해 뛰었다. 게다가 경기력까지 완벽했다. 최고의 한 판이었다. 가끔은 '우리가 다시 한 번 그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했던 경기였다"라고 회상했다.

ⓒ 포항스틸러스 제공

올 시즌 팔로세비치는 다시 한 번 포항과 함께 한다. 포항이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팔로세비치의 어깨가 무겁다. 게다가 이제 팔로세비치는 첫 아이의 탄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현재 임신 중인 팔로세비치의 아내는 출산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갔다. "6월 마지막 주에 아이가 태어날 것 같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아이의 이름은 아내와 함께 상의할 예정이다." 이 말을 하는 팔로세비치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그래서 팔로세비치는 자신의 축구 인생에 한 가지 또다른 목표를 추가했다. 오래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다. "아이가 내가 축구선수라는 것을 알 때까지 뛴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상상 만으로 기분 좋다. 자주 그런 상황을 꿈꾼다"라고 입을 연 팔로세비치는 "나 뿐 아니라 모든 축구선수의 꿈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4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라고 웃었다.

"돈보다 축구 그 자체에 행복하고 싶다"

올 시즌 팔로세비치의 목표는 간단하다. "많이 이기고 많은 승점을 따고 많은 골을 넣는 것"이다. 결국은 최대한 높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개인적인 기록이 더 좋아지는 것 또한 욕심이 나지만 일단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개인적인 성적은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사실 개인 기록을 잘 관리하면 연봉 등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팔로세비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돈 때문에 축구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정말 진심이다. 축구하는 그 자체로 행복하고 싶다. 나는 축구를 사랑한다. 과거 주변에서 돈의 유혹에 쉽게 움직이는 선수들을 봤다.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축구를 하면서 축구 자체에 행복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축구를 사랑하고 있다. 내가 13세 때 축구를 처음 시작했으니 벌써 23년 째다. 하지만 한 번도 축구선수 외의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 분명한 것은 돈 때문에 하는 축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은 팀의 상승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 가치가 높아지는 것보다 팀의 승리로 행복감을 느끼도록 축구하고 싶다."

인터뷰 내내 팔로세비치는 소박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거침없이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팔로세비치는 축구를 사랑할까?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지자 그 또한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잘 모르겠다. 가족 중에 축구와 관련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아마 내가 태어나고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 축구공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나도 축구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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