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이곳은 포항의 숙소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서귀포=조성룡 기자] 축구선수들로 와글와글했던 숙소는 다시 조용해졌다.

최근 포항스틸러스의 전지훈련 숙소는 '축구 캠프'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귀포에 위치한 이곳은 천지연폭포가 가까운 대형 호텔이다. 포항은 제주도에 전지훈련을 할 때 이곳을 숙소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를 회상해도 포항은 여유롭게 그 숙소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경치도 좋고 분위기도 따뜻해 휴식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포항의 숙소는 축구선수들로 떠들썩하기 시작했다. 다름아닌 2020 도쿄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때문이었다.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 대회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얀마, 베트남이 참가했다. 풀리그 형식으로 진행됐기에 대회 기간은 짧지 않았다. 만일 북한이 참가했다면 대회 기간은 더욱 길어졌을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중 두 팀이 포항과 같은 숙소를 택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과 베트남 여자 대표팀이 포항이 머물고 있는 숙소를 대회 기간 사용했다. 따라서 이 호텔은 무언가 축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호텔 로비의 구석에는 축구공을 비롯한 각종 장비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선수단을 환영하는 현수막은 하나 둘 늘어갔다.

예상치 못한 '한 지붕 세 가족' 상황에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 쪽에서는 대한민국 콜린 벨 감독과 지소연이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미팅을 가졌고 불과 몇 걸음 옆에는 팔로세비치가 혼자 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베트남 감독이 신난 표정으로 연락담당관과 대화하고 있다. 팔라시오스와 장슬기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희귀한 일이다.

그래도 어색하고 흥미로운 더부살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다. 포항의 기운을 잘 받아간 것일까. 함께 숙소를 사용했던 대한민국과 베트남 대표팀은 올림픽 최종예선 A조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10일을 기점으로 고국 또는 각자의 팀으로 돌아갔다. 다시 포항의 숙소는 한결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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