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을 직접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제주=김현회 기자] 이 선수의 상황은 특별하다. 지난 시즌 6개월 동안 임대로 와서 맹활약을 하고 원소속팀으로 돌아가더니 다시 이 팀으로 임대를 와 1년을 더 있기로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 팀은 이 임대생에게 주장 완장까지 맡겼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올 시즌 포항스틸러스의 주장이 된 최영준을 전지훈련지인 제주도 서귀포에서 직접 만났다. 이제는 전북 엠블럼보다 포항 엠블럼이 더 익숙한 최영준과의 솔직한 인터뷰를 공개한다.

요새 컨디션은 어떤가.

사실 몸이 조금 힘들다. 태국에서 훈련을 많이 하고 돌아왔다. 제주도로 오니 날씨도 바뀌었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제 제주도에서 첫 훈련을 했는데 훈련을 많이 해 알도 배겼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나는 고참 선수라 어린 선수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일단 내가 보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팀에 긴장감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선수단이 더 집중력을 키웠으면 한다.

역시나 주장다운 잔소리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올 시즌 주장이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내가 축구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선수들에게 할 말이 생긴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다. 내가 솔선수범해야 어린 선수들이 따라온다.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의 중간 역할도 해야한다. 그런데 지금 주장을 잘 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 주장을 해보니 나도 모르는 게 많다.

무슨 소리인가. 당신이 경남 시절부터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 걸 수도 없이 많이 봤다.

그땐 부주장이었다.

분명히 주장이었다.

(배)기종이 형이 주장이었는데 아파서 쉬고 재활하는 기간이 길었다. 그리고 경기에 나올 때도 조커로 출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임했던 경기가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캡틴’으로 인식하더라. 시즌을 치르는데 공식적으로 선수단 주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하다. 분명히 주장이었는데.

초짜다.

경남 시절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임한 최영준. ⓒ프로축구연맹

주장으로서 김기동 감독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나.

그래도 다른 선수들보다는 감독님과 좀 더 소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주 대화를 나눈다. 감도님도 “오늘은 애들이 어떤 거 같아?” “요즘 몸이 많이 힘들어?” 이런 걸 세세히 물어보신다. 형님처럼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지도자다. 오늘은 훈련 이후 너무 피곤해서 선수들의 의견을 모아 “사우나를 좀 더 오래 하고 싶다. 저녁식사 시간을 늦춰줬으면 좋겠다”고 전달했다. 코칭스태프도 의견을 받아들여 주셨다.

임대 신분으로 주장을 맡는 게 생소하다.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에게 주장을 제안했을 때는 감사한 마음이었다. 주장이라는 건 영광스러운 임무다. 내가 주장을 맡는 건 내 스스로에게 전혀 문제가 없었다.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가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사실 주변의 시선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도 나는 가면 그만인 사람이다.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할 선수들이 있을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부탁하셨고 선수들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지난 해 6개월 임대 이후 다시 한 번 포항과 1년 임대 계약을 맺었다. 이제는 전주의 전북현대 클럽하우스보다 송라에 있는 포항 클럽하우스가 더 익숙할 것 같다.

6개월 만에 이적하는 선수도 있는데 나는 포항에서 1년 6개월을 생활하게 됐으니 임대 신분이라는 건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경남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뒤 전주에는 6개월을 있었다. 그리고 포항으로 넘어와 이제는 전주에서 있던 기간보다 여기에서 생활한 기간이 더 길어졌다. 송라에 위치한 포항 클럽하우스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어디 밥이 더 맛있나.

사실 밥은 전주가 좀 더 맛있다.

역시 음식은 전라도다.

사실 전북 클럽하우스는 어느 곳과 비교하기에도 어려운 최고의 시설이다. 시설에서 전북을 이길 수 있는 구단은 없다. 그런데 포항도 최근에 신축한 클럽하우스 내의 퍼포먼스 센터는 그에 못지 않다. 장비도 최신식이다.

어디가 더 외지인가. 이건 정말 팽팽할 것 같다. 두 클럽하우스 모두 사람 한 명 찾아보기 어려운 시골에 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도 송라에 있는 포항 클럽하우스가 더 시골이다. 처음 송라에 가는데 국도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빠지더니 여기 클럽하우스가 있다는 거다. ‘아 봉동보다 더 외지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동과 송라를 번갈아 가는 경험을 한 축구선수는 많지 않다.

나한테는 두 클럽하우스 모두 감사한 곳이다. 나를 불러준 포항에 감사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를 많이 사랑해주셨고 다시 불러주셨다. 전북도 마냥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려 한다. 전북 구단에서도 날 배려해줬다. 누구 하나 밉고 그런 건 없다. 양 팀 모두에 감사하다.

경남 시절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임한 최영준. ⓒ프로축구연맹

지난 해 7월 전북에서 포항으로 처음 임대 가던 때를 기억하나.

전북에서 급하게 임대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는 고민할 시간이 채 하루도 주어지지 않았다. 아마 이적시장 마감 바로 전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북에서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고 나도 잠깐 고민을 하다가 포항으로 임대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결정했다. 전북에서도 나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전북을 떠나는 마음과 포항에서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다.

아내가 전주에 있고 나 혼자 포항으로 가는 상황이었다. 급하게 추진된 임대라 준비를 할 시간도 없었다. 포항으로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경기에 못 나가거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더 이상 변명할 것도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전북에서는 사실 조금 다친 것도 있었지만 기회를 많이 못 받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포항에서는 기회를 주는데 못하면 할 말이 없는 거 아닌가. 포항에서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뛰고 싶었고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 당신은 포항 소속으로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울산을 잡으면서 전북의 우승에 일조했다. 참 묘한 관계다.

그날은 정말 좋았다. 울산이 포항의 라이벌 아닌가. 그런데 그 경기에서 우리 경기력이 워낙 좋았고 완벽히 이겼다고 생각한다. 포항도 이기고 그로 인해 전북도 우승을 했으니 나는 다른 선수들보다도 기쁨이 두 배였다.

사실 전북이 우승해도 당신에게 떨어지는 건 별로 없지 않은가.

뭐 그렇긴 하다. 하지만 나는 전북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다. 내가 임대는 왔지만 전북 선수들 ‘단톡방’에서는 나가지 않았다. ‘단톡방’에서 작별인사는 다 했는데 나가지 않고 모른 척 하고 있었다. 마지막 경기 전에 동국이 형이 ‘단톡방’에서 “영준아 잘 부탁한다”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단톡’을 남겼다. 전북 우승을 위해 온 선수였는데 전북에서 한 게 없어서 미안했다. 그랬더니 전북 선수들이 다들 “잘 부탁한다”고 해줬다.

그런데 ‘단톡방’에서 나가지 않은 건 반칙 아닌가. 전북 구단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언제 훈련하고 언제 뭐하는지 다 보고 있었다. 물론 나도 포항에서 신경 쓸 게 많아 그냥 한 번 쓱 훑어보는 정도지 그걸 가지고 뭘 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전북 단톡방’에 잠입해 있나.

지금은 나왔다. 이번에 다시 임대를 오게 되면서 나오게 됐다. 지난 해에는 6개월 임대였지만 이적시장 마지막에 옮겨와 12월 1일에 마지막 경기를 했으니 실질적으로 포항에서의 생활은 4개월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1년 임대는 좀 길긴 길다. 1년 임대를 와 놓고 전북 ‘단톡방’에 계속 있는 건 눈치 보여서 나왔다.

경남 시절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임한 최영준. ⓒ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 임대 종료 후 작별인사를 했던 포항 선수들과 다시 만나는 건 민망한 일일 것 같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선수들은 “형 다시 와요”라고 했는데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경기장에서 또 만나자”고 인사를 했다. 그때는 다시 포항으로 또 임대를 올지 전혀 몰랐다. 당연히 전북에 합류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도 포항 엠블럼이 박힌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

시즌 종료 후 나는 전북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조심스럽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자면 나는 기다리는 상황이었고 전북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포항은 나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북에서는 내가 애매했던 것 같다. 나를 쓰고 싶기는 한데 감독님이 나를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 내가 애매해졌다.

그래서 다시 포항행을 결심한 건가.

결국 내가 선택했다. 여러 상황을 듣고는 전북에서 내 의견을 물었다. 전북에서 다시 한 번 부딪혀 보겠느냐고도 물어봤지만 그건 좀 아니라고 판단했다. 포항에서 6개월 동안 보여준 게 있는데 다시 작년처럼 돌아갈 것 같았다. 또 6개월을 쉬다가 2020년 여름에 어디로 갈 것 같았다. 내가 살기 위해서 선택했다. (이)수빈이와 맞임대인데 전북에서도 22세 이하의 어리고 잘하는 선수와의 맞임대라 좋은 제안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전북에서 두 번이나 임대를 보냈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자존심은 진짜 상한다. 작년에 내가 포항에 올 때 포항은 9위였고 강등권과도 승점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내가 왔다가 잘못되면 나도 힘들어진다’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뛰었다. 꼭 내 덕은 아니지만 이후 완델손이 물이 올랐고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잘해줬다. 나도 내가 보일 수 있는 기량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북에서 다시 임대를 결정하게 된 건 자존심이 상하긴 한다. ‘이거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전북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가.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전북에 섭섭하거나 그런 건 없다. 나는 전북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걸 잘 안다. 구단에서는 항상 나를 걱정해 주시고 신경 써 주셨다. ‘뭐 때문에 이럴까’라고 많이 생각해 봤는데 전북에서도 1년 임대를 다시 보낸 건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혼자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나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한 팀에서는 두 번째 임대를 보냈고 또 다른 한 팀에서는 주장을 맡겼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 포항에서는 마음이 편한 게 있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경기에서 실수를 하면 ‘거봐 그렇지’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잘한다고 믿는 선수는 실수를 해도 ‘그럴 수 있다’고 반응한다. 물론 전북에서는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훈련 시설도 좋았고 동료들의 실력도 뛰어났다. 최고의 시설을 경험하고 ‘와 이게 프로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다.

다시 포항에 왔다.

“형이 와서 든든하다”고 말해주는 동료들이 있다. 물론 (이)수빈이가 팀을 떠나서 아쉬워하는 선수도 있겠지만 내 앞에서는 다 좋은 말만 해주더라. 수빈이는 내가 전북 ‘단톡방’을 나가기 전에 먼저 포항 ‘단톡방’을 나갔다. 빨리 나가더라.

경남 시절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임한 최영준. ⓒ프로축구연맹

참고하겠다. 올 한 시즌 동안 다시 포항을 위해 뛰게 됐다.

작년에는 6개월 임대라 가족들은 다 전주에 있고 나만 포항에서 숙소 생활을 했다.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1년 임대라 아예 가족들도 포항으로 이사를 왔다. 작년보다는 더 안정된 생활을 하며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임대 선수가 주장을 맡았다는 부담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사실 그런 부담감이 꽤 크다. 정말 잘하고 싶다. 자존심이 상했으니 그걸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만회하고 싶다. 작년에는 개인적으로 내가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올해는 주장을 맡으면서 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인 욕심은 잠시 넣어두고 팀이 먼저 잘 돼야 한다. 팀이 잘 돼야 개인도 빛난다.

전북전에는 나올 수 있나.

전북전은 계약 때문에 못 뛴다. 구단끼리 그렇게 합의했다고 들었다.

당신이 전북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전북과 처음에 3년 계약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올해도 임대다. 내년 이맘때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어디에 있건 자신 있다. 내가 대학교 1학년을 마친 뒤 연습생으로 경남FC에 입단했다. 연봉이 1,200만 원이었다. 연봉 1,200만 원을 받던 시절에 비하면 더 힘들 수도 없다. 그때는 숙소비 떼고 세금 떼면 한 달에 60만 원 정도 벌었다. 거의 용돈 수준이었는데 훈련 도중 내기에 한 번 걸리면 그 돈마저도 나간다. 그래서 가벼운 내기도 죽기살기로 했다. 지금은 계약기간이나 연봉도 중요하지만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하루하루 열심히 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마무리하고 싶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포항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는 게 목표다. 그런데 그냥 턱걸이해서 진출권을 얻는 게 아니라 더 높은 위치에서 놀고 싶다. 우승? 우승이라기에는 목표가 너무 높은 거 같기도 한데 ‘올 시즌 포항 말도 안 된다’ ‘포항 미쳤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내가 설레발을 별로 안 좋아한다. 사실 목표는 있는데 굳이 인터뷰에서 설레발을 떨고 싶진 않다. 국가대표 그런 거 아니고 올해 미친 듯이 잘해서 인정받고 싶다.

최영준은 인터뷰를 하면서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최대한 예의를 갖춰 이야기했다. 그는 선수로서 두 번이나 임대를 떠나야 하는 이 상황이 자존심이 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지만 그렇다고 전북에 대한 악감정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속한 포항의 올 시즌을 고민했다. 주장 완장까지 차고 스틸야드를 누빌 최영준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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