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서귀포=조성룡 기자] 추효주는 A매치 데뷔골 만큼 풀타임이 기뻤던 모양이다.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장슬기와 추효주, 지소연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베트남을 3-0으로 꺾었다. A조 1위를 확정지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는 플레이오프에서 B조 2위와 대결을 펼쳐 승리할 경우 역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의 역사를 쓰게 된다.

콜린 벨 감독 부임 이후 추효주는 대표팀의 유망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00년생의 어린 나이지만 경험을 조금씩 쌓고 있다. 지난 2019년 열린 EAFF E-1 챔피언십 대만전에서 측면 수비수로 A매치 데뷔에 성공했고 이번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는 미얀마전에 이어 베트남전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베트남전이 그의 세 번째 경기였다. 이전 두 경기에서는 골이 없었다.

세 번째 경기에서 공격수의 역할을 부여받은 추효주는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열심히 뛰었다. 사실 A매치 데뷔골은 더 일찍 터질 뻔했다. 전반 초반 상대 뒷공간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받은 추효주는 가볍게 골키퍼를 넘기는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추효주는 멋쩍게 웃으며 데뷔골을 다음으로 기약했다.

그리고 잠시 뒤 드디어 추효주는 골망을 흔들었다. 베트남 골문 앞에서 혼전 상황이 벌어졌고 양 팀 선수들이 공 하나를 놓고 뒤엉켰다. 그 와중에 추효주가 집중력을 발휘해 골을 넣었다. 앞선 상황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부심의 기가 올라가 있었다. 오프사이드였다. 두 번의 데뷔골 기회를 모두 오프사이드로 날려버린 셈이었다.

이 쯤 되면 어린 추효주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에 위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추효주는 더욱 과감해졌고 결국 데뷔골을 신고했다. 후반 7분 추효주는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공을 잡자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강하지는 않았지만 정확한 슈팅은 베트남 골키퍼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베트남 골키퍼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추효주의 과감함과 정확성이 돋보였고 행운의 여신까지 도운 데뷔골이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추효주는 "이겨서 기분이 좋다"라면서 "A매치에서 풀타임을 뛴 것도 행복하다. (이)금민 언니가 다친 것은 아쉽지만 다른 선수들은 다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마친 것 같아 다행이고 기분 좋다"라고 짧게 경기 후 소감을 밝혔다. 아직까지는 취재진과의 인터뷰가 어색한 추효주다.

하지만 추효주는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바로 두 번의 오프사이드 때문이었다. 당시에 대해 묻자 추효주는 약간 억울하다는 말투로 "전반에 오프사이드 두 개 선언된 것 진짜 아쉬웠다"라면서 "나중에 경기 영상을 보니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더라. 첫 번째 오프사이드 장면부터 나는 사실 골이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주심이 휘슬을 불어서 좀 아쉬웠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추효주는 두 번째 오프사이드에서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는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솔직히 두 번째 장면에서는 '이번에는 됐다'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판정은 오프사이드였다. 추효주는 "골을 넣고 나서 부심을 보기도 전에 귀에서 휘슬 소리가 먼저 들리더라. 그래서 오프사이드인 것을 알았다. '아 진짜 오늘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추효주는 세 번째 도전 만에 골을 넣었다. 오프사이드 걱정 없는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추효주는 "슈팅을 날렸을 때 '잘 맞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하지만 너무 골키퍼 정면으로 가서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 골키퍼가 처리하지 못하고 골을 허용하더라. 주위의 언니들도 이번 경기에서 꼭 데뷔골 넣으라고 응원 또는 무언의 압박을 많이 했다. 그런 가운데 골을 넣어 정말 좋았다"라고 밝혔다.

데뷔골도 데뷔골이지만 추효주는 무엇보다 이번 경기에서 90분을 모두 소화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데뷔골보다 이것이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았다. 추효주는 "지난 EAFF E-1 챔피언십 대만전 때 풀타임을 뛸 수 있었지만 후반 18분에 근육 경련이 오는 바람에 교체됐다"라면서 "이번에도 근육 경련이 올 뻔 했다. 요즘 후반전 중간에 근육 경련의 기미가 보인다. 몸은 더 뛸 수 있는데 근육이 이상하다. 나도 좀 불안하긴 하다. 하지만 감독님이 '몇 분을 뛰더라도 100%를 쏟아라'고 강조하시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열심히 뛰었다"라고 말했다.

이제 추효주는 데뷔골이라는 자신감을 안고 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한다. 일단 추효주의 목표는 골보다는 한 번 더 풀타임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면서 "일단 종아리에서 근육 경련이 없도록 해야한다. 체력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 체격도 키워서 몸싸움에도 밀리고 싶지 않다. 여기에 부족한 기술을 더 보완해 더 많이 그리고 자주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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