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조덕제 감독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국 치앙마이=김현회 기자] 조덕제 감독은 수원FC를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올려놓았던 지도자다. K리그 사상 최초로 한 연고지의 두 팀이 격돌하는 더비도 이뤄졌다. 수원FC는 K리그1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경기력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K리그1에서 수원FC는 단 한 시즌 만에 다시 K리그2로 강등됐다. 조덕제 감독도 이듬해 K리그2에 속한 수원FC를 이끌다가 팀을 떠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조덕제 감독은 K리그2에서 절치부심하던 부산아이파크를 이끌고 4년 만에 승격의 꿈을 이뤘다. 조덕제 감독은 다시 한 번 K리그1에서 도전한다. 과연 수원FC 시절 1년 만에 K리그2로 떨어졌던 그는 올 시즌에는 어떤 꿈을 안고 K리그1 무대에 서게 될까. 수원FC 시절의 실패를 거울 삼아 새롭게 도전하는 조덕제 감독을 태국 치앙마이 전지훈련장에서 직접 만났다.

조덕제 감독은 지난 시즌 부산을 승격으로 이끌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고생이 많다.

고생은 무슨…. 남들 다 하는 고생이다. 똑같이 하고 있다.

식사할 때 보니 식당에 트로트가 흘러 나오더라.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요새 내가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에 빠져 있다. ‘미스트롯’은 이미 한국에 있을 때 다 정주행을 했고 ‘미스터트롯’은 2회까지 열심히 보다가 태국으로 와서 본방사수를 못하고 있다. 한국으로 가면 곧바로 다시보기로 다 챙겨볼 생각이다. 그래서 요즘에 트로트를 자주 듣는다.

그래도 선수들과 밥 먹는데 식당에서 트로트는 너무하지 않나. 빈치씽코와 ‘청춘을 돌려다오’는 너무 안 어울린다.

내가 튼 거 아니다. 우리 이기형 선생이 틀었다. 요즘 내가 ‘미스터트롯’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하니 식당에서 장난 삼아 그 노래를 틀었다. 내가 그래도 평소에 그 정도로 올드한 노래를 듣는 사람은 아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송가인의 팬인가.

누구의 팬은 아니다. 그런데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런 무대에 서서 박수를 받는 이들을 보는 게 좋다. 내가 아는 에이전트 중에 한 명도 ‘미스터트롯’에 서류를 넣었다가 떨어졌다. 나는 어떤 방송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다 축구와 연관 짓는다. 우리 선수들한테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하는 편이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 나온 사람들처럼 간절하게 하자고 한다.

‘미스트롯’을 보면서 축구선수들에게 교훈을 주는 사람은 처음인 것 같다.

너무 재미있지 않나.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스포’하지 말라. 가자마자 ‘미스터트롯’부터 볼 생각이다.

알겠다. 그런데 이기형 코치를 ‘이기형 선생’이라고 부르는 게 독특하다.

이기형 선생과 지금은 팀을 떠난 노상래 선생 모두 다른 팀에서 감독을 하다가 온 지도자다. 호칭 문제가 애매해 내가 선수들에게 다 ‘선생님’으로 통일하라고 했다. 나 역시 이 둘에게 ‘선생’이라는 호칭을 쓴다. 그게 가장 애매한 상황을 줄이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사람들은 이걸 ‘삼두정치’라고 하던데 어떻게 잘 운영됐는지 궁금했다.

다 각자 자기 할 일만 잘하면 문제될 게 전혀 없다.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 중이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있나.

우리가 다른 팀들보다 지난 시즌이 늦게 끝났다. 지난해 12월 8일까지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렀다. 이후 휴가를 줬다가 다시 모여서 몸을 만드는 기간이다. 이번 주까지는 몸을 만들고 다음 주부터는 연습경기를 좀 하려고 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생각보다 집에서 운동을 안 하고 왔다. 호물로는 근육 부상이 있고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도 운동량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많이 다쳤다. 운동을 많이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조덕제 감독은 지난 시즌 부산을 승격으로 이끌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특공대’도 있다고 들었다.

영남대에서 새로 올라온 성호영을 비롯해 지난 해에 준프로 계약을 맺었던 개성고 출신 권혁규, 박경민, 박호영, 이상준 등 어린 선수들이 많다. 이런 선수들에게는 더 많은 훈련을 시킨다. 어린 선수들은 쉬는 것보다 운동이 더 많아야 한다. 그런데 프로라고 내가 안 잡아주면 나이 든 선수들과 똑같이 행동하니까 저녁엔 짜증날 정도로 내가 이 선수들을 따로 데리고 다니면서 훈련을 시킨다. 이런 어린 선수들을 따로 훈련 시키니까 이 선수들에게 ‘특공대’라는 별칭이 붙었다.

훈련량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지난 해 6월부터는 아예 구단에서 얻어준 집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고 클럽하우스에서 살았다. 새벽에 애들을 깨워서 같이 운동을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자고 있으면 선수들에게 나오라고 시켰다. 젊은 선수들은 운동을 많이 해야한다.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축구를 해서는 달라질 수 없다.

전지훈련을 와서 하루에 많은 날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포함해 네 차례 훈련을 한다고 들었다.

저녁에 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이 무슨 운동인가. 그건 운동으로 치면 안 된다. 축구선수는 기본적으로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만 운동으로 쳐야 한다. 어린 나이에 성장할 때 근육이 있어야 부상이 없다. 그래서 운동을 많이 시킨다.

확실한 지도 철학이 있는 것 같다. 그간 취재해 본 K리그 팀 중에 훈련량이 가장 많아 보인다.

운동량이 많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몸이 왜소한 선수는 그래도 근육을 많이 만들어야 상대와 경합할 수 있다는 게 내 철학이다. 드리블도 한 번 연습할 거 두 번 연습한 선수가 이긴다. 축구선수는 공을 가지고 하는 걸 잘해야 한다. 그래야 ‘축구’선수다. 왜 웨이트트레이닝만 잘하면 축구선수가 아니라 보디빌딩을 해야지. 웨이트트레이닝은 기본적으로 하면서 공 다루는 기술도 키워야 한다.

알겠다. 이제 선수 보강은 다 마무리 된 건가.

아직 수적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선수단이 서른 명이 안 된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출전한 이동준과 김진규가 돌아오고 제대하는 이규성이 합류해야 29명이 된다. 여기에서 굵직한 보강을 더 할 수는 없고 이제는 더 성장할 수 있는 어린 선수가 몇몇 합류하지 않을까 싶다. 1년 정도 키워볼 선수들을 찾고 있다.

승격 이후 그래도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을 다 지켰다.

아직 다 지켰다고 볼 수는 없다. 재계약이 안 된 선수들이 많은데 일단은 전지훈련장에 다 데리고 왔다. 지난 시즌이 늦게 끝났고 시즌 종료 후 휴식을 줬다가 합류하는 과정이 굉장히 촉박해 아직 대부분 재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나는 이 선수들과 함께 가기로 결정했지만 선수와 구단의 계약은 양 측에서 하는 거다. 연봉 조정을 해야 하는데 쉬운 과정은 아니다. 부산이 몇 년 만에 승격을 했으니 선수들은 다 자기의 공로를 인정해 달라고 하는데 이걸 다 들어주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조덕제 감독은 지난 시즌 부산을 승격으로 이끌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새로 영입한 빈치씽코는 지난 시즌 안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음에도 경고나 퇴장이 너무 많았다. 지난 시즌 9득점 3도움 11경고 2퇴장을 당했다.

미팅을 해보니 생각보다 여리고 착한 친구더라.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이 선수가 정말 그렇게 많은 카드를 받았나’ 싶을 정도로 순수했다. 내가 선수 시절 경험도 있고 과거 감독들이 외국인 선수 다루던 것도 많이 봐 왔다. 여기에서 부산에서는 호물로와 노보트니도 지도했고 수원FC 시절에는 그 유명했던 시시와 가빌란 등도 관리했다. 빈치씽코라고 관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당근과 채찍 중 어느 쪽을 더 줄 생각인가.

둘 다 줘야하지 않겠나. 잘못하면 제재할 것이고 잘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줄 것이다. 식사 시간에도 봤겠지만 빈치씽코가 적응력이 좋다. 다만 몸무게가 15kg이나 늘어서 왔다.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는 110kg까지 나갔는데 며칠 만에 운동을 많이 시켜 6kg을 뺐다. 하루에 세 번씩 운동을 시키고 있다. 시즌 전까지는 95kg까지 빼놓겠다. 곧 정상적으로 돌아올 거다.

올 시즌 기대되는 영입이 있나.

아직은 공개할 수 없는 영입이 하나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이 선수가 어린 선수들까지도 잘 컨트롤을 해준다. 윤석영과 김동우, 김정현 같이 새로 온 선수들이 최근에 운동을 많이 못하고 있다. 놀다 왔는지 바로 적응을 못하더라. 한 7명 정도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골키퍼 김호준도 웨이트트레이닝만 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부상이 좀 있다.

부상도 잘 피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수원FC에서 함께 했던 김병오도 데리고 왔다.

나는 공격수들이 소극적으로 백패스하고 돌아오는 걸 싫어한다. 파워풀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의 공격수가 있다면 활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격진에 한지호와 이동준, 권용현 등이 있지만 이런 김병오 같은 파워풀한 선수는 가치가 있다. K리그1에서 어떤 측면 수비와 붙어도 공격적으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터프함을 지녔다. 좋은 공격 자원이 될 것이다.

수원FC 시절에는 승격 1년 만에 강등을 당했다. 이런 경험을 또 하지 않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

수원FC에 있을 때는 승격 당시 선수들을 대부분 K리그1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시즌도 늦게 마무리 됐고 승격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 편성도 부족했다. K리그2에서 뛰던 때와 비교해 K리그1에 올라갔는데도 예산이 크게 늘 수 없었다. 선수 영입도 많이 하지 못했다. 반면 부산은 기업 구단이고 안기헌 사장님도 많이 신경써 주고 있다. 대표급 선수들을 데리고 왔다. 수비가 약했는데 수비수들도 영입을 잘했다. 1년 만에 강등을 경험한 수원FC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그 당시 감독 경험이 올 시즌 생존에서는 좋은 무기가 되지 않을까.

수원FC에 있을 때는 공격 축구에 대한 부담도 꽤 있었다. 언론에서도 수원FC의 공격 축구를 많이 부각했다. 부담 없이 내가 하고 싶었던 대로 할 수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너무 공격에만 치중했던 것 같다. FC서울하고 경기를 하는데 0-0으로 비기고 있는 후반 막판에도 공격을 하다가 한 골을 먹고 졌다. 수원삼성을 상대로는 무식하게 공격을 해 5-4로도 이겨봤다. 전북 원정에서도 끝까지 이기려고 하다가 한 방을 얻어맞고 졌다. 승점 관리를 못했다. 이제는 나도 경험이 생겨서 그렇게는 안 한다. 한 번 실패했는데 두 번 실패는 안 할 거다.

조덕제 감독은 지난 시즌 부산을 승격으로 이끌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승점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0-0으로 비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기려고 기를 쓰고 달려들어 상대에 승점 3점을 주고 우리는 승점 1점도 못 따는 축구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꼭 수비적인 축구를 한다는 게 아니라 최대한 효율적으로 승점 관리를 하고 싶다. 나중에 이런 승점 1점, 1점이 결국 리그 순위에 영향을 끼친다.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가면 좋겠지만 아직은 K리그1에서의 적응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니 생존에 더 무게를 둬야하지 않을까.

수원FC 시절에 승점을 39점이나 따고도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지금껏 다이렉트 강등을 당한 팀 중에 승점이 제일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2018년에 전남이 강등을 당할 때 승점이 32점이었고 지난 시즌 제주는 승점 27점으로 다이렉트 강등을 경험했다. 수원FC는 2016년에 10승 9무 19패 승점 39점을 따고도 바로 K리그2로 떨어졌다. 떨어져서는 안 되는 승점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당시 구성원과 지금 부산의 구성원을 비교해 보면 그렇게 많은 승점을 따고도 강등되는 일을 없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목표를 말해달라.

목표는 끝이 없지만 그래도 강등권에서 벗어나는 게 1차적인 목표다. 지난 시즌 K리그1을 보면 마지막까지 10위와 11위, 12위와 치열하게 경쟁했다. 올 시즌 우리가 거기에는 들고 싶지 않다. 누군가는 부산 정도면 상위 스플릿에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일단은 우리 부산이 10위~12위권만 피하면 1차적인 성공이라고 본다. 그 이후에는 9위보다는 8위, 8위보다는 7위를 하고 싶다.

조덕제 감독은 선수들에게 땀을 가치를 이야기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을 훈련장으로 직접 이끌고 와 하나 하나 세세하게 지도할 만큼 열정적이다. 또한 K리그1에서 한 번의 강등을 경험한 조덕제 감독은 올 시즌에는 그런 아픔을 또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조덕제 감독이 K리그1에서 보여주는 두 번째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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