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감독을 태국 치앙마이에서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국 치앙마이=김현회 기자] 지난 시즌 K리그1 최종전에서 포항에 일격을 당하며 전북에 우승을 내준 울산현대가 새로운 시즌을 향한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앞세워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한 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도훈 감독도 현재 태국에서 선수단과 함께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과연 지난 시즌 아깝게 우승 트로피를 내준 울산현대의 최근 분위기는 어떨까. 직접 김도훈 감독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눴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 이후 오랜 만이다.

반갑다. 요새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심히 전지훈련 중이다. 여기는 선수 때도 안 와본 곳이다. 현역 시절 대표팀 경기가 있을 때만 잠깐 태국에 와 봤는데 태국하면 덥고 힘들 거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환경이 좋을 줄은 몰랐다. 울산현대도 윤정환 감독 시절 여기로 한 번 전지훈련을 왔다고 하던데 다시 여기로 오게 돼 만족스러워 한다. 방콕은 많이 덥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훈련하기 딱 좋다.

요새도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중년의 몸이 아니다.

무슨 소린가. 살이 요새는 다 배로 갔다.

아니다. 그 정도만 해도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선수들이 땀 흘릴 때 같이 땀을 흘리려고 하는 편이다. 원래는 더 근육이 많았는데 이제는 근육이 빠지니 평범해졌다. 그래도 어깨가 떡 벌어진 편이라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요새는 운동을 게을리 하면 바로 티가 나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있다.

전지훈련을 와서 굉장히 복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들었다.

7일 날 한국을 출발해 여기에서 쭉 훈련을 하다가 잠깐 베트남을 다녀왔다. 베트남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주관하는 친선대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계속 여기 태국에서 훈련만 했다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왔다.

비즈니스적인 대회였던 모양이다.

현대오일뱅크 본사에서 추진하는 경기다. 베트남 쪽과의 비즈니스에도 중요한 경기였다. 이걸 3년째 해오고 있다. 작년까지는 하노이에서 했고 올해는 호치민에서 했다. 정해성 감독이 이끄는 호치민시티FC와의 경기였는데 이게 나름대로의 국제대회다. 실전처럼 준비할 수 있는 기회여서 이번에도 최선을 다했다. 김인성의 한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울산은 지난 시즌 막판 집중력을 잃으며 준우승을 기록했다. ⓒ 프로축구연맹

나름대로 올 시즌 첫 국제대회 우승 아닌가.

우승 트로피까지는 없다. 그냥 한 경기 이긴 것뿐이다. 호치민 팬들과 우리 교민 정도만 와서 즐기는 경기다. 그래도 베트남 언론에서도 줄곧 소개됐고 실전처럼 준비하는 경기라 좋았다. 베트남에서도 생중계됐다. 여기 태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잠시 다녀온 셈이다.

오늘은 훈련이 없나.

오전 훈련을 했고 오후에는 훈련 없이 휴식이다. 내일 콘사도레 삿포로와 연습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그래서 그 경기에 대비해 오늘 오후에는 쉬기로 했다. 여기 같은 숙소에서 울산현대 선수들과 광주FC 선수들이 막 섞여 있다. 방 배정 문제 때문에 두 팀이 뒤섞인 채 생활 중이다. 오다가다 광주FC 선수들도 마주 만난다. 지도자한테는 별로 불편한 게 없겠지만 선수들한테는 불편하지 않을까.

한 지붕에서 두 팀이 생활하는 건 특별한 일이다.

부담감 같은 건 없다. 늘 운동장에서 보던 선수들이다. 같이 나이대 선수들이 많아 선수들끼리도 크게 문제 없이 잘 지내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 팀에서 광주로 이적한 김창수를 식당에서 밥 먹다 만났다. 이적한 느낌이 별로 안 든다. 현역 시절 함께 뛰었던 박진섭 감독과 유경렬 코치도 자주 마주친다. 여름도 축구를 하면서 많이 봐 온 선수다. 광주FC 신인선수들 몇몇은 생소하지만 나머지는 다 아는 사람들이다. 불편할 게 별로 없다.

당신이 지난 시즌 종료 이후 하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칩거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별로 기자들이 궁금해하지 않은 거 같다. 실제로 전화를 해 와 안부를 묻는 기자들도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 집에만 있었다. 우승하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있었고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컸다. 다들 리그 막판에는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우승을 놓친 아쉬움이 너무 컸다. 오죽했으면 시즌이 끝나고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살을 앓았겠는가. 집에서 다시 한 시즌을 차분히 돌아봤다. 한 경기 때문에 1년 동안 우리 선수단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갔으니 감독이 책임을 져야한다. 집에서 명상하면서 그냥 있었다.

그 포항과의 마지막 경기는 두고 두고 가슴에 남을 것 같다.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나. 우리가 우승을 했으면 시즌 도중 좋지 않았던 부분도 잘 넘어가고 잘한 부분만 부각될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스포츠는 결과다. 마지막 경기에서 전북과의 대결을 잘 넘기고 포항을 만난 뒤 우승을 못한 건 정말 아쉽다.

칩거하면서 열심히 ‘카카오 장기’를 두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소문은 누가 내는 건가. ‘카카오 장기’ 어플을 깔긴 했다. 장기를 둘 줄은 알지만 자주 해보지도 못했고 잘하지도 못한다.

정말인가.

그렇다. 우리 팀에 지난 시즌 선수들 사이에서 장기 열풍이 불었다. (이)근호를 비롯해서 (김)인성이, (박)주호, (박)용우 등이 시간만 나면 장기를 두고 있더라. 그래서 인성이한테 “그게 뭔데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있어? 나도 좀 해보자”고 했더니 인성이가 어플을 깔아주더라. 10몇급 된다. 그렇다고 자주 두는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에 깔려 있어 가끔 시간 날 때 한 번씩 두는 게 전부다. 내가 칩거하면서 장기를 두고 있다고 별 걸 다 가지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장기를 잘 두지도 못한다.

오해였다는 건가. 사실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계속 오해할 뻔했다.

당연히 오해다. 장기라도 잘 두고 그런 말을 들으면 말이라도 안 한다. (김인성은 이 이야기를 듣더니 “감독님이 장기를 못 두시는 건 우리도 다 인정하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아까는 광주FC 선수들이 오목을 두는 데 당신이 옆에서 훈수를 하더라.

남의 오목이나 장기에서는 다 수가 보이더라. 그런데 내가 두는 장기나 오목에서는 그 수가 안 보인다. 광주FC 고참인 여름이 후배들과 오목을 두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여서 훈수를 좀 두려고 해봤다.

울산은 지난 시즌 막판 집중력을 잃으며 준우승을 기록했다. ⓒ 프로축구연맹

올 시즌에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둘 생각인가.

잘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야하고 전술적으로도 더 세밀해야 한다. 득점을 하기 위한 전술을 물론이고 공을 빼앗겼을 때 다시 압박해 공을 다시 탈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점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

태국에 와서 여러 K리그 팀의 전지훈련을 보니 훈련량이 정말 많은 팀이 있는 반면 간단한 훈련으로 마무리하는 팀도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나는 중간이다. 적당한 훈련을 요구한다. 사실은 어느 쪽이 더 효과가 큰지는 잘 모르겠는데 올해는 상대를 체력적으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많이 뛰어야 뭘 할 수 있다. 몸을 만드는 단계가 있다. 저강도 유산소와 고강도 유산소 훈련, 스피드 훈련, 지구력 훈련 등으로 나눠 단계별로 선수들의 몸 상태를 끌어 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선수 보강도 더 있을까.

아직 진행 중인 이적도 있긴 하다. 이적시장이 닫힐 때까지는 선수 보강을 마무리했다고 말할 수 없다.

주니오가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주니오에 대한 소문은 많다. 탐내는 팀들도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와 계약이 아직 1년 남아 있다. 주니오와 미팅을 했는데 올해까지 울산과 계약돼 있으니 팀에 헌신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주니오와 함께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승규가 일본으로 떠난 빈자리가 안타깝기도 하다.

김승규가 마지막 포항전에서의 실수 한 번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꼭 추격해야 하는 경기에서 과욕이 있었지만 그 실수 하나로 선수를 평가하는 건 가혹하다. 보는 입장에서도 안타까운데 자기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선수가 자기 길을 찾아 떠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일본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길 응원한다.

혹시 그 뼈아픈 실수가 이적에도 영향을 끼쳤을까.

그런 건 아니다. 계약 문제였다. 김승규가 고베에서 돌아올 때 바이아웃 조항이 있었다. 계약에 따른 이적이었다. 나는 솔직히 김승규와 같이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잡을 수가 없었다. 김승규가 고베에 있을 때 스카우트가 가시와레이솔의 감독으로 있다. 그 분을 믿고 간 것이다.

떠나는 김승규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따로 한 이야기는 없었다.

김보경도 떠났다. 그것도 우승 경쟁팀인 전북으로 향했다.

왜 거기로 갔는지 모르겠다. 아마 전북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 우리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시간도 있었는데 김보경으로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 선택이 아니라 김보경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로서는 안타깝다. 김보경이 와서 전력이 많이 좋아졌었는데 전북으로 떠났다. 우리 전력은 마이너스가 되는데 저쪽(전북) 전력은 동시에 플러스가 됐다. 이건 상당한 타격이다.

마음이 쓰릴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 감독으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김보경은 이적을 확정 짓기 전에 우리 집 근처에 와서 나와 이야기도 나눴다. 하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울산은 지난 시즌 막판 집중력을 잃으며 준우승을 기록했다. ⓒ 프로축구연맹

그래도 김승규의 빈자리를 조현우를 채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지 않은가.

우리 전력강화부가 일을 참 잘했다. 김승규가 팀을 떠난다는 게 결정된 뒤부터 전력강화부가 재빨리 움직였다. 김승규의 빈자리를 누군가로 메워야 하는 상황 아닌가. 김승규 에이전트와 미팅을 한 뒤 곧바로 대책을 세웠다. 항상 리스트에 올라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 중에 조현우도 있었지만 그 친구는 해외로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와 이야기가 잘 됐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자마자 나와 통화도 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몸 상태에 대해 물어봤다. 훈련소에서 ‘짬밥’ 먹으면서 운동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정도 수준의 선수는 나름대로 훈련소 안에서도 몸 관리를 했을 거다. 현재 국외여행허가가 나오지 않아 태국 전지훈련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따로 훈련하다가 우리가 한국에 들어가면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조현우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다.

조현우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만 하면 된다. 수비수들과의 소통은 경기를 하면서 맞춰나가면 된다. 워낙 능력이 좋은 선수라 믿고 있다. 관중 동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기가 많은 선수 아닌가. 조현우를 보기 위해 더 많은 팬들이 찾아왔으면 한다.

또 다른 영입 선수들 중 기대되는 선수들이 있나.

정훈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몸이 아주 좋다. 체구는 작지만 운동을 많이 해 피지컬이 좋다. 또한 비욘 존슨도 신장과 헤딩, 스피드가 뛰어나다. 김민준을 비롯해 최준, 이동경 등 어른 선수들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기존 선수들이 많이 빠지는 바람에 이런 새로운 선수들이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비욘 존슨은 아직 생소한 선수다.

타겟맨보다는 공을 주고 나서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내는 유형의 선수다. 물론 키도 크고 활동량도 좋아 헤딩도 준수하다.

비욘 존슨 영입은 주니오를 이적시키겠다는 걸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 왠지 둘이 많이 겹치는 것 같다.

비욘 존슨이 주니오와 겹치는 건 없다. 다른 스타일이어서 괜찮다. 같이 경기장에 투입하게 되면 상대가 부담을 많이 느낄 것이다.

올 시즌에는 전북을 꼭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전북을 잡기 위해서는 어떤 게 더 필요할까.

작년까지는 그래도 전북에 근접했다. 전북과의 대결은 결국엔 자신감 싸움이다. 작년에는 우리 선수들이 전북이라는 팀의 기에 눌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다. 올해도 얼마만큼 이런 자신감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전북은 어느 하나 단점 없이 고르게 잘하는 팀이다. 우리는 자신감을 무리로 싸워야 한다. 자신감이 없으면 우리 팀에서 나가야 한다.

지금 전북은 대단한 팀이지만 당신이 선수로 뛸 당시의 전북은 그렇지 않았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건 오래된 팬들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전북 선수 출신이라는 것도 이제는 젊은 팬들은 잘 모른다. 지금은 전북 출신이라고 하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때는 전북 출신이라는 걸 부끄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만큼 전북은 열악했다. 전북 축구 역사의 시작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

당신이 뛰던 그때는 전북다이노스였다.

그때를 기억하는 걸 보니 당신도 나이가 꽤 있는 모양이다. 완산 푸마가 있었고 그 다음에 전북버팔로를 거쳐 전북다이노스가 창단했다.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팀이었다. 그때 전남에는 드래곤즈가 생기고 전북에는 다이노스가 창단했다. 현대자동차에서 전주에 공장을 세우면서 홍보팀 예산 조금 남은 걸로 전북다이노스를 시작했다. 지금처럼 이런 큰 팀이 될 줄은 몰랐다.

어떻게 전북과 인연을 맺게 됐나.

우리 위에 선배들이 다들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은행 팀으로 갔다. 노상래, 김태영, 김인완 이런 형들이었다. 그러다가 다 전남드래곤즈가 창단될 때 우선 지명으로 전남에 가게 됐다. 나도 그때 전남에 갈 뻔했다. 그런데 1994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내가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넣은 뒤 전북도 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전북의 선택을 받고 프로 무대에 데뷔하게 됐다.

울산은 지난 시즌 막판 집중력을 잃으며 준우승을 기록했다. ⓒ 프로축구연맹

당시 전북은 얼마나 열악했나.

숙소가 없어서 여인숙에서 잤다. 아직도 기억난다. 전북월드컵경기장이 생기기 전이어서 덕진동에 있는 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했다. 프로야구 쌍방울과 바로 옆 경기장을 썼다. 숙소는 거기 사거리에 있는 동백장 여관이었다. 그러다가 현대자동차 사원들이 쓰는 숙소에 들어가서 생활하게 됐다. 그 주위에 아무 것도 없이 달랑 훈련장 하나하고 숙소만 있었다.

요즘 전북의 위상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들 힘든 시기에 온 선수들이라 배고픔이 있었다. 강팀과 경쟁해도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망신 당하지 말자는 분위기였다. 그때는 운동을 정말 많이 했다. 체력이 좋아야 한다면서 산도 타고 비닐하우스도 뛰어다녔다. 전지훈련을 전주에서 성남으로 갔다.

비닐하우스를 뛴다는 건 뭔가.

차경복 감독님이 성남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성남 육상 선수들이 훈련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경기장 육상 트랙을 비닐하우스로 다 덮어 놓은 곳이었다. 여기에서 달리기 훈련을 시키더라. 힘이 들면 트랙을 침범해 살짝 가로질러 가는 게 꼼수인데 트랙이 다 비닐 통로로 덮여 있으니 가로질러 갈 수도 없었다. 아주 죽을 만큼 훈련했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는 남한산성으로 데리고 가 산을 뛰게 했다. 아주 독한 팀이었다.

난 요새 축구 이야기보다 이런 옛날 이야기가 더 좋다.

요새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다.

그러면 다시 최근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그래. 옛날 이야기는 사석에서 하자.

알겠다. 새로 영입할 선수에 대해 살짝 먼저 말해주면 안 되나.

이렇게 멀리까지 왔으니 뭔가 소스를 주긴 해야 하는데 사실 지금은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며칠 일찍 왔으면 조현우 영입 소식을 먼저 말해줬을 텐데 아쉽다.

요즘 축구팬들은 이적설에 굉장히 흥미롭게 반응한다. 이런 걸 좋아한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아내는지 모르겠다. 사무국과 선수 영입에 관해 잠깐 이야기만 나눠도 축구 커뮤니티에 그 선수 이름이 뜨더라. 혹시 사무국에 정보를 유출하는 사람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건 생각 못해봤는데 앞으로 한 번은 의심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다른 팀 이적설이라도 좀….

큰 이적은 대부분 다 끝난 것 같다. 우리도 있으면 슬쩍 말해주겠는데 지금은 없다.

이적시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는 보강을 계속 하겠다고 했다. 어느 포지션을 더 보강할 계획인가.

미드필드하고 윙포워드는 늘 지켜보고 있다. 더 공격적인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선수들은 늘 주시한다. 국내 선수들은 이동이 거의 끝났는데 사실은 주니오 자리가 조금 고민스럽긴 하다. 여기에 믹스가 나간 자리도 아쉽다. 믹스는 임대로 데려왔던 선수라 구단간 협상이 필요했는데 맨체스터시티 측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울산은 올 시즌에 또 다시 2위를 해도 실패한 시즌이라고 할 사람들이 많다. 전북을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해야만 성공적인 시즌이라고 평가받을 것이다. 이에 대한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없는 척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지난 시즌에는 많은 준비를 했고 발전이 있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돕는 분들까지 모두가 하나가 돼 우승을 위해 나섰다. 그런데 마지막 경기를 그르치면서 결국에는 그 노고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언제 또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도 지난 해처럼 다시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빼앗아 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북도 우리가 많이 쫓아갔으니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시즌 포항전 막판 연속적으로 골을 허용하고 무너질 때는 벤치에서 너무나도 괴로웠을 것 같다.

골 먹는 건 상관없었다. 우리가 넣으면 되는 경기였다. 그런데 그러면서 더 급해졌다. 몇 골을 먹더라도 골이 필요한 경기였는데 끝나고 나니 너무 허무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비겨도 된다는 심리적인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했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 감독 책임이다. 내가 부족해서 진 경기였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자꾸 지난 시즌 이야기를 꺼내 미안하다.

아니다. 괜찮다.

그만큼 지난 시즌이 아쉬웠고 또 당신이 그 이후로 이 이야기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 이런 질문도 이해해 달라.

우리가 포항하고 하기 바로 전 경기가 홈에서 전북하고 하는 경기였다. 그날 이겼으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초점을 다 맞췄는데 결국은 그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 경기 내용은 밀렸어도 결과는 내야했던 경기였다. 막판에 김태환과 믹스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 경기를 잡았어야 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 막판 집중력을 잃으며 준우승을 기록했다. ⓒ 프로축구연맹

이제 올 시즌 이야기를 해보자. 울산이 전북에 비해 나은 게 있다면 어떤 점일까. 이 점을 극대화한다면 전북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냉정하게 말해 우리가 전북에 비해 나은 건 없다. 우리는 전북보다 돈도 많이 못 쓰고 선수층도 두텁지 못하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현실적으로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 우리 팀의 조직력도 좋지만 전북 역시 개인 기량은 물론 조직력도 뛰어나다. 우리가 어느 하나 앞서지 못하는데도 지난 시즌 마지막까지 전북과 경쟁한 것 자체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 점에서 선수들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우리 선수들도 전북과의 경쟁이 얼마나 힘겨운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전북과 경기하는 팀은 일단 수비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지난 해 전북전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전체적으로는 전북에 뒤지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가 전북보다 나은 게 있다면 당연히 다 이겨야지. 그런데 그렇지 않으니 우리는 어떻게든 노력하고 준비해 이걸 뒤집어 보려는 것이다.

알겠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어떤 목표로 임할 계획인가.

팀 목표는 우승이다. “이번에는 꼭 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어떻게 전략적으로 임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지난 시즌에 한 번 실패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다시 도전한다면 보다 더 노련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주전 선수들이 많이 빠졌지만 새로운 선수들과의 조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도훈 감독은 전북과의 격차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격차를 뒤집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과연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올 시즌 K리그1 우승 도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절대 1강’ 전북을 넘을 수 있을까. 우승이 아니면 실패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김도훈 감독은 올 시즌 또 한 번의 시험대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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