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전지훈련장에서 직접 만난 임선영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국 치앙마이=김현회 기자] 전북현대 소속이던 임선영이 성남FC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11년부터 광주FC에서 주전으로 줄곧 활약했던 임선영은 이후 전북현대로 이적한 뒤에도 꾸준히 경기에 출장했었다. 지난 시즌에도 전북에서 22경기에 출장해 5골 3도움의 기록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새로운 도전을 위해 성남행을 택했다. 그가 전북을 떠나 성남으로 옮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태국 전지훈련장을 찾아 임선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갑다. 요새 컨디션은 어떤가.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 중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팀 훈련에 늦게 합류했다. 이제 훈련을 시작한지 2주가 좀 지났다.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닌데 천천히 적응하고 있다.

팀 적응은 잘 하고 있나.

워낙 팀 내 아는 선수들이 많아 적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골키퍼 (김)근배 형은 차범근축구교실 때부터 초중고를 같이 했고 안영규와 주현우는 광주FC 시절 동료다. 이창용은 안산경찰청 시절 후임이다. 또한 여기에서 처음 만난 선수들도 다들 착하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

실제로 마주하니 정말 존박과 닮았다.

많이 들었다. 실제로 보면 더 닮았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내가 존박보다 낫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렇게 당신과 마주한 건 처음인데 정말 존박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친근하다.

친근하면 좋은 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당신도 냉면을 좋아하나.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이 질문은 왜 하는 건가.

존박이 냉면 마니아다.

나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한식파’다.

임선영은 지난 시즌까지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프로축구연맹

알겠다.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냉면을 좋아하는지 보다는 성남을 택한 이유다. 아직도 당신의 옷에 있는 그 성남 엠블럼이 어색하다.

감독님이 가장 큰 이유였다. 김남일 감독님이 나에게 직접 연락을 주셔서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에 크게 흔들렸다. 김남일이라는 분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유명하신 분 아닌가. 그런 분이 먼저 연락을 주셔서 성남에 대한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다.

원래 김남일 감독과 안면이 있는 사이인가.

전혀 몰랐다. 내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전북과의 2년 계약이 끝나고 재계약을 맺지 않기로 해 팀을 나온 상황이었다. 여러 팀과 대화 중이었는데 사실 거기에 성남은 없었다. 너무나도 머리가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도자 라이선스 수업을 받은 뒤 머리도 식힐 겸 아내와 스위스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 받았더니 “나 김남일 감독인데”라고 하시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나라면 장난 전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러면서 김남일 감독님이 “같이 하고 싶다”면서 “우리 팀에 와 달라”고 했다. 감독이 선수 영입을 위해 이렇게 직접 전화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진짜 놀랐다. 감독님께는 “너무 감사한데 일단 선뜻 대답은 못 하겠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했다. 그 자리에서 당장 결정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머리를 식히러 간 여행이었는데 이때부터 더 복잡해 지더라. 스위스의 멋진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부터 정말 고민이 컸을 것 같다.

솔직히 스위스에 가기 전에는 다른 팀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적 진행 상황을 보니 그 팀 입장에서는 내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를 정말로 원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고 나와 어울리는 팀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생각이 많아졌다. ‘감독님이 직접 전화를 해 와 달라고 하는 팀으로 가자’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성남행을 확정지었다.

성남행에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지 몰랐다.

스위스에서 돌아올 때까지는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지 계약서에 사인을 할 정도로 마음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귀국 후 2~3일 정도 생각한 뒤 시간을 더 끌면 나만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을 찾는 이 스트레스를 빨리 끝내고 내가 원하는 팀을 선택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귀국 2~3일 뒤 바로 결정하고 성남과 사인했다.

임선영은 지난 시즌까지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프로축구연맹

김남일 감독이 반겨주던가. 이후로 통화도 자주했나.

사실 처음 전화 통화를 포함해 딱 두 번 전화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에도 별로 안 챙겨주던가.

내가 계약서에 사인하러 간 날이 성남 선수단의 태국 전지훈련 출발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계약서만 쓰고 며칠 뒤에 태국으로 합류하기로 했다. 집이 아직 전주에 있어서 이사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직은 집이 전주다. 전지훈련이 끝나면 한국에 돌아가서 또 이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어쨌든 선수단 출국 전에 계약서를 쓰고 감독님께 인사만 드렸다.

전지훈련에 뒤늦게 합류하니 김남일 감독이 많이 반겼을 것 같다.

사실 여기와서 말도 제대로 나눠보지 못했다.

영입 땐 자상하게 전화도 해주더니 속은 거 아닌가.

그런 건 아닐 거다. 여기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아직 개인 면담도 안 해본 걸로 안다. 태국에 오니 “몸 상태가 어느 정도냐”, “운동은 언제부터 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 다른 건 별로 안 물어보셨다.

아무래도 속은 거 같은데.

전북 시절부터 팀 동료들에게 김남일 감독님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주용이하고 내가 친한데 여기 오기 전부터 가끔 김남일 감독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전북 시절 김남일 감독님과 선수로 함께 뛰어본 주용이는 “정말 멋있는 분이다”라고 늘 감독님 칭찬을 했다. 성남과 사인하기 직전에도 주용이한테 전화를 해서 “나 성남 갈 것 같다”고 하니 “멋있는 분과 함께하게 돼 축하한다”고 해주더라. 전북에 있다보니 김남일 감독님이 전북에서 뛸 때 함께 했던 동료들이 많았다. 다 물어봐도 배울 게 많은 분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감독님 뿐만 아니라 정경호 코치님께도 배울 게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확실히 김남일 감독이 카리스마가 있나.

물론이다. 확실히 그 카리스마에 압도당한다.

방금 여기 들어오기 전에 김남일 감독과 악수를 나눴는데 진짜 어렵긴 어렵더라. 눈을 못 마주쳤다.

나도 어렵다. 그래도 먼저 이야기도 해주시고 웃으면서 말도 걸어주시고 최대한 편하게 해주시려고 하는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워낙 묵묵하시고 카리스마가 있으신데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걸 느낄 때가 있다.

훈련을 하면서는 어떤 점을 강조하나.

훈련 전후로 단체 미팅을 자주 하는 편인데 일단 많은 걸 시도해 보라고 하신다. 재미있고 즐거운 축구를 시도해 보자고 말씀하시는 편이다.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길 원하신다. 물론 김남일 감독님과는 전화통화는 딱 두 번 해보고 팀 훈련에 합류한지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는 깊게 이야기해 본 적은 없다. 그래도 전화까지 거셔서 내게 직접 와달라고 하셨으니 무슨 생각이 있으신 거 아닐까.

임선영은 지난 시즌까지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프로축구연맹

어느 팀이건 경쟁이 있겠지만 당신은 어마어마한 경쟁을 펼치던 전북에서 이적해 왔다. 전북 시절에 더 많은 경기에 뛰고 싶은 갈증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이다. 팀마다 장단점이 있다. 전북은 장점이 정말 많은 팀이지만 안 좋은 점도 있다. 경쟁이 대단히 치열했고 작은 부상 때문에 경기에 못 나가면 어쩌나하는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한 경기라도 빠지게 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항상 경쟁 체제다. 물론 전북에서는 좋은 기억이 더 많다. 생활을 하면서나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좋지 않았던 건 전혀 없었다. 행복한 시절이었다. 다만 내 몸 관리가 미흡했던 게 내 자신에게 화가 났었다.

이제 성남을 이끌어야 한다.

성남은 시민구단이라 상황이 전북보다는 열악하겠지만 좋은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전북과는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더 많은 경기에 뛰고 싶다. 정말 지쳐서 못 뛸 정도까지 경기에 나서보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팀으로서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창의적이고 즐거운 축구를 하고 싶다. 팀을 잘 꾸려가고 싶다.

당신은 늘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였다. 올 시즌에도 그런 모습을 기대하겠다.

항상 어느 팀에서 뛰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뛰지 않는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동료들도 따라와 주더라. 성남도 충분히 그런 경기력으로 더 높은 곳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는 팀이다. 그래서 올해 구체적인 목표도 꽤 높게 잡았다. 얼마 전 여기에서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와 팀 목표를 각자 적어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거 소박하고 현실적으로 적어내야 하나 과감하게 적어 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적어서 냈다.

임선영은 지난 시즌까지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프로축구연맹

그런 건 유소년 팀에서만 하는 줄 알았다. 개인적인 목표는 뭐라고 적어서 냈나.

올 시즌 10골 10도움을 해보겠다고 적어서 냈다.

굉장히 과감한 목표다.

사실 그렇긴 하다. K리그에서 이런 성적을 내는 건 거의 손가락에 꼽히는 미드필더일 것이다. 그래도 목표이니 과감하게 도전해 보겠다.

팀 목표는 어떻게 적어서 냈다.

K리그에서는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는 것과 FA컵에서는 우승하는 걸 목표로 적어서 냈다. 성남 유니폼을 입고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 보고 싶다. 이것도 과감한가.

과감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이제 성남 팬들 앞에 서게 됐는데 각오 한마디 해달라.

관중의 힘을 받아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동계 훈련을 하면서 어떤 축구를 해야 즐거운 축구일까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경기력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올 시즌에는 그라운드에서 원 없이 죽을 각오로 뛰겠다. 늘 경기 출장에 대한 갈증이 있다. 가장 많이 뛰는 시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맙다.

방금 든 생각인데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로 설정해 놓겠다.

임선영은 김남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성남행을 확정지었다. 그런 임선영에게 김남일 감독이 따로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그만큼 임선영을 믿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 김남일 감독이 직접 전화를 해 팀에 와달라고 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올 시즌 성남에서 임선영의 활약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