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김남일 감독 “카리스마? 나는 원래 부드러운 남자”

[스포츠니어스|태국 치앙마이=조성룡 기자] ‘진공청소기’는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을까.

성남FC가 일종의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남기일 감독에 이어 새로운 감독으로 2002 월드컵 전설 출신인 김남일을 임명한 것이다. 사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프로 감독 경험이 없었다. 냉정하게 강등권 전력으로 분류되는 성남이 김남일을 새 감독으로 선택한 것에 많은 우려가 있었다. 김남일도 성남도 일종의 도전이자 모험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새 시즌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태국 치앙마이에 위치한 성남의 전지훈련장으로 가 김남일 감독을 만났다. 사실 김 감독은 인터뷰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 김 감독은 짧지만 진솔한 화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또 하나의 젊은 감독이 K리그에 첫 발을 내딛는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다. 지금부터 김 감독과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만나서 반갑다. 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지금 계획했던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선수들이 고맙게도 잘 따라주고 있다. 큰 문제 없이 잘하고 있다.

사실 지금도 놀랍다. 성남 감독 김남일이라니. 갑작스러운 부임 아니었는가?
나도 돌이켜보면 좀 깜짝 놀랐던 과정이었다. 갑자기 연락이 와서 내게 감독 부임에 대한 의사를 묻더라. 나도 성남 감독 부임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K리그 감독직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웠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수락했다. 무엇보다 구단이 나를 선택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성남 감독직에 대해 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내가 코치를 하면서도 K리그 감독 부임에 대한 꿈은 계속 갖고 있었다. 사실 그저 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당황스러운 부분도 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축구를 실제로 구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승낙했다.

아직까지는 감독이라는 자리가 낯간지럽고 낯선 부분이 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어색하게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거리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성남 선수들은 아니지만 다른 팀에서 함께 선수 생활했던 후배들은 내게 여전히 “형”이라고 부른다. 나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 경기 때 양복을 입어야 하는 것도 고민스럽다. 트레이닝복을 입어야 하나 생각 중이다. 하하.

아내인 김보민 아나운서와 가족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나보다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가족들도 소식 접하고 나서 굉장히 반갑게 얘기를 해주고 응원도 해줬다.

아내는 지금 KBS에서 ‘무한리필 샐러드’라는 방송을 하는 등 바쁘게 지내고 있다. 결혼하고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아내에게 굉장히 많이 의지하고 있다. 내게 문제가 생기거나 힘들 때 원래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아내와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더라. 내게 많이 힘도 되고 보탬도 되고 있다.

특히 이런 인터뷰가 있을 때 더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인터뷰 걱정을 하고 있으면 아내가 가끔씩 한 마디 해준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때? 저런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면 어때?”라고 해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미디어를 만나면 반응이 굉장히 좋다. 확실히 아내는 방송인이다. 아내 덕분에 인터뷰 센스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앞으로도 감독이 됐으니 미디어를 많이 만나야 한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나도 성남이라는 구단을 생각하면서 이미지 등도 많이 고려해야 한다. 사실 인터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말 한 마디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해야하고 책도 좀 많이 읽고 사람들 만나서 여러 정보도 얻으면서 잘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시민구단인 만큼 지역밀착을 위해 성남으로 이사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아도 분위기 상 그래야 할 것 같다. 취임 이후 은수미 성남시장님께도 “(집을)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성남시의 집값이 정말 비싸더라. 내가 부동산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았다. 깜짝 놀랐다.

설기현 경남FC 감독은 당신의 부임에 “당황했다”라고 하더라.
구단에 들어가기 전 그래도 설 감독에게는 전화를 해야할 것 같아서 제일 먼저 했다. 설 감독과 나와 친분이 있으니 나중에 듣게 되면 많이 서운해할 것 같더라. 사실 성남 감독 부임 후 설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설 감독에게 “도와줬으면 좋겠다. 같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으니 같이 한 번 해보자”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설 감독이 정중히 거절하고 경남으로 갔다. 두세 번 정도 이야기 했지만 더 이상 설득이 어려워 포기했다. 그렇다고 섭섭하지는 않다. 설 감독을 존중하기에 경남에 가서 잘했으면 좋겠다.

설 감독은 당신과 친하다고 하더라.
그건 설 감독의 생각이고.

아닌가?
하하. 농담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게 된 세월에 비해 친해진 것은 그리 길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내가 국가대표팀에 선수로 있을 때 설 감독과 같이 있었지만 그렇게 서로 얘기 많이하고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같은 대표팀에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친근감을 느끼는 사이가 있지 않겠는가. 그런 친구들과 좀 더 얘기할 수 밖에 없고. 그에 비해 설 감독은 나와 코드가 맞는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당시에 설 감독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어? 이 친구 괜찮구나. 나하고 통하는 게 있구나.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친구다’라고 생각했다. 2년 동안 지내면서 좋은 추억이 굉장히 많았다. 여러가지 축구 얘기도 하고 재밌는 얘기도 하면서 지냈다. 그 때부터 따지자면 내 아내보다 더 많이 본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취임 일성이 인상적이었다. ‘빠따’ 축구가 아닌 ‘버터’ 축구를 만들겠다고.
나 원래 굉장히 부드러운 사람이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내가 과거 선수 시절 때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인상들로 인해 카리스마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내 성격 자체는 부드럽다. 과거 전북에서 인터뷰 하다가 아내와 포옹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 성남FC 제공

선수들도 아마 내가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라운드 안에 들어갔을 때는 나도 선수들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정말 편안하게 있었으면 한다. 선수들에게 이 점을 강조했고 나 또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녹아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선수들과 대화를 조금씩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나의 부드러움을 알 것이다.

물론 생각해보면 나의 문제도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뀌어야 사람들과 더 소통할 수 있고 더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내가 먼저 제스쳐를 취해야 팬들과 선수들과 교감이 있고 발전할 수 있다. 더 노력하려고 한다.

일단 사진부터 좀 웃으면서 찍어야 할 것 같다.
나는 그 사진이 좀 불만이다. 내 표정이 굳어 있거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만 주로 나가는 것 같다. 하하. 사실 억울한 것도 있다.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자꾸 나보고 “웃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는 미소를 짓고 있는데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도 웃고 있는 건가. 나는 잘 모르겠다.
지금 표정 굉장히 밝다. 기분이 좋은 상태다.

앞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 많을 것이다. 선배 감독들이 이야기 안해주던가.
2002 월드컵 선배들과 특별히 많은 통화를 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야기도 크게 없었다. 대신 충남아산의 박동혁 감독이 문자를 하나 보내주더라. ‘극한직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그 메시지가 뭔가 내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이야기 들어보니 잠도 안오고 머리도 빠진다더라.
지금도 조금씩 그러고 있다. 큰일이다. 하하. 하지만 받아들이려고 한다. 앞으로도 많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경험하게 되겠지만 즐기려고 한다. 그런 스트레스 또한 경험이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힘든 것은 당연히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들이다. 다만 내가 해야할 것은 그런 걱정과 부담감을 슬기롭게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팬들도 걱정하더라. 초보 감독이 K리그1에서 시작한다고.
당연한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감독 경험이 없다. 지금까지 감독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없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신선함을 가지고 접근하려고 한다. 초보 감독이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좀 더 무언가 신선한 축구를, 그리고 무언가 팬들이 원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팬들도 조금은 기대감을 가지셔도 좋을 것 같다.

K리그1에서 경력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나도 K리그2를 경험 해봤지만 레벨 차이가 조금 있을 뿐 큰 차이가 없다. K리그1도 치열하지만 K리그2도 그에 못지 않게 치열하다. K리그는 어딜가나 힘들다. K리그2에서 이력을 쌓는 것과 K리그1에서 이력을 쌓는 것에 큰 차이는 없다. 경쟁은 똑같다.

이제 당신도 감독이다. 어떤 감독을 이상향으로 삼고 있는가?
많은 감독님들의 옆에 있으면서 함께 생활하고 좋은 점도 많이 배웠다. 과거 언급한 것처럼 내게 많은 영향을 미친 감독님은 이회택과 거스 히딩크 감독님이다. 지도자로 뭔가 준비할 때 영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 히딩크 감독의 경우 내가 제일 긍정적이고 좋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 믿음을 많이 준다는 것이었다. 믿음을 받고 선수가 운동장에 나가면 뭔가 더 좋은 모습을 보이더라. 2002년 월드컵을 뛰던 우리가 그랬다.

K리그1에서 특히 이기고 싶은 팀은 있는가. 예를 들면 수원삼성이라던가…
기본적으로 내가 뛰었던 팀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다른 팀에 비해 더 강하다. 수원삼성이나 인천유나이티드, 전북현대를 만나면 승부욕이 더 불탈 것 같다. 그 팀에서 뛰었던 선수가 다른 팀 감독이 되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어필이 될 것 같다.

ⓒ 성남FC 제공

당신이 예로 든 수원삼성 또한 내가 3년 동안 있으면서 좋았던 기억이 많은 팀이다. 하지만 이겨야 한다. 특히 성남 팬들은 성남일화 시절부터 수원삼성을 상대로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고 들었다. 팬들이 승리를 더욱 원한다면 이겨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줘야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시민구단 성남은 결코 쉬운 팀이 아니다. 이곳에서 당신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내가 이 팀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를 말해야 할 것 같다. 팬들에게 확실한 김남일 축구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서 왔다. 기존 여러 감독님들이 계셨고 나름대로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성남에 뚜렷한 색깔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뭔가 성남이라는 팀에 나의 색을 입히고 내가 떠나더라도 ‘김남일 감독은 이랬어’라는 자취를 남기고 싶다.

올 시즌은 작년보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축구라는 것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또한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이 경기장에 오면 즐거워하고 행복하게 경기를 보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쉽게 말해 공격적인 축구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선수들에게도 “너희들이 운동장에서 즐겁고 행복해야 보는 팬들도 그렇게 느낀다”라고 자주 강조한다. 즐겁고 재밌는 축구를 하고싶다. 특히 나는 이 팀의 유니폼이 정말 마음에 든다. 유니폼만큼 세련된 축구를 하고싶다. 선수들이 즐겁고 재밌게 축구를 하고 팬들이 봤을 때 ‘뭔가 다르구나, 재미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여기에 조금 더 발전해서 경기 결과와 성적까지 좋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이를 위해서는 코칭스태프 구성도 신경써야 한다. 만족하는가?
만족한다. 처음에 코치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 강조했던 부분이 있다. “우리는 생각이 같아야 하고 방향도 같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성과를 낼 수 있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더욱 신중하게 다가가고 마음의 합이 맞아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나서 서로 이야기하다보니 본인들도 생각하는 축구관 등이 잘 맞기 때문에 굉장히 조합이 좋을 것 같은 구성이다. 서로 장점을 융합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특히 정경호 코치에 대한 평가가 좋더라.
아, 정경호 코치 우리 팀으로 데려오기 정말 힘들었다.

왜 그리 힘들었는가.
설득이 많이 힘들었다. 다른 팀에서도 제안이 굉장히 많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계속 전화도 하고 만나기도 하면서 마음을 돌렸다.

정 코치는 내가 추구하는 축구의 색깔이나 가치관이 굉장히 비슷해 꼭 데려오고 싶었다. 우리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 나와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날 것 같았다. 현재 함께 한 달 정도 생활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한다. 선수들과의 소통이나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데려온 보람을 느낀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초보 감독 김남일과 함께하는 성남의 첫 시즌, 어떨까?
일단 감독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먼저 ‘김남일’ 하면 어떤 축구를 보여주는지 팬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싶다. 계속 말한 것처럼 선수들도 팬들도 즐겁고 행복한 축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동계훈련에 임하고 있다. 한 번 잘 다듬어 잘 보여주겠다. 아직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기대감을 갖고 지켜봐달라.

인터뷰 고맙다. 웃으면서 사진 촬영 부탁한다.
지금도 활짝 웃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김 감독은 자리를 뜨지 않고 오히려 기자에게 많은 것들을 질문했다. 순식간에 인터뷰의 대상이 바뀐 느낌이었다. 미디어 관리와 다른 팀의 상황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김 감독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었다. 초보 감독 김남일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선수들이 새 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김 감독 역시 2020 K리그1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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