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송선호 “제주전, 냉정하게 물러나지 않고 싸울 것”


송선호 감독이 태국 치앙마이 전지훈련장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국 치앙마이=김현회 기자] 부천은 지난 시즌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기도 했지만 후반기 막판 5연승을 내달리며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승격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시즌 막판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과연 그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올 시즌에는 그 저력을 시즌 초반부터 발휘할 수 있을까. 하루에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눠 훈련을 세 번씩이나 하고 있는 부천 송선호 감독을 전지훈련지인 태국 치아마이에서 직접 만났다.

이렇게 외국에서 만나니 반갑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여기는 너무 시골이다. 방콕에서 태국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치앙마이에 도착한 다음 택시를 타고 한 시간을 넘게 들어왔다. 이런 곳에 숨어 훈련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여기는 오로지 운동밖에 없다. 골프 리조트인데 잔디 구장까지 갖춰 이제는 전지훈련지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숙소에서 리조트 입구까지만 해도 6km가 넘는다. 나가는 택시도 거의 없다. 선수들에게 외출을 주면 삼삼오오 모여 택시를 부르는데 그 택시가 들어오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오로지 축구 생각만 할 수 있는 곳이긴 한 것 같다.
환경이 마음에 든다. 구단에서 여기까지 보내준 점에 감사하다. 여기는 창살 없는 감옥이다. 하루에 훈련을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눠 세 번씩 하고 있다. 정말 ‘빡세게’ 하는 중이다. 오늘 오전에 보니 선수들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너무 힘들게 시켰더니 나를 죽일 듯 바라보더라. 그래서 오늘 오전 운동은 좀 살살했다.

선수들에게 들어보니 여기가 태국인지 강원도 태백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사회와 단절된 채 축구만 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 세 번씩 운동하고 남은 시간에는 그냥 여기 카페에 앉아 있는 게 전부다. 아니면 방에서 쉬던지 둘 중에 하나다. 여기 우리가 인터뷰하는 내 등 뒤에는 콘사도레 삿포로 선수들이 앉아 있다. 다들 훈련이 끝나면 그냥 카페에서 이러고 있다. 할 게 없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들은 그렇다 치고 당신은 남는 시간에 뭘하나.
나는 매일 훈련장 나가서 상황을 확인하거나 훈련 시킬 준비를 하는 게 전부다. 숙소에서 훈련장까지가 1.5km인데 선수단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지만 나는 걸어 다닌다. 하루 종일 애들하고 같이 있다.

선수단 구성은 완료된 건가.
마무리됐다. 국내 선수들은 다 공식적인 영입 발표까지 마무리했고 외국인 선수들도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다 영입을 끝냈다. 원래 우리 선수단이 서른 명이 넘었는데 올해는 규모를 29명으로 줄였다. 선수단을 더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리빌딩 작업이 잘 진행 중이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우리 팀에 이제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김영남을 비롯해 조범석, 조수철 등이 팀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 운동할 수 있는 환경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또한 새로운 피지컬 코치가 와서 좋은 운동을 많이 시키고 있다.

한국은 겨울인데 여기는 덥다.
여기 날씨가 정말 좋다. 방콕은 덥고 습하지만 여기는 날이 더워도 습도가 낮아 생활하기 편하다. 오히려 저녁에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오전에 운동하고 오후에는 정말 더운 낮 시간대만 피하면 또 훈련을 할 수 있다.

선수들을 너무 빡세게 굴리는 것 같다.
열심히 해야한다.

태국에 와서 여러 팀 전지훈련장을 취재하고 있는데 부천이 가장 훈련량이 많아 보인다. 선수들의 눈빛에 초점이 없다.
체력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 여기에서 체력을 만들고 전술적으로도 다듬은 다음에 2차 남해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우리가 1월 9일에 이곳에 와 2월 1일까지 훈련을 한다. 여기 와 있는 경희대와 24일에 연습경기를 한 번 하고 29일이나 30일에 광주FC와 한 경기를 더 할 예정이다. 이외에 대부분은 체력 훈련과 전술 훈련이다.

최근에는 체력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지 않는 지도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체력을 중시하는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건 많이 뛰어다니면서 공수 전환을 빠르게 하는 거다. 다른 팀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체력을 제대로 잡고 가야 한다. 감독마다 스타일이 있으니 누가 맞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체력을 중시하지 않는 감독은 없다. 연습경기를 통해서 체력을 키우는 걸로 대체하는 지도자는 있을 수 있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체력훈련이 있다고 봐야한다. 그건 각자의 스타일이 있으니 거기에 대해 지적할 수는 없다. 나는 내 방식대로 훈련하고 있다.

선수들과 체력훈련의 일환으로 산에 오르는 감독도 있으니 방식은 다 존중한다.
우리는 산은 안 탄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만족할 만했나.
아쉬운 게 많다. 경험치가 부족했다. 시즌 초반에 고생하다가 중반 이후 조수철과 조범석이 합류하면서 팀이 좋아졌다. 그건 정말 경험이 있는 선수와 없는 선수의 차이점 같은 거다. 모든 선수들이 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선수가 있으면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를 조율하는 선수도 있어야 한다. 지난 시즌에 그게 잘 안 되다가 후반기 들어 잘 되기 시작했다.

조수철이나 조범석의 합류가 시즌 막판 5연승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선수들의 합류도 좋았고 포백에서 스리백으로의 전환도 주효했다. 지난 해 6월 광주와의 원정경기에서 1-4로 대패한 뒤 정말 속이 쓰리더라. 그래서 그 경기 이후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시즌 마지막으로 가면서 전술과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잘 맞아떨어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시즌 막판에는 희망을 봤다.

그 연승 행진이 조금만 더 일찍 시작됐다면 어땠을까.
그게 방금 말한 경험의 차이다.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뀌면서 닐손주니어를 리베로로 내린 게 좋았다. 수비가 안정을 찾으면서 연승이 시작됐다.

그 닐손주니어가 안양으로 떠났다. 공백이 상당할 것 같다.
아쉬운 건 사실이다. 안양에서 닐손주니어를 탐내고 있는 상황에서 부천시나 우리 구단에서도 닐손주니어를 잡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닐손주니어가 없는 상황에 대한 내 구상도 있었다. 우리 팀에서 많은 역할을 한 선수지만 팀을 떠났다는데 미련을 두지 않겠다.

그 빈자리는 누가 메우가 될까.
올해 중앙 수비수들을 많이 영입했다. 이 선수들을 통해 닐손주니어의 공백을 메우려고 한다. 전북에서 온 김영찬을 비롯해 강원FC 이태호, 대전시티즌 윤신영, 서울이랜드의 김호준 등이 대거 우리 팀으로 왔다. 나름대로 괜찮은 영입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해 나가면서 맞춰나가려고 한다.

닐손주니어 외에도 팀을 떠난 선수들이 꽤 있다.
상주상무로 안태현과 최철원이 입대했다. 이건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공백이다. 김재우는 대구로 갔고 임동혁을 제주로 이적했다. 우리 팀에서보다 좋은 조건으로 떠났으니 다 잘 된 거라고 생각하려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건 안태현의 입대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있다. 상주상무가 정말 국가대표급 선수들만 갈 수 있는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데 K리그2에서는 이번에 안태현과 최철원만 합격했다. K리그1 선수들 사이에서 이 둘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대했다. 부천 감독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최전방 공격수 말론도 팀을 떠났다. 사실 말론은 실패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성공적인 영입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었다.
처음 말론을 데리고 왔을 때는 결정력이 부족해 실망도 했다. 하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골을 많이 넣어줬다. 공격수가 한 시즌에 10골을 넣는다는 건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경기 내용면으로 봤을 때는 K리그에선 더 경쟁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판단했다. 외국인 선수라면 더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상대에게 부담을 줘야 한다. 상대 수비수들이 “쟤 때문에 정말 힘이 든다”는 생각을 느끼게끔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고민 끝에 말론과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

새로 오는 외국인 선수는 어떤가.
열심히 뛰고 활동량이 많다.

김재우는 대구로 떠났다. 당신이 지난 시즌 최전방 공격수부터 중앙 수비까지 다 시켰던 선수다.
김재우도 대구에서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정말 어마어마한 스피드를 가진 선수다. 진짜 빠른 안양 팔라시오스와 수원FC 안병준도 김재우로 잡았다. 광주 박진섭 감독이 나한테 “안양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김재우만 있으면 안양 잡을 수 있어”라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그 스피드에 비해 세밀함은 좀 더 키워야 한다. 가진 게 많은 선수라 더 노력해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논란의 이적은 임동혁의 제주행이었다. 부천 선수가 제주로 떠난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임동혁은 내가 2016년도에 뽑은 선수다. 이후 내가 팀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뒤에도 부천에서 활약했다. 지난 해까지 부천에서만 4년 동안 뛰었다. 고생도 했고 공헌도 많았다. 이쯤에서 선수 본인을 위해서도 팀을 한 번 옮겨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임동혁은 이제 전환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팀 공헌도를 평가해 이적에도 동의했다. 제주라서 이 선수를 보낸 게 아니라 임동혁에게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안을 보낸 팀이 제주였다.

당신은 임동혁의 제주행을 언제 알았나.
최종적인 계약을 하기 전에 알기는 했다. 구단에서도 제주로 보내고 싶어서 보낸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구단에서도 K리그1 팀으로의 이적을 많이 알아봤는데 여의치가 않았다. 선수 이적은 또 구단과 구단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내가 마냥 반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 팀을 위해 오래 뛰어준 선수가 더 발전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고 받아주셨으면 한다.

이제 당신은 K리그2에서 임동혁의 제주유나이티드와 상대해야 한다. 부천과 제주는 악연이 있다.
나도 부천SK에서 선수 생활을 한 사람이다. 부담이 있기도 하지만 이런 경기에서는 이겨야 한다. 절대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제주가 강등 당하기는 했지만 선수층도 여전히 좋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준비해야 한다. 너무 과격해지면 감정만 상할 수 있으니 경기장 내에서 멋지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내고 싶다. 냉정하게, 물러서지 않고 경기하겠다.

전투적인 분위기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럴 것이다. 또 그래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라이벌전은 마음의 준비를 더 해야한다.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아마 구단에서도 더 동기부여를 도와주지 않을까.

승리 수당을 말하는 건가.
이왕이면 프로 선수들인데 구단에서 그런 당근을 내걸면 선수들이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그런 건 또 우리 구단에서 알아서 잘 해주시니 따로 더 말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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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 이기면 좋겠지만 혹시 제주 외에도 꼭 잡고 싶은 팀이 있을까.
꼭 잡고 싶었던 두 팀이 다 올라갔다.

광주와 부산이었나.
그렇다. 우리가 특히 광주와 부산한테 약했는데 두 팀 다 승격했다. 준비를 잘해서 K리그1에서도 살아남길 바란다. 우리도 올해 K리그2에서 멋지게 도전해 보려고 한다. K리그1에서 내려온 제주와 경남은 여전히 강하고 투자를 많이 한 팀도 있다. 감독도 많이 바뀌었다. 선수들이 얼마만큼 하나로 뭉쳐서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동계훈련을 어떻게 하느냐가 그래서 참 중요하다.

올 시즌 전력누수도 있지만 영입도 꽤 있었다. 가장 기대를 거는 선수는 누구인가.
우리는 팀으로 싸운다. 누구 한 명을 지목하고 싶지 않다. 우리 팀을 봐달라.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팀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다.

알겠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최소한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하고 싶다. 3~4위 정도를 목표로 하겠다. 요새 기분이 참 좋다. 고참 선수들부터 솔선수범해 열심히 해주고 있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난다. 3~4위권에서 그 위를 바라보는 팀이 되고 싶다.

송선호 감독은 ‘원팀’을 강조했고 많이 뛰는 축구를 강조했다. 부천은 한 명의 스타에 의존하기보다는 늘 이런 식으로 축구를 해왔다. 과연 올 시즌 송선호 감독이 부천에서 보여줄 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세로 추격전을 펼쳤던 부천은 올 시즌에도 그 기세를 이어나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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