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태국 방콕=조성룡 기자] 악동 같지만 마음도 따뜻하고 진지한 면이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인천유나이티드는 정말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나이지리아에서 온 공격수 케힌데였다. 입단 당시부터 압도적인 체격으로 화제가 됐던 케힌데는 후반기 내내 인천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사실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케힌데는 생존 싸움이 절실한 인천에서 중요한 득점 기회를 수 차례 날리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고 비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힌데는 반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계속해서 부진하던 케힌데였지만 꾸준히 기회를 준 유상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상주상무전에서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기록하며 승점 3점을 안겼고 이후 인천의 생존에 일조하기도 했다. '디스 이즈 풋볼'이라는 명언은 덤이었다. 하지만 올해도 그래서는 안된다. 케힌데는 그래서 새로운 시즌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인천의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케힌데는 편안해 보였다. 인천에서의 생활이 한결 더 편안해 보였다. "아직 휴가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입을 연 케힌데는 "당장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는 않고 있다. 개인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다시 돌려놓은 다음 본격적으로 새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소개했다.

지난 시즌 케힌데는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인천의 생존을 이끌 소방수로 입단했지만 공격포인트가 좀처럼 터지지 않으며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래도 시즌 막판 상주상무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골을 기록하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 이야기를 하자 케힌데는 조심스럽게 "지난 시즌에는 유럽에서 뛰다가 한국에 왔다. 유럽 시즌은 5월에 끝났기 때문에 컨디션을 다시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시즌에 대한 반성을 많이 했다. "지난 시즌에는 내가 생각해도 좋은 경기력이 아니었다"라고 언급한 그는 "모든 것이 적응하기 어려웠다. 새로운 문화는 꽤 힘들었다. 항상 득점 기회를 놓치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면서도 "하지만 인천의 모든 구성원이 고개 숙이지 말라고 하고 내게 계속해서 힘을 불어 넣어줬다. 그 덕분에 조금이나마 살아났다. 이제 두 번째 시즌이니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케힌데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한 가지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국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음식이었다. "솔직히 한국에서 음식 적응하는 것이 굉장히 쉽지 않았다"라고 말한 케힌데는 "나는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돼지고기 음식이 정말 많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이었기에 적응하는데 정말 어려웠다. 물론 이제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라고 말했다. 케힌데는 이슬람 교도기 때문에 음식에 많은 제약이 있다.

사실 케힌데가 힘들어하던 그 때 케힌데를 꾸준히 믿고 기회를 준 사람은 다름아닌 유상철 감독이었다. 지금은 췌장암 치료를 위해 팀을 떠났지만 아직도 케힌데는 그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유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덩치만큼이나 큰 케힌데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케힌데는 가장 먼저 유 감독의 소식을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나는 성남FC와의 경기가 있을 때 부상 중이라서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보다 비교적 늦게 소식을 들었다. 정말 좋은 사람에게 그런 일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투사고 매우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항상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얼마 전 나 역시 경기 도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그렇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유 감독이 얼른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케힌데는 애써 감정을 다스리며 그에 대해 이야기했다.

ⓒ 인천유나이티드

그래도 그는 시즌 막판 상주를 상대로 멋진 골을 성공시켰다. 유 감독에게 아드레날린을 한껏 선사한 골이었다. 이는 케힌데도 마찬가지였다. 상주전 골 이야기를 하자 케힌데는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계속해서 부진했던 상황에 유 감독과 선수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골이라서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고 행복했다"라면서 "나 혼자 넣은 골이 아니다. 나를 믿고 기다려준 감독님과 선수들과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골이었다"라고 겸손한 반응을 드러냈다.

특히 케힌데는 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유독 많이 했다. 인천 팬을 언급할 때마다 손을 심장 위에 얹었다. "내가 인천에 계속 있어 정말로 행복하다"라는 케힌데가 팬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감사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도 내가 골을 넣지 못한 것을 안다. 좋은 기회도 많이 날린 것을 안다. 하지만 인천 팬들은 내게 질책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격려를 하면서 나를 뛰게 했다. 정말 열정적이지만 마음이 따뜻한 팬들이다."

"사실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하면 축구선수의 입장에서는 SNS를 보기가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SNS 메시지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 인천 팬들은 부진했던 내게 메시지로 비판하고 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천의 팬들은 내게 '할 수 있어, 절대 포기하지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어떤 남성 팬은 나이지리아 국기를 들고 오기도 했다. 내가 뛰었던 팀들 중에 이런 팀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인천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

그래서 케힌데는 지난 시즌이 끝난 이후 나이지리아로 돌아갈 때 인천의 유니폼을 잔뜩 사갔다. 한동안 케힌데의 SNS에서는 나이지리아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인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제법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유를 묻자 케힌데는 "내게 이렇게 사랑을 준 팀이기에 고국에 있는 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이런 훌륭한 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사실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인천을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인천이 자랑스럽고 인천을 알리고 싶었다"라면서 "그래서 나이지리아에 가면서 인천의 유니폼을 많이 사갔다. 가족들에게도 나눠주고 동네 지인들에게도 줬다. 이 사람들이 한국 땅에 인천이라는 훌륭한 팀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자부심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물론 케힌데가 인천 팬들의 속만 썩인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남긴 '디스 이즈 풋볼'이라는 한 마디는 인천을 넘어 축구 팬들의 '밈'이 됐고 이제는 모두가 유쾌하게 그 이야기를 한다. 케힌데 역시 그 이야기를 꺼내자 유쾌하게 웃으며 "내가 그 말을 한 이후 SNS 메시지에 온통 '디스 이즈 풋볼'로 도배되어 있다"라면서 "이렇게 인기를 끌 줄 몰랐다. 팬들이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즐거워 한다면 나 또한 기분 좋다"라고 말했다.

이제 케힌데는 아쉬움 남았던 지난 시즌을 뒤로 하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케힌데는 "작년보다 더 잘해야 한다"라는 각오를 계속해서 다지면서 팬들에게 "항상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해주시는 최고의 팬들이다. 이 응원을 새로운 시즌에서도 보내준다면 올해는 개인의 성적도 팀의 성적도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팬들에게 골로 더 기쁨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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