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전남 드래곤즈를 떠나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김영욱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9일 오전 축구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전남 드래곤즈 원클럽맨 김영욱이 제주 유나이티드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된 것이다. 김영욱은 전남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전남 유스팀 광양제철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영욱은 지난 2010년 전남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래 10시즌간 오직 전남에서만 활약했다.

날카로운 패스와 슈팅, 많은 활동량, 선수단을 통제할 수 있는 부드러운 리더십까지. 김영욱의 능력에 매료된 많은 국내외 빅클럽들이 그간 그에게 영입 제안을 보냈다. 하지만 김영욱의 대답은 항상 "No"였다. 전남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 김영욱은 모든 제안들을 정중히 고사했다.

2018시즌 전남이 K리그1 최하위를 차지하며 K리그2로 강등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충분히 다른 팀으로 적을 옮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영욱은 다시 한 번 전남에 잔류했다. 하지만 김영욱의 노력에도 전남은 지난 시즌 리그 6위를 차지하며 승격에 실패했다.

K리그1 승격을 노리는 전남과 김영욱이 2020시즌에도 함께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축구에 100%는 없지만 그간 김영욱이 보여준 전남에 대한 헌신과 애정을 고려했을 때 김영욱이 타 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김영욱은 이제 제주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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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스포츠니어스>와 연락이 닿은 김영욱은 차분하고도 신중한 목소리로 이적 소감을 전했다. "프로 데뷔 후 첫 이적이다. 많이 설레기도 하고 프로 데뷔 당시의 마음가짐이 생각나기도 한다"며 운을 뗀 김영욱은 "간절한 마음을 가지겠다. 제주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드리는게 내 목표다"고 전했다.

김영욱의 말대로 이번 제주 이적은 그의 프로 데뷔 후 첫 이적이다. 줄곧 전남에서만 활약했던 김영욱이기에 전남을 떠나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영욱은 "전남은 이때까지 날 키워주고 성장시켜준 팀이다. 많은 팬들께서도 내가 전남에 애정이 남다른 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김영욱은 "전남에서 많은 시즌을 보냈기에 전남에 대해 애정이 각별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가 전남에 있겠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구단 (입장)도 생각을 해야 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나도 구단도 윈-윈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욱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영욱은 "(전남을 떠나는) 아쉬움을 다 말할 수는 없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아쉬움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제주 팬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잘 준비해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영욱의 제주 이적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전남 팬들은 허탈감을 나타냈다. 전남의 상징과도 같았던 김영욱이 다른 K리그 팀의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전남 팬들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김영욱 역시 "팬들하고 많이 약속했다. 이적을 하면 국내 팀보다는 해외 팀으로 이적을 하기로 말이다. 그간 좋은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전남에 잔류했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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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영욱은 "(이번에 이적 결정을 내리며) 마지막까지 팬들이 머리에 스쳤다. 전남 유니폼 말고 다른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전남 팬들이 내게 했던 말씀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스쳐갔다. 그만큼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때까지 내가 내린 결정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김영욱은 전남 팬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이 큰 모습이었다. "너무 급하게 일이 진행되었다"는 김영욱은 "팬들 한 분 한 분에게 인사들 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부터 포함하면 전남에 17년에서 18년을 있었다. 나중에라도 꼭 팬들을 찾아 인사를 드리겠다.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제주와 전남이 같이 승격을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김영욱은 막대한 투자로 K리그1 승격을 노리는 제주에서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그의 친정 전남은 선수들의 유출이 가속화되며 팬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전남은 주축 선수들 다수가 타 팀으로 이적을 완료했거나 이적설에 휩싸인 상황이다. 김영욱과 함께 중원을 책임졌던 한찬희는 FC서울로 이적을 눈앞에 두고 있고 핵심 수비수 이슬찬은 이미 대전하나시티즌 이적을 확정지었다.

이에 대해 김영욱은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 유스 출신 선수들이 전남에 많이 있었다. 그런데 나를 포함해서 이 선수들이 한 번에 전남을 떠나게 되어 마음이 아팠다"며 "지난 시즌에 승격을 했으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구단은 구단 나름의 운영 방침이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그런 점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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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김영욱의 목소리는 '친정' 전남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김영욱은 빠르게 제주에 적응하고 싶다는 바람 역시 동시에 드러냈다. 김영욱은 "작년에 강등의 아픔을 당하긴 했지만 제주는 K리그2에 있을 팀이 아니다. 제주가 다시 승격을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을 한다. 예산을 아끼지 않고 좋은 자원들을 데려오는 것을 보며 제주의 승격 의지가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영욱은 "무엇보다 남기일 감독님이 승격을 두 번이나 시킨 경험이 있으시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훈련과 경기를 하면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뤄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면서 "'제주라는 팀 색깔에 내 플레이가 어떤 영향을 끼칠까'라는 기대감도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제주가 K리그1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승격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다. 또 빠르게 팀에 녹아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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