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 장철혁 단장 “첫 월급? 선수들한테 다 나눠줬다”


FC안양 장철혁 단장을 <스포츠니어스>가 직접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FC안양의 이번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창단 이후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고 가변석은 관중으로 가득 찼다. 비록 승격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올 시즌은 역사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새로 취임해 팀을 잘 이끈 김형열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에 대한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잊고 있는 한 인물이 더 있다. 지난 해 12월 팀에 취임한 장철혁 단장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내홍을 심하게 겪던 안양은 장철혁 단장 취임 이후 안정돼 가고 있다. <스포츠니어스>가 장철혁 단장을 직접 만났다.

첫 시즌을 마쳤다. 소감이 어떤가.
지난 해 12월 17일에 취임해 딱 1년이 지났다. 우리가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는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다. 조금만 더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닌데 이번 기회에 승격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경남과 부산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보니 더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처음 취임하면서 목표가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쁘다.

임 후 1년이 지났다. 그 1년은 어땠나.
내가 사실 이쪽에 경험이 별로 없다. 축구를 좋아하기만 했지 별로 아는 게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내가 하던 사업과 축구단의 연관성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축구를 사업과 접목시키기가 편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웨딩 업체를 20년 넘게 운영했다. 안양에서 하다가 이제는 여의도에 새로운 웨딩 업체를 오픈할 예정이다.

웨딩 업체와 축구단은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아니다. 비슷한 게 정말 많다. 일단은 두 분야 모두 대처 능력이 있어야 한다. 보통 결혼식을 할 때 하객을 300명 정도로 잡는데 갑자기 하객이 500명이 올 때가 있다. 그러면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일대가 엉망이 되고 식사가 부족해서 결혼식을 망치는 일도 있다. 나는 웨딩홀에 가면 옥상에 가 무전기를 들고 주차 동선을 다 체크한다. 그런데 축구단도 똑같다. 주차장 문제, 주차 환경 같은 걸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3천 명의 관중을 예상했다가 5천 명의 관중이 오면 모든 게 혼란스러워진다. 그런 대처 능력이 웨딩 업체와 축구단에 필요하다.

흥미로운 주장이다.
웨딩 업체의 음식 맛은 축구단의 경기력과 비교할 수 있다. 이게 만족스럽지 않으면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또한 웨딩홀은 인테리어가 중요한데 축구단의 시설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FC안양은 운동장과 관중석의 거리가 멀어 생동감이 떨어졌지만 이제 가변석을 설치하며 더 좋은 시설을 보유하게 됐다. 웨딩홀로 치면 인테리어를 새롭게 한 셈이다. 그리고 주말 경기를 위해 월요일부터 회의하면서 준비하는 것과 주말 예식을 위해 일주일을 준비하는 웨딩 업체는 여러 모로 비슷한 게 많다. 여기에 날씨 환경도 마찬가지다. 둘 다 비가 오면 장사가 잘 안 된다. 연휴가 껴도 다 놀러가지 예식장이나 축구장으로는 잘 안 온다.

FC안양 장철혁 단장은 축구단과 웨딩 업체 운영의 공통점을 설명했다. ⓒ스포츠니어스

웨딩 업체의 애로점을 처음 들어봤다.
하객이 예상보다 덜 오는 건 우리한테 손해가 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사실 우리는 당일에 할 게 별로 없다. 100명 분을 준비해 놨는데 10명만 오면 우리는 편하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하객이 오는 거다. 요즘은 예전처럼 다자녀 가정보다는 한 자녀 가정이 많아서 결혼식 경험이 많지 않다. 언니나 오빠, 형 결혼식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객이 200명 온다고 하고 500명이 올 때도 있다. 그러면 정말 힘들다.

웨딩 업체를 20년 넘게 운영했으니 정말 궁금한 걸 물어보고 싶다. 드라마를 보면 결혼식 당일에 갑자기 마음이 변해서 결혼식을 취소하는 일이 있다. 진짜 그런 일이 있나.
물론 있다. 1년에 700커플 정도 결혼식을 올리면 당일에 깨지는 커플이 1~2 커플은 있다. 1년에 한두 번 꼴로 경험해 봤다.

놀랍다.
보통 예비신부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나는 아직 결혼을 안 했다. 그래서 잘 모른다. 결혼식에 하객이 몇 명 와야 ‘인싸’인가.
‘인싸’의 기준은 딱히 없다. 그런데 당신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하객이 많이 오는 게 뭔가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아 보이지만 추세는 ‘스몰웨딩’이다. 작지만 알차게 하는 게 더 좋다. 하객이 와서 축의금 봉투만 내고 가는 게 아니라 하루종일 같이 즐길 수 있는 결혼식이 됐으면 한다. 축구장에 와도 축구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경기 전후 이벤트에도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하객이 50명이면 어떻고 100명이면 어떤가.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중요하지 하객이 몇 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하객이 많아야 있어 보이지 않나.
가기 싫은 결혼식에 가서 돈 봉투만 내고 오는 일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내 진짜 가까운 친구가 결혼하면 즐겁게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지 않는가. ‘저 사람이 나한테 봉투를 했으니 나도 해야돼’, ‘저 부모가 봉투를 했으니 나도 해야돼’ 같은 문화는 바뀌었으면 한다. ‘스몰웨딩’을 추천한다.

‘스몰웨딩’도 부유한 연예인들이 해야 ‘스몰웨딩’으로 보이지 나같이 원래 없어 보이는 애들이 하면 ‘아 쟤 정말 힘들구나’라고 생각할 거다.
몰라서 하는 소리다. ‘스몰웨딩’이 돈이 더 들어간다.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게 가장 싸다. 웨딩홀은 다 갖춰져 있지 않은가. 저 멋진 들판에서 결혼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밥을 하려면 밥솥부터 다 사야한다. 갖춰져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다 갖춰놓고 결혼식을 진행해야 한다. 진짜 있어보이려면 ‘스몰 웨딩’을 하라.

장철혁 단장은 이제 취임 1년이 지났다. ⓒFC안양

일단 여자친구를 먼저 만든 뒤 다시 말씀드리겠다. 그런데 어떻게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됐나. 당신은 축구인이 아닌 사업가 아닌가.
고향이 전남 나주인데 내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였다. 그런데 당시 시골에서는 체계적으로 운동을 할 환경이 안 됐다. 아버지께서도 “공부해라”, “기술 배워라”는 말씀만 하셨다. 그래야 밥은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게 됐는데 사회에 나와서 안양에 자리를 잡은 뒤 생활체육으로 축구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내가 이렇게 빠른 줄도 몰랐고 축구를 잘하는 줄도 몰랐다. 내가 안양 40대 대표팀 선수다. 선수 출신이 대부분인데 내가 그 사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출’ 사이에서 경쟁할 정도면 대단한 실력 아닌가.
사실 생활 체육에서는 공도 잘 차야 하지만 그 외 사회에서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밥도 잘 사야 한다.

흔히 말해 잔디 깔고 대학 들어갔다는 말과 비슷한 거 아닌가.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축구를 꽤 한다. 몸 관리를 안 한 ‘선출’보다는 그래도 낫다. 시합이 있으면 한 달 전부터 컨디션 관리를 한다. 안양시축구연합회에서 부회장을 했는데 사실 내 꿈은 조기회에서 감독을 해보는 거였다.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분이 회장을 하시고 꼭 ‘선출’이 감독을 한다. 물론 ‘선출’이 아니어도 팀을 잘 이끌면 감독을 할 수도 있다. 조기회 감독은 자격증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결국 조기회 감독을 못하고 여기에서도 단장을 하고 있다.

그래도 조기축구회 감독보다 프로팀 단장이 더 낫지 않나.
감독은 경기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지략을 펼칠 수 있지만 사실 단장은 축구하고는 큰 관계가 없다. 전체적인 생활을 개선하고 이끄는 게 주 업무다. 축구장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방지하고 서비스하는 일을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후원사를 유치할까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선수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까 고민한다. 축구와는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축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사업가적인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축구를 정말 자주 하는 것 같다. 일주일에 며칠이나 공을 차나.
일주일에 4~5번은 축구를 한다. 매일 아침 나가는 생활체육 팀이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안양의 생활체육 팀이다. 40대부터 70대까지 나오는데 내가 거의 막내급이다. 거기에서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한다. 그 팀은 나오는 인원수대로 축구를 한다. 40명이 나오면 20명씩 나눠서 두 팀으로 경기를 한다. 그냥 매일 운동하자며 모이는 거다. 40대 대표팀에서도 뛰어야 한다. 일주일 내내 축구다. 우리 김형열 감독도 나를 보면서 잘 한다고 했다. 얼마 전 군포 50대 대표와 경기를 했는데 그날은 내가 해트트릭을 하기도 했다.

그 정도면 지금 FC안양 선수들보다 축구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같이 체력 테스트를 한 번 해보고 싶다.

프로팀 단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1년 예산을 가지고 어떤 곳에 배분해서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리다. 또한 우리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감독이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돈을 벌러 다녀야 한다. 비즈니스를 열심히 해야 하는 직업이다. 또한 우리가 시민구단이라 시민에게 봉사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난 해 12월 FC안양 단장이 되면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
공고를 통해 단장이 되고 나서 솔직히 말하면 올해는 무얼 바꾸겠다거나 이루겠다는 것보다는 지켜보는 해로 삼았다. 프로축구단에 대해 빨리 습득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단장이 되고 경기장 환경도 좋아졌고 성적도 나왔다. 단장으로서는 그게 복 아닌가.

장철혁 단장(왼쪽) 취임과 맞물려 안양은 성적을 냈고 관중도 늘었다. ⓒFC안양

프로팀 단장으로서의 첫 해를 돌이켜보면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인가.
어느 조직이나 기업이건 실무를 잘 수행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지략이 있어도 행동하는 이들이 못해주면 안 된다. 그런데 FC안양은 사무국에서 그런 일을 잘 한다. 우리 구단 팀장 중에 40대 조기회 대표팀에서 뛰는 사람도 있고 안양 생활축구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원래부터 잘 알고 있던 이들이었는데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해주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안양시에서도 협조를 잘 해주고 특히나 우리 구단주인 최대호 시장이 워낙 FC안양의 열혈 팬이다. 크게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굉장히 낙천적인 성격인 것 같다.
그래 보이나. 사실 혼자서 고민을 많이 한다. 개인사업체 같으면 망해도 되지만 여긴 시민구단이다. 내가 들어와서 잘못되면 나 혼자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나 하나 때문에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 늘 조심스럽다. 한 가지 선택을 하려면 심사숙고해야 한다. 옳다고 생각해도 한 번 더 생각하고 그렇게 실행하려 한다.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곧바로 실행해서는 안 되는 게 시민구단이다. 그걸 고민할 때가 참 힘들다. 시 예산을 쓰는데 조금이라도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된다.

김형열 감독과 비슷한 시기에 한 팀에 왔다. 그와는 어떻게 지내나.
우리 감독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주변에서도 늘 칭찬 일색이다. 내가 이야기하면 바로 받아들여주신다. 김 감독과는 사적으로도 자주 만난다. 김형열 감독이 소속된 생활축구회가 하나 있는데 거기 팀원들 중 우리 축구회에 속한 형님들도 많다. 김 감독은 무릎이 안 좋아서 못 뛰고 나는 뛴다. 그래서 만날 기회가 많다. 같은 안양에 살고 있어 식사도 자주 하면 선수들 지원을 위해 이런 것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자주 한다. 내가 원래 술을 아예 입에도 못 대는데 여기에 와서 술도 많이 늘었다. 김형열 감독이 한 주량해 나도 술을 안 마실 수가 없다.

늦은 나이에 축구단 단장을 하며 술을 배우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요새는 소주 반 병은 마신다. 정말 기분 좋으면 한 병까지도 마셔 봤다. 경기에서 이기면 관계자들과 한 잔 하는데 다들 파도타기를 하며 술을 마시면 나도 안 마실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술이 늘었다. 안양이 이기는 만큼 주량이 늘었다고 보면 된다.

한 시즌을 단장으로 지내면서 가장 뿌듯했을 때는 언제인가.
물론 이겼을 때다. 요즘 안양에서 FC안양에 대한 칭찬이 자주 들린다. “단장이 새로 왔는데 성적이 더 좋아졌어”라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세운 공이 없다. 그런 말을 들으면 창피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다. 사실 나는 항상 운이 좋다. 한 게 별로 없는데도 사람들이 뭘 많이 한 줄 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운이 좋은가.
‘운칠기삼’이라고 하지 않는가. 주변에 보면 평생 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하고는 같이 사람을 해도 안 풀린다. 정말 예를 들어 중국 쪽에서 사업을 하는데 무역 분쟁이나 사드 관련 일이 터지면 그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거다. 일본과 거래하고 있는데 갑자기 요즘과 같은 시국이면 어쩔 방법이 없다. 아파트를 샀는데 갑자기 정책이 바뀌면 손해를 입는다. 그런데 아파트를 사면 갑자기 아파트 값이 오르는 사람이 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나도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그 운도 노력이 따를 때 찾아오는 것 아닌가.
운이 있는 걸 ‘운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은력’이 필요하다. 은혜를 알아야 주변에 사람들이 따른다는 것이다. 내가 잘나서 다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람은 은혜를 알아야 한다. 부모님, 은사님, 지인들 등에게 갚아야 할 은혜를 알아야 사람들이 따른다.

좋은 말이다.
마지막으로 ‘둔력’이 있어야 한다. ‘둔하다’ 할 때 그 ‘둔’이다. 내가 똑똑하고 잘나면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다. 둔하게 살아야 사람이 붙는다. 저 사람한테 다가갈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근엄하고 머리 굴리는 게 보이면 사람들이 다가갈 수가 없다. 운력, 은력, 둔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아멘.
사실 나도 중학교 시절 은사님이 해주신 말씀인데 이 이야기를 오래 새기고 있으니 사업을 하면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사업을 하면서 고비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정말 기가 막히게 답이 나왔다. 이런 운이 없으면 사업도 안 된다.

구단주인 안양 최대호 시장은 열혈 축구팬이기도 하다. ⓒ프로축구연맹

오늘 당신을 만났으니 나도 그 운을 받아가고 싶다.
그랬으면 한다. 적자가 심하다고 들었다.

구단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선수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는 부끄러워서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해달라. 벌써 듣고 왔다.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첫 월급을 어디에 썼나.
내가 사업만 하다보니 월급을 주기만 했지만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여기에서 첫 월급을 받은 후 고민했다. 이 돈으로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부모님께 속옷을 한 번도 못 사드려서 사드릴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선수들이 생각났다. 대단히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이 나이에 받은 첫 월급 아닌가. 선수단한테 주는 게 낫겠다 싶었다. ‘올해 열심히 경기해 달라’는 뜻으로 월급을 그대로 선수단에게 전달했다. 일일이 나눠줄 수는 없어 주장에게 줬다.

나같으면 정 없게 팀내 기여도에 따라 차등 배분했을 것 같다.
그건 구단 차원에서 하는 거고 나는 그냥 다 내 새끼들이라고 생각하고 줬다. 집에 가서 단장이 주는 보너스로 맛있는 밥 한 끼 먹으면 좋지 않은가.

사무국 직원들에게도 이따금씩 봉투에 용돈을 넣어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에이, 그만 이야기하라. 창피하다.

알겠다. 그렇다면 올 한해 안양 단장으로서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인가.
내가 한 게 없다. 나는 그냥 운을 가지고 왔다. 구단주인 최대호 시장이 정말 열렬한 우리 팀의 팬이다. 구단주가 팀에 흥미가 떨어지거나 관심이 없으면 축구단 운영이 안 된다. 또한 팬이 없어도 프로팀은 살아나갈 수가 없다. 그런데 안양에는 이 두 개가 다 있다. 단장은 구단주의 의중에 맞게 따라가는 건데 구단주의 뜻이 확고하다. 시민구단은 관심이 없으면 존재 이유가 없는데 우리 서포터스를 보라. K리그2 10개 구단 중 우리 같은 데가 없다. 이런 팬들에게 잘할 수밖에 없다. 나는 좋은 구단주와 팬을 만났다. 그저 꼭 필요한 이 두 개가 갖춰진 곳에 운을 가지고 왔을 뿐이다.

ⓒ FC안양

올 한 해 안양은 정말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안양은 FC안양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축구가 있었다. 그리고 프로뿐 아니라 생활체육 축구도 전국에서 늘 1등 아니면 2등을 한다. 그만큼 축구의 뿌리가 깊은 도시다. 안양은 시설 하나만 갖춰놓으면 성공한다. 1986년도에 만든 33년 된 구장에 가변석 하나만 설치했는데도 관중이 이렇게 들어온다.

경기장 시설의 개선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안양이라는 축구 브랜드는 이제 전용구장 하나만 있으면 대박이 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시설만 갖춰진다면 사실 단장이 유능하지 않아도 잘 돌아갈 것이다. 시설이 첫 번째라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구단주의 관심에 좋은 시설이 더해지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더 좋은 환경이 갖춰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단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의 각오도 말해달라.
이제 임기가 1년 남았다. 단장이라는 자리가 즐거움을 느끼기 보다는 얼마나 상처를 덜 받느냐하는 자리다. 남은 1년 동안에도 안양의 철학을 심는 일을 하고 싶다. 100년 구단의 토대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다. 나는 안양에서 20년을 살았다. 안양 사람이고 단장을 그만둬도 안양에 있을 사람이다. 축구 없는 인생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계속 축구와도 연을 맺을 사람이다. 내가 단장으로서 일을 잘못하면 안양과 축구를 떠나야 한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장철혁 단장은 인터뷰를 하면서 “운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운도 결국엔 자신의 능력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흥행을 거둔 팀의 단장 치고는 너무나도 겸손한 그를 보며 안양이 왜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장철혁 단장이 이끄는 FC안양은 이렇게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시즌 안양은 또 어떤 운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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