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어느새 2019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방법을 통해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고 있다. 축구계 역시 마찬가지다. 치열했던 시즌이 마무리되고 겨울 휴식기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각 구단들은 내년 시즌을 대비해 선수 영입과 각종 계획 수립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올 시즌 K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력 면에서도 그렇고 흥행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K리그의 호재와는 대조적으로 쉽지 않은 일 년을 보낸 선수들도 있었다. <스포츠니어스>는 올 시즌 2% 아쉬운 활약을 펼친 11인의 K리거를 선정해봤다.

이범영(전북현대) - 2019시즌 리그 0경기 출전

ⓒ 전북 현대

전북현대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강원에서 베테랑 골키퍼 이범영을 영입했다. 트레블에 도전하는 전북은 이범영 송범근 경쟁 체재를 통한 뒷문 안정화를 노렸다. 하지만 이 같은 전북의 구상은 머지않아 물거품이 됐다. 이범영은 이적 직후 훈련 도중 아킬레스건 파열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범영은 기나긴 재활에 돌입했다. 하지만 부상 복귀 후에도 이범영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주전 골키퍼 송범근이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리그 전경기에 풀타임 출전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범영은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북의 극적인 우승으로 우승 메달은 목에 걸 수 있었지만 이범영에게 2019년이 아쉬웠던 이유다.

블라단 아지치(포항 스틸러스) - 2019시즌 리그 3경기 출전 1득점

ⓒ 전북 현대

수비 안정화를 노리던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겨울 과거 수원FC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블라단 아지치를 영입했다. 포항은 블라단을 영입하며 "중앙 수비 라인에 안정감과 무게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김광석, 하창래, 배슬기 등 기존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 역시 눈여겨 볼 만 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블라단이 포항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블라단은 좀처럼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며 고전했다. 결국 고심 끝에 포항 구단과 김기동 감독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블라단과 작별을 결정했다. 그렇게 블라단은 2019시즌 리그 세 경기 출전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배슬기(포항 스틸러스) - 2019시즌 리그 12경기 출전 1득점

ⓒ 전북 현대

포항은 올 시즌 초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강등권 코앞인 10위까지 순위가 쳐질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 부임 후 포항은 180도 다른 팀이 됐다. 결국 놀라운 상승세를 탄 포항은 극적으로 파이널A에 합류했고 이후 시즌 최종전에서 울산을 4-1로 대파하며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렇듯 최고의 한 해를 보낸 포항이었지만 이 선수의 활약은 아쉬웠다. 바로 주장 배슬기다.

올 시즌 배슬기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포항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활약 자체만 놓고 보면 2%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배슬기는 이번 시즌 포항 유니폼을 입고 리그 12경기에 나섰지만 불안한 수비력으로 포항 팬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다. 배슬기는 느린 스피드, 잦은 실책 등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주장 배슬기가 부진에 빠지자 김기동 감독의 고민도 시작됐다. 결국 시즌 중후반부터 배슬기의 출전 기회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10월 20일 열린 전북과의 리그 3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배슬기는 오랜만에 풀타임을 누볐지만 팀의 0-3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후 배슬기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볼 순 없었다. 포항이 최고의 마무리를 했음에도 배슬기는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우찬양(포항 스틸러스 - 2019.01~07, 수원FC - 2019.07~08) - 음주운전, 15경기 출장 정지 제재금 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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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활약을 보인 선수라기보다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많은 실망감을 안긴 선수다. 바로 우찬양이다. 우찬양은 한국 수비의 미래로 평가받던 선수다. 센터백,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우찬양의 다재다능함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포항에서의 주전 경쟁은 쉽지 않았다. 결국 우찬양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원FC 유니폼을 입으며 새 도전에 나섰다.

우찬양의 기량을 높이 평가한 수원FC 김대의 감독은 우찬양을 주전 풀백으로 활용했다. 우찬양은 수원 이적 후 치른 일곱 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하며 입지를 넓혔다. 하지만 이후 우찬양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음주운전을 한 것이다.

우찬양은 지난 8월 15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러나 우찬양은 이 같은 사실을 구단에 통보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찬양은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고 8월 17일 열린 안산그리너스와의 리그 24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었다.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우찬양에게 15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400만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우찬양은 프로답지 못했던, 최악의 실수로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조던 머치(경남FC) - 2019시즌 리그 8경기 출전 1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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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남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랜 기간 활약한 잉글랜드 출신 미드필더 조던 머치를 영입했다. 놀라운 소식이었다. 머치는 불과 몇 시즌 전까지 세계 최고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를 누빈 수준급 미드필더였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좋았다. 머치는 특유의 넓은 시야와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경남 중원을 책임졌다. 양 측면과 전방으로 배달되는 머치의 정확한 패스는 경남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입단 당시부터 우려됐던 잦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머치는 4월 중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팀 적응 과정 역시 원활하지 못했다. 결국 머치는 6월 29일 열린 수원삼성전 출전을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머치는 경기 외적인 문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한국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종우(수원삼성) - 2019시즌 리그 21경기 출전 0골 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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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는 한때 수원 중원의 미래로 평가받던 선수다. 탁월한 센스와 탈압박 능력, 송곳 같은 김종우의 패스에 수원 팬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김종우에게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2% 부족한 체력이었다.

좋은 활약을 펼치다가도 김종우는 체력 문제를 드러내곤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체력뿐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력에서도 부진이 두드러졌다. 예리했던 패스는 평범해졌고 안 그래도 많지 않았던 활동량은 더욱 줄어들었다. 이임생 감독은 김종우의 부진한 경기력에도 출전 기회를 보장했으나 김종우의 경기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김종우로선 많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던 2019시즌이었다.

티아고(전북현대) - 2019시즌 리그 2경기 출전 0골 0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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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시절 티아고는 자타공인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였다. 티아고는 2016시즌 전반기 성남 유니폼을 입고 리그 19경기에 나서 13골 5도움을 기록했다. 이후 티아고는 2016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알 힐랄로 이적했다.

여러 클럽을 거친 티아고는 지난해 전북으로 이적하며 2년 만에 K리그로 복귀했다. 하지만 2년 전과 같은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플레이가 이어졌다. 알고도 막지 못했던 왼발 킥과 센스는 온데간데 없어졌고 기대 이하의 모습만이 계속됐다.

2019시즌을 앞두고 호세 모라이스 감독 체재로 재편된 전북은 티아고 처분을 시도했다. 하지만 폼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고액 연봉자' 티아고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이후 모라이스 감독은 티아고에게 몇 차례 기회를 주며 그의 부활을 돕고자 했으나 티아고의 플레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올 여름 사간도스로 임대 이적하며 잠시 팀을 떠났던 티아고는 내년까지 전북과 계약이 되어있는 상태다. 이제 전북은 '연봉 도둑' 티아고를 처분해야 하는 임무를 안게 됐다.

히우두(대구FC) - 2019시즌 K리그 11경기 출전 0골 0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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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 파크의 개장과 함께 최고의 흥행을 이어가던 대구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브라질 출신 베테랑 스트라이커 히우두를 영입했다. 획기적인 마케팅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대구 프런트는 이후 히우두를 위한 역대급 입단식을 개최하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화려했던 입단식과는 정반대로 히우두가 대구에서 보인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히우두가 반 시즌 동안 K리그에서 기록한 득점은 0골. 안드레 감독은 히우두에게 적지 않은 출전 기회를 부여했지만 히우두는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히우두는 9월 22일 열린 인천과의 원정 경기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경기장에서 활약보다는 입단식 당시의 환한 미소가 더 기억에 남는 히우두의 2019시즌이었다.

데이비드(포항 스틸러스) - 2019시즌 K리그 9경기 출전 2골 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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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지난 겨울 인도네시아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 데이비드를 영입했다. 포항은 데이비드 영입을 발표하며 "185cm의 큰 신장을 갖춘 선수지만 스피드가 준수하다. 또 양발을 가리지 않으며 정확하고 강한 슈팅을 구사한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순호 감독이 인도네시아 현지로 건너가 데이비드의 기량을 직접 체크해 영입을 결정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그러나 데이비드가 포항에서 보인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데이비드는 인도네시아보다 한 단계 높은 K리그의 수준에 적응하지 못했다. K리그의 빠른 템포와 많은 활동량에 데이비드는 버거워했다. 자신을 데려온 최순호 감독이 경질된 후에는 아예 자리를 잃었다. 결국 데이비드는 리그 9경기 출전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긴 채 여름 이적시장에서 인도네시아로 복귀했다.

오사구오나(제주유나이티드) - 2019시즌 K리그 11경기 출전 1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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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결정력 부족에 시달리던 제주유나이티드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장신스트라이커 오사구오나를 영입했다. 찌아구와 작별한 제주는 오사구오나가 팀의 희망이 되어주길 간절히 기원했다. 제주는 "194cm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갖추고 있으며 헤더뿐 아니라 연계 및 발밑 플레이도 탁월한 선수"라고 오사구오나를 소개했다. 오사구오나 역시 "말보다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다"는 호기로운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오사구오나는 제주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다. 부드럽다고 알려졌던 발기술은 투박했다. 근근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해야 하지만 오사구오나의 득점포는 가동되지 않았다. 8월 10일 열린 상주상무와의 홈경기에서 터뜨린 골이 데뷔골이자 마지막 골이었다. 결국 오사구오나의 터지지 않은 발끝과 더불어 제주 역시 창단 후 첫 강등이라는 치욕스러운 성적표를 받게 됐다.

데얀(수원삼성) - 2019시즌 K리그 21경기 출전 3골 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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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 수원 유니폼을 입고 50경기에 나서 27골 6도움을 올린 데얀이 2019시즌에도 수원의 핵심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새롭게 팀에 부임한 이임생 감독 역시 겨울 전지훈련 기간 데얀을 주전 멤버로 낙점하며 2019시즌을 구상했다. 하지만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타가트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데얀의 입지는 자연스레 축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데얀의 불만이 시작됐다.

선발로 나서길 원했던 데얀은 이임생 감독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베테랑으로서 팀에 헌신할 줄 아는 미덕이 요구됐으나 데얀은 오히려 철없는 행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름 데얀'이란 말도 통하지 않았다. 그간 데얀은 유독 무더운 7~8월에 좋은 활약을 펼치곤 했으나 올 시즌은 달랐다. 결국 전력 외 판정을 받은 데얀은 시즌 종료 후 쓸쓸히 수원을 떠났다. 누구에게도 박수받지 못했던 데얀의 2019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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