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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부산=조성룡 기자] 심서연은 계속해서 아쉬운 표정이었다.

1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EAFF E-1챔피언십 여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일본에 후반 막판 모미키 유카에게 페널티킥 골을 실점하며 0-1로 패배, 홈에서 열린 E-1챔피언십을 2위로 마쳤다. 1승 1무 1패 승점 4점을 기록한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중국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네 골 앞서면서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날 대한민국의 중앙 수비수 심서연은 이보다 더 아쉬울 수 없었다. 심서연은 일본의 공격수를 상대로 경기 내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단 하나의 장면이 문제였다. 그는 후반 40분 일본의 슈팅에 팔을 맞았다. 심판은 주저하지 않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너무나 빨랐던 슈팅이 맞는 바람에 심서연은 쉽게 대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가혹했다. 그 하나의 장면은 승부를 결정짓는 실점이 되고 말았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심서연은 계속해서 아쉬운 표정이었다. 눈가는 촉촉했다. 말을 하던 도중 아쉬움이 커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심서연은 "전날 훈련에서 실점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는데 마지막에 내가 실수했다"라면서 "나로 인한 실점 때문에 일본에 패배했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에서는 복잡한 표정이 엿보였다.

그래도 심서연은 그 실수를 제외하고는 내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콜린 벨 감독 역시 심서연의 실책에 대해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서연이 그 빠른 슈팅 앞에서 팔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심판의 휘슬 타이밍 역시 빨랐다"라고 옹호하면서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국가대표팀에 돌아온 심서연은 든든한 팀의 중심 역할을 잘 해냈다.

콜린 벨 감독은 심서연에게 어떤 위로를 건넸을까? 그는 "콜린 벨 감독이 따로 개인적으로 한 이야기는 없었다"라면서도 "선수들을 다 모아놓고 벨 감독의 과거 이야기를 해줬다. 클럽 팀 감독할 때의 이야기를 하더라. 그 중에서도 '이제 우리의 스토리는 시작이다'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얘기에 위로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제 심서연은 어느덧 팀의 고참이 됐다. 오랜만에 돌아온 국가대표팀에서 많은 후배들과 함께 뛰었다. 심서연 또한 "이제 나도 선수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이다"라면서 "그래도 콜린 벨 감독이 팀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많은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 그래서 팀 분위기가 잘 살아나고 명확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심서연의 E-1챔피언십은 아쉬움으로 끝났지만 이제 더 중요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이다.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노린다. 마지막으로 심서연은 "해외파 선수들까지 합류하면 더욱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면서 "그 때는 내가 더 잘하겠다. 지금처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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