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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부산=조성룡 기자] 공격 효율성이 대한민국 축구의 화두로 떠올랐다.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 E-1챔피언십에서 남녀 모두 승리를 거뒀다. 먼저 열린 여자부에서 대한민국은 대만을 3-0으로 완파했고 이어 열린 남자부에서도 중국을 1-0으로 제압했다. 이제 대한민국 남녀 대표팀은 다가오는 한일전에서 E-1챔피언십 통합 우승이라는 도전에 나서게 된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쁜 상황은 아니다. 일단 이겼다. 축구는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스포츠다. 일단 이겼으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100% 만족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남녀 대표팀 모두 같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공격의 효율성'이다. 경기를 지배하지만 결과까지 지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로테이션의 성과는 만족, 그래도 아쉬웠던 골 결정력

대한민국과 대만의 여자부 경기는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했다. 콜린 벨 감독은 중국전과 100% 다른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불과 이틀 뒤 일본전이 열린다는 것을 고려해 로테이션을 가동한 것이었다. 중국전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골키퍼 전하늘과 측면 자원 추효주가 생애 첫 A매치에 나섰다. 대만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일본전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이었다.

콜린 벨 감독의 자신감은 선수들의 기량을 통해 증명됐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경기 내용에서 대만을 압도했다. 개인기와 패스 조직력 등에서 대만 선수들은 대한민국과 비교하기 어려웠다. 탈압박과 공격 전개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대만보다 몇 수 위 실력을 보여줬다. 로테이션을 가동했음에도 경기력의 차이를 보여줬다는 것은 콜린 벨 감독의 선택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경기 결과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수많은 기회를 만들었고 상대의 페널티박스 안까지 공을 배급하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페널티박스 안에서가 문제였다. 세밀함과 집중력이 아쉬웠다. 대한민국은 일찌감치 경기를 편하게 이끌 수 있었지만 첫 골은 비교적 늦은 전반 28분에 터졌다. 전반 시작과 함께 상대를 압도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못내 아쉬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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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것은 대만의 전술적 유연성과 조직력이었다. 경기 스타일은 투박했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만회했다. 전술도 유연했다.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대만은 상황에 따라 4-3-3 또는 5-3-2로 순식간에 변화했다.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파오 신수안과 리시우친의 위치의 변화와 함께 전술이 유연하게 바뀌었다. 청쓰위 골키퍼의 실책이 없었다면 대만은 더욱 자신감을 얻었을 한 판이었다.

물론 대한민국 여자축구는 일본과 같이 아시아 최강이라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를 노릴 전력은 충분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잡아야 할 팀은 잡아야 한다. 그리고 많은 골도 넣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번 대만전은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지만 더 많은 골이 나오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3-0이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일본이 대만을 9-0으로 꺾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좀 더 많은 골이 필요했다.

콜린 벨 감독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기는 우리가 일찍 기회를 골로 만들어 쉽게 풀어갔어야 했다"라면서 "한 골 차 상황에서는 상대와 대등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힘들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 대처했고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평가했다. 콜린 벨은 취임 이후 꾸준하게 선수들의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콜린 벨 체제 초반인 만큼 상황은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

"팩트다" 벤투 감독도 고개 끄덕이게 한 '공격력 부실'

이어 열린 남자부의 경기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물론 상대의 수준은 꽤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력은 생각보다 약했다. 전반 13분 김민재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 상황은 굉장히 쉽게 풀릴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 대한민국의 발 끝이 침묵했다는 것이다. 상대 수비는 확실히 부실했고 대한민국은 여러 차례 기회를 잡았다. 문제는 이것이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여자부 대만이 끈끈한 조직력을 보여줬지만 남자부 중국은 그렇지도 못했다. 경기 후 리티에 감독대행이 "선수들이 피곤해도 열심히 싸워줬기에 만족한다"라는 언급이 공허하게 들릴 정도였다. 경기 도중 취재석에 앉아있던 중국 취재진이 강하게 불만을 터뜨릴 정도였다. 중국은 리티에 체제 돌입 이후 아직 개선될 것이 많아 보였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이 기회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공격의 효율성 문제였다. 대한민국은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과 맞아 떨어지는 경기였다. 그렇다면 지배한 만큼 결과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최종 경기 결과는 1-0이었다. 결정적인 기회를 꽤 많이 놓쳤다. 상대의 페널티박스 부근까지 전개하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슈팅에 기대감이 아쉬움 또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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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가 "답답하다"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꽤 흥분한 어조로 "내가 여론이나 언론을 통제할 능력은 없다"라면서 "지금까지 유지한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과 축구 철학은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린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우리가 할 축구는 아니다. 내가 대한민국에 있는 동안 절대로 그런 전술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이 너무나도 쿨하게 고개를 끄덕인 것은 '공격 효율성'의 부족이었다. "그건 팩트(사실)다"라고 입을 연 그는 "최근 몇 경기 뿐 아니라 나의 부임 이후 공격 효율성에 대한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기회를 만들어낸 것에 비해 득점력이 좋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부임 이후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14승 8무 2패를 기록하고 있다.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하지만 축구는 골을 넣어야 결과를 만드는 스포츠다. 골을 넣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고민거리로 남는다. 아무리 경기 내용이 좋아도 골이 없다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어찌보면 벤투호의 마지막 퍼즐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벤투호는 계속해서 흔들릴 수 밖에 없다.

E-1챔피언십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의 고민거리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바로 골이다. 물론 대한민국 축구는 세계 최강이 아니다. 하지만 최약체도 아니다. 수비할 때는 수비해야 하지만 공격할 때는 확실한 득점으로 상대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런 만큼 공격 효율성에 대한 고민은 대한민국 축구에 꽤 중요한 과제로 남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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