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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부산=조성룡 기자] 강채림이 ‘언니’ 정설빈에게 한 수 배웠다.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 E-1챔피언십 여자부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강채림의 두 골과 정설빈의 쐐기골을 묶어 대만을 3-0으로 완파하고 1승 1무를 기록, 2연승을 거둔 일본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이제 E-1챔피언십 여자부 우승의 향방은 17일 열리는 일본전에서 결정된다.

이날 대한민국의 주인공은 강채림이었다. 강채림은 팽팽한 승부가 벌어지고 있던 전반 28분 상대 골키퍼의 몸에 맞고 나오는 공을 쇄도하며 골을 기록했다. 콜린 벨 호의 첫 골이자 강채림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채림은 후반 24분 권은솜의 찔러주는 패스를 받아 측면을 파고든 뒤 슈팅까지 연결해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강채림은 "골 넣고 싶다는 마음으로 뛰었던 경기였다"라면서 "다행히 그 마음대로 골을 넣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강채림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있었다. 그만큼 이날 강채림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취재진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콜린 벨 감독은 강채림에 대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다"라면서 "많은 경험과 배움이 있다면 더욱 성장할 것이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이야기를 전하자 강채림은 당황한 듯 웃더니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라면서 "그렇게 말해주셨으니 그에 걸맞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다짐했다.

강채림은 지난 4월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 프랑스 월드컵 등을 거쳐 8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좀 더 빨리 넣고 싶었을 것이다. 강채림은 "솔직히 프랑스 월드컵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고 오고 싶었다"라면서도 "그래도 많이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시기였다. 괜찮다"라고 말했다.

강채림은 데뷔골에 그치지 않고 한 골을 더 추가하면서 대만전을 잊지 못할 무대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해트트릭 욕심 또한 났을 법 하다. 해트트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강채림은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골을 넣고 나서 뒷풀이를 그 자리에 서서 했다"라고 입을 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언가 뒷풀이에 아쉬움이 있어 보였다.

이어 강채림은 "그런데 (정)설빈 언니가 세 번째 골을 넣고나서 카메라가 많은 쪽으로 달려가 골 뒷풀이를 하더라"면서 "그 모습을 보고 '아, 골을 넣고나면 저렇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일 내가 한 골을 더 넣어 해트트릭을 하면 카메라 쪽에 가서 골 뒷풀이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지 못했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제 강채림과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다음 경기에서 라이벌 일본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강채림은 "대만과 일본이 같은 레벨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면서 "그래도 대만을 이기면서 좋은 분위기를 탔다. 이 분위기를 이어서 한일전에서도 승리해 우리가 우승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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