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울려퍼진 중국 국가, 홍콩 팬들의 대답은 ‘BOO’

[스포츠니어스|부산=조성룡 기자] 국가를 향한 홍콩 팬들의 응답이었다.

14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9 EAFF E-1 챔피언십 일본과 홍콩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양 팀은 간단한 식전 행사를 치렀다. 국가대항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행사는 바로 국가 연주다. 이날도 일본과 홍콩 양 팀의 선수들은 국기를 바라보고 나란히 도열해 있었다. 일본의 선수들과 팬들은 ‘기미가요’를 제창하며 승리를 다짐했다. 하지만 홍콩은 그렇지 않았다. 그럴 수 있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는 중국 정부와 홍콩 시민들의 갈등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일부는 과거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과 빗대기도 한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홍콩은 엄밀히 말해서 국가는 아니다. ‘일국양제’라는 중국의 원칙대로 한 나라지만 다른 제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지만 중국이 아니다. 그래서 이 갈등은 복잡한 실타래로 꼬여있다.

홍콩은 독립된 국가가 아니다. 그래서 국가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상징 중에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국가(國歌)다. 홍콩의 깃발은 1990년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만들어졌지만 국가까지는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홍콩의 경기에는 중국의 국가가 연주된다. ‘의용군 행진곡’이다. 홍콩 사람들은 이 국가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한국과의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중국 국가가 연주되자 등을 돌리고 항의하기도 했다.

일본과의 2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양 팀 국가를 연주하겠다”라는 장내방송이 나오자 홍콩의 팬들은 긴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국가가 먼저 연주되자 그들은 씩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일본의 국가가 끝나자 홍콩 팬들은 일본 응원석을 향해 아낌없이 박수를 쏟아냈다. 아무래도 라이벌 의식이 없고 전력 차가 큰 양 팀의 경기다. 비교적 치열한 맛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가 연주되자 그들은 무섭게 돌변했다. 갑자기 야유를 쏟아내면서 모두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미리 나눠받은 종이를 일제히 들었다. 여기에는 ‘BOO’라고 쓰여 있었다. 영어로 야유를 이렇게 표기한다. E-1 챔피언십에서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의 반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홍콩 팬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온 셈이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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