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창원=조성룡 기자]

8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남FC와 부산아이파크의 경기에서 부산은 후반전 터진 호물로의 페널티킥 골에 힘입어 경남을 1, 2차전 합계 1-0으로 꺾고 염원하던 K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등 영광의 나날을 보냈던 경남은 강등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K리그1을 향한 길목에서 양 팀은 창원축구센터에서 두 번 만났다. 2017년 10월 8일과 2019년 12월 8일이다. 과거 두 팀은 '낙동강 더비'라는 이름의 더비 협약식을 가진 바 있다. 그 때만 해도 모두들 웃었다. "협약으로 만든 더비"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낙동강 더비'가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걸고 두 팀이 충돌했다.

2017년 10월 8일은 경남에 추억이고 부산에 악몽인 하루였다. 당시 K리그2(K리그 챌린지) 1위인 경남과 2위 부산은 다이렉트 승격을 놓고 맞붙었다. 경남은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었고 부산은 대역전 우승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 판이었다. 여기서는 경남이 웃었다. 경남은 전반 26분 말컹이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윤종규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지만 오히려 후반 18분 말컹이 추가골을 넣으며 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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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경기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K리그1으로 승격한 경남은 2018시즌 리그 2위를 차지하며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경남의 역사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다. 반면 부산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경기 이틀 뒤 故조진호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상주상무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1년 뒤 또다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이번에는 FC서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부산에 K리그1의 기억은 조금씩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다.

'낙동강 더비'는 2017년 10월 8일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두 팀의 맞대결이 성사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해도 그럴 줄 알았다. 부산은 차치하더라도 경남은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해 ACL에 출전하는 강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은 두 팀을 더 이상 오래 떼어놓지 않았다. 경남은 ACL 출전 여파로 하락세를 타며 1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부산은 K리그2 2위를 차지한 뒤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FC안양을 꺾고 세 번째 승격 도전, 그리고 네 번째 승강 플레이오프 무대에 진출했다.

2017년 10월과 2019년 12월은 많은 것이 같지만 달랐다. 그 때나 지금이나 경남은 붉은 색이었고 부산은 검은 색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모습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특히 2017년 부산의 유니폼을 입고 있던 고경민은 2019년 경남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 무슨 얄궂은 장난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런 운명적인 만남이 있기에 축구가 재밌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2019년 이날의 스코어는 2017년과 정확히 반대였다. 분위기도 반대였다. 삼면이 환호했던 창원축구센터는 2년 뒤 단 한 쪽 면만 환호했다. 부산의 원정 팬들이었다. 2년 전 경남 말컹이 보여줬던 골은 부산의 호물로와 노보트니가 보여줬다. 그리고 2년 전 K리그1의 주인공은 경남이었고 이제는 부산이었다. 같은 풍경 속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많은 것이 겹쳐보였고 달라보였던 창원이었다. 당분간 또다시 '낙동강 더비'는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K리그1에는 부산이 있고 K리그2에는 경남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낙동강 더비'는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나타날 수 있다. 협약으로 만들어졌던 그 더비가 이제는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잔혹하지만 흥미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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