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위해 도쿄에서 창원 서른 번 왕복한 일본인 팬


시타바 씨는 이날도 가장 먼저 경기장을 찾았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경남=김현회 기자] 8일 창원축구센터. 오후 2시에 시작되는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남FC와 부산아이파크의 경기를 앞두고 팬들이 속속 경기장으로 모여 들었다. 경남 선수단이 12시 20분경 경기장에 도착하자 이른 시간에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팬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서 일일이 선수의 이름을 외치는 이가 있었다. 경남 유니폼을 입은 이 중년 신사는 선수를 이름을 외치며 선수들과 눈을 맞췄고 악수를 했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경남 선수단을 맞이한 이 팬은 바로 일본인 시바타 히로카즈(57세) 씨다.

시바타 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아니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에서 직접 날아왔다. 특별한 경기여서 시간을 냈을까. 그것도 아니다. 시바타 씨는 올 시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창원축구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와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포함해 서른 번이나 넘게 경기장을 찾아 경남을 응원하고 있다. 경남의 홈과 원정 경기를 막론하지 않고 시간이 되면 경기장으로 향했다. 지난 5일 열린 부산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원정 1차전도 현장에서 응원했다.

시바타 씨는 원래 아비스파 후쿠오카 팬이다. 이 팀에 속했던 쿠니모토가 경남FC로 이적하면서 지난 시즌부터 경남과 인연을 맺게 됐다. 한국 출장이 잦아 일정에 맞춰 경남 홈 경기를 관전했다. 그러다가 경남의 매력에 푹 빠졌다. 부산과의 2차전 경기를 앞두고 무려 두 시간 전에 경기장에 와 선수들을 맞이한 그는 “지난 시즌 경남은 강했고 올 시즌에는 많이 이기진 못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경남에 빠져 들고 말았다”고 전했다. 시바타 씨는 2차전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 함안 클럽하우스를 방문해 선수들을 응원했고 이날도 가장 먼저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 버스를 기다렸다.

경남 버스 기사와 기념 사진을 찍은 시바타 ⓒ시바타 인스타그램

시바타 씨는 어느덧 경남 팬들과 많은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그는 “올해에는 다른 경남FC 팬들과 말레이시아 조호르 다룰 탁짐 원정도 다녀왔고 산둥 루넝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 응원도 했다”면서 “4월에는 경남이 가시마 앤틀러스 원정경기도 치렀다. 그 경기는 나에게 더 특별했다. 원래 내가 창원으로 가 경남FC 선수들을 응원하는 게 보통인데 이날은 경남 서포터스가 일본으로 오는 날이었다. 경남 팬들이 일본에서 응원을 한다는 건 대단히 뜻깊은 일이었다. 경기 이틀 전부터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창원이 진짜 좋다”면서 “축구뿐 아니라 경남 팬들이 말이 잘 안 통하는 나를 위해 많이 도와주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놀러도 다닌다”고 즐거워했다. 일본 도쿄에 사는 그는 매번 경남FC 경기를 보기 위해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탄다. 김해공항에 도착해 창원으로 다시 이동해야 한다. 이동시간만 6시간이 넘게 걸린다. 수도권 원정을 떠날 때면 시간은 더 소요된다. 하지만 그는 경기 시간 두 시간 전 경기장 도착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야 경기장에 입장하는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바타 씨는 보통 경기 하루 전 한국에 와 2박 3일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 2박 3일 일정의 대부분은 축구, 그리고 서포터스 동료들과의 시간이다. 지난 시즌에는 경남이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올 시즌 경남FC는 K리그1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그래도 시바타 씨는 경남을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그는 “경기에서 지는 날이면 ‘내가 왜 여기에 와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면서 “하지만 그래도 경남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에게 늘 감동을 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J리그 선수들은 경기에서 져도 팬들에게 인사할 때는 방긋 웃는 경우가 많은데 경남 선수들은 경기에서 지면 표정이 심각해진다.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면서 “항상 노력해 주는 선수들과 그들을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이 있어서 경기장에 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시바타 씨는 지난 해 8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올 시즌에는 보다 자유롭게 경남을 응원하고 있다. 그는 “모아놓은 돈이 있어서 경남을 응원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고 웃었다. 지난 달 30일 경남FC는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시바타 씨에게 시축을 맡기기도 했다.

시바타 씨는 한국의 많은 것들을 공감하고 있다. ⓒ시바타 인스타그램

시바타 씨는 쿠니모토 덕분에 경남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렇다면 쿠니모토가 혹시 팀을 떠나게 되면 어떨까. 이 이야기가 나오자 시바타 씨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처음에는 쿠니모토 때문에 경남을 알게 됐는데 이제는 경남 팀 전체를 좋아한다”면서 “만약에 쿠니모토가 팀을 떠난다고 해도 나는 경남 팬이다. 혹시 강등을 당할 수도 있지만 경남이 2부리그로 떨어져도 계속 경기장을 찾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부산과의 운명을 건 경기가 열리기 직전 만난 시바타 씨는 “선수들의 기분이나 감정을 잘 안다. 선수들을 믿는다. 김종부 감독이나 선수단, 팬들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경남은 반드시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날 경남은 부산에 0-2로 패해 결국 K리그2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그래도 시바타 씨는 “내년에도 창원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시바타 씨와 경남FC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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