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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산=김현회 기자] 2017년 부산아이파크와 상주상무의 승강 플레이오프. 부산 고경민은 이 두 경기에 모두 출장했지만 결국 염원이던 부산의 승격을 이뤄내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1년 뒤인 2018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고경민은 또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지난 시즌 부산에서 32경기에 출장해 9골 5도움으로 맹활약한 고경민은 FC서울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도 모두 출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부산은 서울과의 경쟁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들어야 했다. 고경민은 2년 연속 부산 유니폼을 입고 승격 기회를 잡았다가 눈앞에서 놓쳐야 했다.

그런 고경민이 다시 한 번 승강 플레이오프에 출전했다. 3년 연속 승강 플레이오프에 출장하는 특별한 기록을 썼다 그는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19 부산아이파크와 경남FC의 1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그는 부산 선수가 아니라 경남 소속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2년 연속 부산에서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섰던 고경민은 올 시즌에는 경남 유니폼을 입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기구한 운명이다. 이날 그는 익숙했던 구독운동장에서 부산의 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번에는 승격이 아닌 강등을 피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이날 경기는 부산과 경남이 0-0으로 비겼다. 2차전 결과에 따라 부산의 승격이냐, 경남은 생존이냐가 결정된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경남 선수단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고경민의 표정도 밝지는 않았다. 그는 “원정 다득점 제도가 있으니 오늘 득점하지 못하고 비겨 분위기는 좋지 않다”면서 “이 무승부가 다가올 일요일 2차전이 끝난 뒤 어떤 결과를 끼칠지는 그날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고경민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익숙한 구덕운동장에서 부산의 상대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고경민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경기를 친정팀인 부산에 와서 하게 됐다”면서 “내 홈 경기장인 것 같았다. 3년 동안 여기에서 뛰어서 그런지 사실 창원 홈 경기장보다는 마음이 편했다”고 전했다. 3년간 부산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경기장을 빠져 나오면서도 연신 익숙한 부산 프런트와 인사를 나눴다. 김종부 감독은 웃으며 “너 다시 부산 가려고?”라며 장난을 쳤다. 고경민에게는 여전히 부산이 익숙한 팀이지만 이제는 부산의 승격 저지를 위해 뛰어야 한다.

고경민은 2014년 당시에는 안산무궁화 유니폼을 입고 광주와의 K리그2 준플레이오프에 임했고 2016년에도 부산 소속으로 강원과의 준플레이오프를 경험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격돌했던 상대인 광주와 강원은 그해 승격에 성공했다. 이 준플레이오프를 떠나 승강 플레이오프만 3년 연속이다. 이쯤 되면 ‘승강 플레이오프 전문가’라고 부를 만도 하다. 승격을 위해, 잔류를 위해 플레이오프를 연속해서 경험해 본 고경민은 누구보다도 이 살 떨리는 승부를 잘 알고 있다. 스스로를 “플레이오프와는 악연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플레이오프는 리그 경기와 많이 다르다”면서 “리그는 실수를 해도 되지만 플레이오프는 그렇지 않다. 안전하게 경기를 해야한다. 한 번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부산에는 나와 함께했던 동료들이 많은데 서로 예민해서 경기 전에 일부러 연락도 잘 하지 않았다”며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도 ‘살살해’라는 정도의 이야기만 나눴다. 부산 소속으로 승격을 위해 플레이오프에 나섰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경남이 K리그1에 남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고경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부산에서 경남으로 이적했다. 부산의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고경민은 경남에서도 올 시즌 핵심 자원으로 꼽히고 있다. 올 시즌 22경기에 출장해 네 개의 도움을 올렸다. 고경민은 안방에서 열리는 2차전에도 출장할 가능성이 높다. K리그 통산 199경기를 소화한 그는 이제 세 번째 승격 도전을 위한 경기에서 2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2차전은 홈에서 치러진다. 이점을 살려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해야한다”면서 “0-0으로 비기면 연장에 가지만 실점하고 비기면 우리가 떨어진다. 꼭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간절하게 승격을 위해 2년이나 뛰었지만 이제는 2부리그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플레이오프에 임하고 있다”면서 “이번 플레이오프도 지난 2년간의 플레이오프 못지 않게 간절하다”고 말했다. 3년 연속 승강 플레이오프에 서게 된 고경민은 얄궂은 운명 앞에 다시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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