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서울그랜드힐튼호텔=전영민 기자]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이 울산현대 김도훈 감독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2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그랜드힐튼호텔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 어워드 2019가 진행 중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한 해도 어느새 마무리되었다. 1일 열린 K리그1 최종전을 끝으로 올 시즌 K리그1과 K리그2 정규리그는 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부산과 경남의 승강플레이오프다.

이날 현장에는 개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과 감독들이 참여했다. 1일 열린 울산과의 최종전에서 4-1 대승을 거둔 포항 김기동 감독 역시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기동 감독과 포항은 1일 울산을 대파하며 울산의 리그 우승을 저지했다. 당초 울산은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하더라도 리그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지만 포항에 대패를 당하며 결국 우승컵을 전북에 넘겨주고 말았다.

K리그 역사에 남을 승부가 끝난지 하루가 지났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거센 모습이다.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김도훈 감독은 이날 개인 사정으로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김기동 감독의 표정 역시 그리 밝지 않았다.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김기동 감독은 "어제 특별한 경기에서 승리를 해 팬들에게 기쁨을 줬다. 그래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마음이 복잡한 것 역시 사실이다. 내가 의도해서 이런 경기가 나온 것이 아니고 선수들이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나왔다. 축구라는 게 이런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김기동 감독은 "나는 누가 우승을 하던지 관심이 없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며 "다만 나와 선수단은 동해안 더비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 이것 하나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경기를 이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우승컵은 누구에게 가든 상관이 없었다"고 전했다.

1일 울산과 최종전 직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기동 감독은 전북의 우승 결과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취재진에게 동시간대 열린 전북-강원전 결과를 되물었고 전북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곤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기동 감독은 "나는 정말 전북이 우승을 차지한지 몰랐다. 경기 종료 후 코치들에게 전북-강원전 결과를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다"며 "그래서 기자분들에게 물어봤다. '전북-강원 어떻게 됐어요?'라고 말이다. 그때 전북이 우승한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김기동 감독은 "난 정말 몰랐다. 물론 울산을 이겨서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경기장을 나와서는 조금 짠했다. 김도훈 감독님을 생각하니 밤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감독님에게 죄송했다. 나라고 이렇게 결과를 만들고 싶었겠나.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김기동 감독은 진심으로 김도훈 감독에게 미안함이 큰 모습이었다. 김기동 감독은 "아직 김도훈 감독님께 연락은 드리지 못했다. 지금은 연락을 드리기가 그렇다"며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으실 것이다. 그때 감독님과 식사를 한 번 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기동 감독은 올 한 해를 되돌아봤다.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이었다. 감독 부임 후 초반에 4연승을 달렸고 다시 4연패를 당했다"며 "그렇게 팀이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다져졌던 것 같다. 나도 선수들도 많은 경험을 했다. 어려움을 이겨냈기에 파이널 라운드 전 마지막 경기였던 울산전에서 기적 같은 골을 넣어서 파이널A에 올라갔던 것 같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올 한 해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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