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니폼을 입은 여성해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창원=김현회 기자]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진 경남FC와 인천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경기는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승부였다. 경남은 이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생존을 확정지을 수 있고 인천은 무승부 이상을 거둬야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이어갈 수 있다. 모든 시선은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치는 이 두 팀의 대결에 쏠려 있었다.

무려 60여 명에 이르는 취재진이 경기장을 찾을 정도로 경기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인천은 무려 16대의 원정 응원단 버스를 보냈다. 경기장에는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그런데 이날 한 선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올 시즌 후반기부터 인천 수비를 책임졌던 여성해다. 이날 여성해는 아예 백업 명단에서도 빠져 있었고 그렇다고 관중석에도 보이지 않았다. 여성해는 아예 경기장에 오지 않았다.

여성해 만큼 이 경기에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이도 없었을 것이다. 여성해는 경남에서 인천으로 임대를 온 선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경남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무대에 데뷔한 여성해는 이후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줄곧 경남에서 뛰었다. 그는 올 시즌 상반기까지 경남에서 53경기에 출장했다. 올 시즌 전반기에도 경남에서 11경기를 소화하며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여성해는 지난 7월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 인천으로 임대됐다.

임대 이후에도 여성해는 줄곧 인천 후방을 지켰다. 그는 이재성과 부노자가 나란히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인천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4일 벌어진 상주상무와의 홈 경기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부노자가 부상을 털고 돌아온 것도 있었고 인천이 새로운 수비 조합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의 리그 최종전 상대는 경남이었고 임대 계약에 따라 여성해는 경남전에는 나설 수 없었다. 인천은 여성해가 없는 조합을 구상해야 했다.

경남 유니폼을 입은 여성해 ⓒ프로축구연맹

운명의 장난이었다. 결국 경남에서 인천으로 임대된 여성해는 두 팀 중 한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로 내려가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쪽도 응원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돌아가야 하는 경남에는 물론이고 처절하게 생존 경쟁을 펼친 현 소속팀 인천에도 이 상황은 절박했다. 인천은 경남전을 앞두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물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도 응원을 위해 창원으로 향했다. 단, 여성해는 예외였다. 선수단에서는 여성해를 배려해야 했다. 결국 그는 아예 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임중용 수석코치는 “성해가 이 경기를 텔레비전으로 지켜봤다”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 후반기에 여성해와 함께 수비를 책임진 이재성은 “성해 형, 이제 경남으로 가셔야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이재성은 “아마 오늘 경기장에 왔으면 정말 난감했을 것이다”라며 “워낙 마인드가 좋은 형이다. 끝까지 인천을 위해 최선을 다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모든 K리그 관계자와 팬들이 주목했던 이 경기에 정작 가장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물은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얄궂은 운명이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