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수원삼성 수비수 양상민이 수원과 1년 재계약을 체결한 소감에 대해 전했다.

26일 수원 구단은 공식 발표를 통해 베테랑 수비수 양상민과의 1년 재계약 체결 소식을 전했다. 이로써 지난 2007년 수원 유니폼을 입은 양상민은 수원과의 동행을 14년으로 늘리게 되었다.

올 시즌 양상민은 수원 수비진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1984년생, 36세로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양상민은 이번 시즌 리그 21경기에 출전하며 수원 수비진을 이끌었다.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수원의 통산 다섯 번째 FA컵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수원 구단 역시 그의 활약을 외면하지 않았다. 시즌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지만 수원은 발 빠르게 양상민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양상민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스포츠니어스>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양상민은 "수원과 1년 더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나와 재계약을 해주신 수원 구단에 감사하다"며 "수원 팬들과 1년 더 함께할 수 있게 되어서 부담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재계약 체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양상민은 "너무 힘든 시즌이었다. 팀의 최고참이다 보니 팀이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아팠다"며 "다행히 마지막에는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대진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대전코레일 역시 K리그1 팀들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온 팀이었다. 좋은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FA컵 트로피를 얻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수원과 양상민으로선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이었다. 올 시즌 초반 수원은 개막 후 세 경기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리그 최하위로 쳐졌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순위를 회복했고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양상민은 "시즌 막바지가 되면 조금 쳐지는 선수들이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그런 부분을 좀 신경을 쓰자'고 말했다"며 "선수들 입장에서는 내 그런 말이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아직 시즌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한 경기가 남았다. 그래도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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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양상민은 지난 10일 열린 대전코레일과의 FA컵 결승 2차전에서 부상으로 전반 30분 만에 교체 아웃되었다. 이후 벤치로 향하는 양상민을 향해 수원 선수들은 위로를 건넸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에 일부 팬들은 '양상민이 은퇴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양상민은 "올해 수원과 계약이 끝나는 상황이었고 또 개인적으로는 결승전에서 뛰고 있는 자체가 영광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일찍 교체가 되어 아쉬웠다. 후배들한테 부담을 안겨줘서 미안했다. 당시 내 행동은 '조금 더 잘하자. 후반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후배들을 향한 표현이었다.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었다. 나는 항상 모든 홈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었다. 언제든 부상을 당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가지 생각에 그런 상황이 연출되었다"고 전했다.

1984년생인 양상민은 1983년생인 주장 염기훈과 더불어 수원의 최고참이다. 하지만 두 선수는 다른 팀 고참 선수들과는 다르게 부드럽다는 평이 많다. 이에 양상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때로는 쓴소리도 하는 고참이 되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에 대해 양상민은 "올 시즌 한 선수를 지목해서 쓴소리를 한 적도 있고 경기 중에도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 화성FC와의 FA컵 4강 2차전 당시 1-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선 경기를 잘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소리를 질렀다"고 전했다.

이어 양상민은 "내 표현이 거칠었기에 후배들 입장에선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선수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싶다. 때로는 선수들이 '좋은 이야기를 해달라'라고 내게 말하기도 한다. 또 '너무 뭐라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하기도 한다. 올 시즌엔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부분에 조금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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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민은 염기훈과 고참으로서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양상민은 "기훈이와 '너는 이 부분을 맡고 나는 이 부분을 맡을게'라는 대화는 하지 않는다. 다만 팀이 어렵고 흔들릴 때 선수단 전체의 미팅이 필요하면 기훈이가 이야기를 하고 부분적인 문제가 있을 땐 내가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물론 선수들로선 '나이 먹은 형들이 또 잔소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팀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기훈이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내가 채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양상민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양상민은 "시즌 중에 감독님이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감독이 비판을 받고 팀이 좋지 않은 상황이면 동요하는 선수들이 있다"며 "그 부분을 신경썼다. 내가 감독님을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그런 부분을 캐치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되뇌었고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선수단에 비난이 쏟아질 때 나는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힘들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쉽지 않은 1년을 보낸 수원은 리그 최종전 상주전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한다. 1년 더 수원과 동행하게 된 양상민으로서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 2020년이다. 양상민은 "수원과 계약을 2년이고 3년이고 더 연장하고 싶은 것은 맞다. 하지만 내 나이도 나이이기에 팀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래서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구단에서 얘기하는 대로 감사하게 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상민은 "내후년에도 수원과 계약을 맺기 위해선 내년에 내가 나도 납득할 수 있고 팬들도 납득가능하고 프런트도 납득시킬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 오래 있었다고 해서 내후년에 또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준비해서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7년 24살의 나이에 수원 생활을 시작한 양상민은 어느덧 36살의 최고참이 되었다. 그토록 바랐던 수원과의 재계약이지만 양상민은 통화 내내 수원만을 생각했다. 내년 시즌에도 자신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길, 적지 않은 나이에도 믿음을 준 수원 구단에 보답할 수 있길 양상민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올 한 해 정말 힘들었어요"라는 말을 남긴 채 인터뷰를 마친 양상민. 그가 오랜 기간 수원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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