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고승범 “안양 임대 무산, 마음 다잡는 계기 됐어”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올 시즌 수원삼성에서 가장 반전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꼽자면 단연 고승범을 말할 수 있다. 고승범은 지난 2016년 수원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원에서의 경쟁은 녹록지 않았다. 데뷔 시즌인 2016년에 리그 13경기에 나선 고승범은 23세 이하(U-23) 의무 출전 규정으로 생긴 기회를 잡으며 2017시즌 리그 33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2018년 의무 출전 규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이가 되며 상황이 힘들어졌다.

결국 2018시즌을 앞두고 고승범은 대구로 1년 임대 이적을 했다. 출전 기회를 늘리기 위한 고심 끝 선택이었지만 대구에서의 1년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시즌 초반 조금씩 기회를 잡았던 고승범은 이후 안드레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며 리그 9경기 출전에 그치고 말았다.

수원으로 돌아온 고승범은 절박했다. 출전 기회를 늘리고자 선택했던 1년 임대 기간 동안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인 그에게 올 시즌은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고승범은 차분한 마음을 갖고 2019년을 준비했다. 그는 대구에서 1년을 거치며 정신적으로 강해졌다.

고승범은 “주변에서는 내 대구 임대에 대해 ‘실패한 1년이었다’는 평가를 해주셨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론 그 1년이 실패라고 생각을 안했다”며 “‘이 또한 좋은 밑거름이다’라는 생각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대구 임대 시절이 없었다면 이번 시즌 경기에 나가지 못했었을 때 포기를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대구에서 아픔이 있었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즌을 준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강한 의지를 갖고 시즌을 준비한 고승범이었지만 그에게 쉽사리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이임생 감독은 시즌 초반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하며 출전 기회를 부여했으나 고승범에겐 많은 기회가 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승범은 “시즌 초중반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감독님이 2군 선수들을 챙겨주시면서 동기부여를 잃지 않게 해주셨다. 그런 부분이 감사했다. 이후에 시간이 지나며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다. 감독님께는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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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바랐던 기회를 잡은 고승범은 간절했다. 그는 누구보다 절박하게, 또 투지있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결국 이임생 감독의 마음도 조금씩 열렸다. 이임생 감독은 간절한 의지를 보여줬던 고승범에게 차츰 출전 기회를 줬다. 그리고 고승범은 대전코레일과의 FA컵 결승 2차전에서 두 골을 성공시키며 이임생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경기 종료 직후 고승범은 대회 MVP에 올랐다.

잊을 수 없는 FA컵 결승 2차전에 대해 고승범은 “내가 힘들어했던 것을 주변 분들이 알고 계셔서 그런지 경기 후 다들 ‘고생했다. 너가 이겨냈다’고 축하해주셨다. 비록 한 경기였지만 상당히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경기다”고 전했다.

이어 고승범은 “부모님이 경기 후 눈물을 흘리셨다. 원래 가족이 제일 많이 걱정을 하지 않나. 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족들이 가장 잘 알았을 것이다. 비록 부모님이 제주도에 거주하셔서 경기장에 오시진 못했지만 경기 후 정말 좋아하고 기뻐해 주셨다”고 전했다.

고승범은 FA컵 결승 2차전에서 오른발과 왼발로 각각 한 골씩을 만들어냈다. 특히 잘 쓰지 않았던 왼발로 터뜨린 두 번째 골이 인상적이었다. 고승범은 엄청난 왼발 무회전 중거리슛으로 수원의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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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고승범은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개인 시간이 많았다. ‘훈련을 통해 내 기량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격포인트의 중요성 역시 생각했다. 그래서 슈팅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결과로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노력한 부분에 보상을 받은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아직 상주와의 시즌 최종전이 있지만 고승범의 올 시즌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기에 충분하다.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출전 기회에 고승범은 시즌 중 임대 이적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결국 수원에 남았고 절치부심해 최고의 성과를 냈다.

고승범은 “선수로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안양 임대 이적도 원래 이야기가 있었다”며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결국 임대를 가진 않게 되었다. 그래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임대 무산이 ‘다시 마음을 잡고 해보자’는 계기가 되었다. 안양으로 임대가 틀어지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이제 수원은 30일 열리는 상주와 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친다. 이미 K리그1 생존을 확정지었고 FA컵도 우승을 한 상황이기에 큰 의미가 없는 경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승범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시즌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승범은 “10일에 FA컵 결승 2차전이 끝나고 시즌 종료까지 두 경기가 남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두 경기를 ‘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경기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며 “이번 시즌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기에 나로선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했다.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남들보다 더 노력하며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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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고승범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간절함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듯했다. 고승범은 “앞으로 팬들에게 더 알려질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내년 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고승범은 그간 자신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했던 부모님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고승범은 “FA컵 MVP가 된 후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프로에 와서 잘 안 풀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죄송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효도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누구보다 간절함의 의미를 아는 고승범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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