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유상철 감독이 투병 중이다. 유상철 감독은 현재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고 있다. 이런 유상철 감독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많은 이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유상철 감독의 완쾌를 기원하며 ‘힘내라 유상철’이라는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부디 유상철 감독이 건강을 되찾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박수가 쏟아진다. 30초 동안.

하나원큐 K리그1 2019 37라운드와 K리그2 2019 승격 준플레이오프 경기장에 등장한 풍경이다.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는 참 어렵다. 똑같은 축구를 봐도 사람마다 다른 평가를 내린다. 다른 카테고리로 이야기를 넓혀봐도 그렇다. 옛날 축구장에서는 국민의례를 했다. 대부분이 가슴 위에 손을 얹을 때 누군가는 이를 거부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박수를 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3일 "K리그 모든 경기장에서 유상철 감독 쾌유 기원 행사를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유 감독은 구단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직접 밝혔다. 췌장암 4기였다. 그는 이 사실을 전하면서도 "축구인의 자존심을 걸고 인천의 올 시즌 K리그1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라고 다짐했다. 치료가 필요할 시기에 유 감독은 병원 대신 그라운드를 택했다.

많은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 짐작했던 이야기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진솔한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많은 이들이 기다렸다. 사실 그런 것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다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 감독의 입에서는 예상한 대로 안타까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유 감독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안타까움을 크게 드러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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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유 감독은 인천이라는 한 팀의 감독이다. 하지만 유 감독은 단순히 그것 하나 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존재다. 유상철이라는 이름은 K리그 팬들만 아는 이름이 아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아는 이름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여러가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2002년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으며 4강 진출에 기여한 영웅이었고 '날아라 슛돌이'에서는 이강인을 가르친 사람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렇기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전체에서 유 감독의 쾌유를 빌자고 제안할 수 있었고 모든 구단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흔히들 축구는 전쟁과 같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날은 모두가 잠시 전쟁을 멈췄다. 유상철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모두가 같은 마음을 품었다.

경쟁을 잠시 멈추고 하나로 모았던 마음

공교롭게도 K리그1의 37라운드는 어느 경기 하나 중요하지 않은 승부가 없었다. 파이널A에서는 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이 걸린 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강원도 춘천 송암레포츠타운에서 열렸고 울산현대와 전북현대는 우승컵을 향한 결정적인 승부가 벌어지고 있었다. 파이널B도 마찬가지였다. 생존 싸움이 치열한 경남FC, 인천유나이티드, 제주유나이티드는 맞대결 없이 각각 다른 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벌어야 했다. 심지어 K리그2는 승격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렸다.

하지만 킥오프 전, 모두는 잠시 경쟁심과 승부욕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박수를 쳤다. 도열해 있는 선수들도 심판들도 관중들도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다른 때였다면 경기 준비에 여념이 없을 관계자들도 잠시 멈추고 박수를 쳤다. 30초 동안 축구장의 시계는 잠시 멈췄고 박수 소리만 가득했다. 우승컵을 위해 사생결단을 내야하는 울산과 전북도 그랬다. 울산의 팬들은 전반 6분이 되자 유상철의 이름을 외쳤다. 과거 유 감독은 울산에서 등번호 6번을 달고 뛰었기 때문이다. 전북 서포터스석에서 유상철의 이름이 울려퍼진 것도 이례적이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역시 인천에서였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유 감독은 모두의 박수 갈채 속에 등장했다.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유상철을 외쳤고 그는 가볍게 인사했다. 그리고 유상철을 외치던 목소리는 인천을 향했다. 인천은 상주상무와의 경기에서 문창진과 케힌데의 골을 묶어 2-0 승리를 따냈다. 유 감독의 인천 부임 이후 첫 홈 경기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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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유상철은 강하다

K리그에서만 유 감독의 쾌유를 빈 것은 아니었다. 과거 유 감독이 뛰었던 J리그에서도 쾌유를 기원하는 행사가 있었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서포터스는 마츠모토 야마가와의 원정경기에서 '할 수 있다 유상철 형'이라는 걸개와 함께 유상철의 이름을 외쳤다. 시국이 시국이라지만 축구는 국경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유상철은 강하다. 인천 서포터스가 경기장에 내건 걸개 중 하나다. 맞는 말이다. 유상철은 강하다. 지금도 강하다. 췌장암 4기라는 판정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를 모두 이겨내고 있다. 병상이 아닌 그라운드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여전히 그는 단 하나 만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인천의 K리그1 생존이다.

17년 전 우리는 유 감독이 만들어낸 기적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지켜봤다. 그렇기에 23일과 24일 K리그 경기장에 모인 약 6만 5천 명의 관중은 하나가 되어 유 감독을 향해 박수를 치는 작은 기적을 연출했다. 인천의 팬들은 장대비가 쏟아져도 만 명이 넘게 모여 그를 응원했다. 이 많은 이들의 진심 어린 박수가 유상철 감독에게 전달됐으면 한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