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유상철⑤] ‘절친’ 김형범의 편지 “형님, 완쾌하셔서 같이 여행 꼭 가요”


ⓒ프로축구연맹

유상철 감독이 투병 중이다. 유상철 감독은 현재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고 있다. 이런 유상철 감독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많은 이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유상철 감독의 완쾌를 기원하며 ‘힘내라 유상철’이라는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부디 유상철 감독이 건강을 되찾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다음은 그 마지막 편으로 유상철 감독과 각별한 사이인 전 축구선수 김형범의 인터뷰를 편지로 재구성했다.

유 감독님. 그리고 상철이 형.

형님. 형범이입니다. 어떤 호칭으로 편지를 시작할까 하다가 ‘감독님’과 ‘형’이라는 호칭을 같이 써봤어요. 저에게는 대학교 선배이자 대전시티즌 시절 저의 감독님, 그리고 지금도 존경하는 형이어서 여러 호칭이 있잖아요. 축구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유 감독님’이시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상철이 형’이 여전히 편하네요.

이렇게 편지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려고 하니 참 어색합니다. 형님이 원래 병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안 하시잖아요. 얼마 전 문병 갔을 때도 자세한 병명과 상황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 사이인데 편지를 쓰려니 어색합니다. 통화를 할 때도 이런 이야기는 잘 안 하시니 편지를 쓰는 게 멋쩍기도 하네요.

상철이 형. 우리가 처음 만난 게 언제인지 알아요? 형님은 우리가 같이 울산현대에 몸 담았을 때 처음 만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전이었어요. 2002년에 월드컵 4강을 이루고 모교인 건국대에 오신 적 있죠? 그때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학교에 찾아와서 행사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형을 처음 만났어요. 워낙 인파가 몰려 건국대 축구부 선수들이 에스코트 하신 거 기억해요? 그때 형 에스코트 담당이 저였어요.

이후에도 학교 대운동장에 월드컵 스타들 사진을 엄청 크게 걸어놓고 그 사진을 보면서 운동했죠. 특히나 학교 선배인 형의 모습을 보면서 프로선수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2004년 제가 울산현대에 입단하면서 형님과 팀 동료가 됐고 대학 후배라고 방으로 자주 불러서 간식도 사주셨던 때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때 급속도로 친해졌죠. 요새 들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나요. 왜 그때 생각이 요즘도 자주 날까 생각해 보니 그때는 참 행복했던 거 같아요.

형은 저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고 했고 존경할 게 너무나도 많은 선배님이었습니다. 저 결혼할 때 웨딩사진도 같이 찍어주셨잖아요. 감사한 게 참 많은 형이네요. 지금은 감독으로서 팀을 이끄는 축구를 하시지만 그때는 선수로서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늘 존경스러웠어요. 감독님도 정말 그때의 행복했던 시절을 잊지 마시고 그 행복했던 기억으로 이겨내셨으면 합니다.

동생으로서 제가 대단히 큰 힘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늘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이런 동생들이 있으니 앞으로는 힘든 거 혼자 담아두지 마세요. 워낙 성격이 힘든 걸 혼자 담아두고 혼자 힘들어하는 성격이시잖아요. 이제는 속 시원히 누구한테 이야기도 많이 해주세요. 아프고 나서 전화 통화할 때도 아픈 내색은 전혀 안 하시고 “인천 끝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시면서 치료도 미루셨잖아요. 힘들면 힘들다고 속 시원히 이야기해주세요.

유 감독님. 얼마 전 병문안 갔을 때 같이 텔레비전으로 맛집 프로그램을 보다가 한 마디 하셨죠.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저런 맛있는 집 찾아다니면서 쉬고 싶다”고. 돌이켜 보면 참 그런 시간 없이 달려오신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은 감독님이 선수 생활을 끝내고 한참 쉬는 기간이 있었다고 생각하시지만 지도자 연수 받으러 다니시고 쉴 틈이 없었잖아요.

저에겐 너무나 존경스러운 선배이자 함께 했던 동료인 상철이 형. 그리고 비록 1년의 시간뿐이었지만 저를 제자로 이끌어주셨던 나의 유 감독님. 형이랑 같이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끼리 여행 한 번 꼭 다녀와요.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편히 쉬고 와요. 그러려면 잘 이겨내셔서 합니다. 여행 한 번 가자고 한 약속 꼭 이뤄졌으면 해요. 또 전화 드리고 병문안 가겠습니다.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할게요.

-김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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