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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제주유나이티드가 K리그2로 강등됐다. 제주는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삼성과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37라운드 홈경기에서 2-4로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제주는 올 시즌 리그 37경기에서 승점 27점을 쌓는 데 그쳤다. 올 시즌 남은 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제주는 창단 이후 첫 강등을 확정지었다.

제주의 강등이 확정된 후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역시나 부천FC 팬들의 반응이다. SK축구단은 2006년 연고지를 부천에서 제주로 이전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에도 줄곧 ‘연고이전 팀’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 사이 새롭게 태어난 부천FC는 K3리그를 거쳐 프로화에 성공하며 현재 K리그2에 참가하고 있다. 이로써 부천FC와 제주유나이티드는 사상 최초로 같은 리그에 속하게 됐다.

<스포츠니어스>는 제주유나이티드가 수원삼성에 2-4로 역전패 당하는 순간 부천FC 서포터스 헤르메스 안영호(39세) 대표와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1996년 ‘목동 시절’부터 팀을 응원해왔던 팬으로 2006년 연고이전 당시에는 이 충격으로 대전에서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곧장 서울로 올라와 SK 본사 앞으로 가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는 부천SK와 부천FC의 역사를 함께 한 인물이다. 안영호 대표는 “제주가 K리그2로 오게된 걸 대단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안영호 대표는 “오늘도 헤르메스 회원들과의 ‘단톡방’에서 K리그1 경기를 보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인천-상주전이 끝난 뒤 제주-수원전을 끝까지 지켜봤다. 우리가 K리그2에 올 상대를 고르는 입장 아닌가. 제주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경기를 보며 내년 시즌 제주와 함께하는 모습이 어떨지 계속 상상하게 됐다”면서 “2006년 이후 2년간 내 팀 없이 방황하던 시절, 그리고 부천FC가 K3리그를 거쳐 프로 무대에 오기까지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목동 시절’을 함께 한 그는 2006년 2월 부천SK의 연고이전 당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안영호 대표는 “그때 내가 대학생이었다. 대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가 우리 팀이 연고이전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다”면서 “2월 2일 연고이전 발표가 난 뒤 2월 3일 SK본사로 가 그때는 누군지도 잘 몰랐던 ‘최태원 나와라’라면서 시위를 했다. 막 날라차기 하고 그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영호 대표를 비롯한 부천 팬들은 이후 SK에 대한 거센 시위를 벌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안영호 대표를 비롯한 부천 팬들은 이제 부천SK에 대한 증오감보다는 부천FC에 대한 애정이 더 넘친다. 그는 “제주에 대한 분노가 무뎌진 건 사실이다”라면서 “예전에는 분노하는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내 팀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하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건 ‘제주’가 아니라 ‘SK’가 운영하는 축구단이다. 라이벌 의식은 지역적으로 가까운 안양이나 수원, 인천 등에 느끼지 제주는 사실 관심 밖이었다. 연고이전 이후 함께 고생하던 우리 팬들과 얼마 전에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남패에 대한 분노가 줄었는지 몰랐다’고 우리끼리도 놀랄 정도였다”고 밝혔다.

부천FC는 제주와 리그가 엇갈릴 뻔한 상황이었다. 올 시즌 부천FC가 K리그2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K리그1으로의 승격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천은 23일 안양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결국 승격에 실패했다. 안영호 대표는 “우리가 제주와 한 리그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제주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줄곧 꼴찌를 하고 있어 강등될 것 같았는데 우리는 막판에 연승을 하면서 승격 가능성이 있었다. 제주가 내려오는 건 기정사실이었지만 우리가 올라가면서 한 리그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제 부천FC와 제주는 한 리그에 속해 승격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제주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안영호 대표는 “기업구단인 전남도 강등 이후 선수들을 대부분 지켰지만 올 시즌 K리그2 하위권을 전전했다”면서 “더군다나 K리그2에는 우리가 있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제주를 상대로 지옥을 보여주겠다. 특히나 우리가 홈에서 하는 경기에서는 지옥이 어떤 건지 제대로 경험하게 할 생각이다. 내년 시즌에 새로 팀에 입단하는 선수들에게도 왜 제주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설명할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안영호 대표는 “아무리 감정이 무뎌졌어도 제주는 우리를 배신하고 떠난 팀”이라면서 “아마도 제주가 부천 원정을 오는 날이면 ‘올드 헤르메스’도 대거 경기장을 찾아 더더욱 전의를 불태울 것이다. 내년 시즌 제주는 부천이라는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남패’의 강등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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