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현재 K리그1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현대 김도훈 감독이 2019 K리그 대상 시상식 최우수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K리그 주간 브리핑을 열고 '2019 K리그 대상 시상식' 개인상 후보를 발표했다. 이번 브리핑에서는 최우수감독상, 최우수선수상(MVP), 영플레이어상, 베스트 11 등 각 부문별 4배수 후보의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K리그1 최우수감독상 후보에는 김기동(포항), 모라이스(전북), 안드레(대구), 최용수(서울) 4명의 감독들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리그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는 울산 김도훈 감독은 아예 명단에서 빠졌다. 올 시즌 ‘병수볼’로 인기를 누린 강원FC 김병수 감독도 빠졌고 올 시즌 K리그2 득점왕에 오른 펠리페(광주FC)도 아예 베스트11 후보에서 제외됐다. 상벌위에서 중징계를 받은 선수나 감독을 이번 후보에서 아예 뺐기 때문이다.

김도훈 감독과 김병수 감독은 시즌 도중 심판 판정에 항의를 하다가 징계를 받았다. 김도훈 감독은 지난 8월 대구FC와 정규리그 25라운드에서 주심이 울산 수비수 윤영선의 핸드볼 반칙에 따른 페널티킥을 선언하자 5분여 동안 주심을 상대로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김 감독은 3경기 출전 정지(퇴장 포함 5경기)에 1천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또 김병수 감독은 지난 7월 FC서울전이 끝난 뒤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심판을 모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7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당했다.

올 시즌 K리그2에서 19골을 몰아쳐 득점왕에 오른 펠리페는 지난 9월 안산 그리너스와의 K리그2 26라운드 원정 경기 후반에 판정 항의로 경고를 받은 뒤 경기장 밖에서 부상 치료를 받다가 물병을 걷어차고 벤치를 주먹으로 치는 거친 행동으로 퇴장 명령을 받고 제재금 700만원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600만원 이상 제재금 또는 5경기 이상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지도자와 선수에 대한 개인상 후보 제외' 안건을 통과시켰고 이들을 모두 후보에서 제외했다.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발을 밟아 제재금 1천만원을 받은 김진수(전북)와 상대 팀 서포터스를 자극하는 행동으로 1천만원 제재금을 받은 김광석(포항) 등도 빠졌다.

김도훈 감독은 아예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들이 올 시즌 가장 축구를 잘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의 후보에서까지 제외된 건 이해할 수 없다. 이 규정이 신설되면서 ‘2019 K리그 대상 시상식’은 ‘도덕적인 2019 K리그 대상 시상식’으로 바뀌게 됐다. 심판에 항의하고 물병을 걷어찼어도 해당 인물의 한 시즌 실력은 온전히 실력 그대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연맹은 스스로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는 성적과는 무관한 기준을 제시했다.

음주운전이나 도핑. 승부조작 등 사회적인 범죄에 대해서 이런 규정을 적용하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경기 도중 항의를 하거나 거친 플레이를 펼쳤다는 이유로 시상식 후보에서 제외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규정이 모두를 납득시키는 것도 아니다. 일반인을 폭행한 혐의로 제재금 200만 원을 내야 했던 부산 수비수 수신야르는 후보에 있다. 그는 수신야르는 지난 8월 19일 새벽 부산 해운대 인근에서 일반인 남성 2명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과연 '600만원 이상 제재금 또는 5경기 이상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지도자와 선수에 대한 개인상 후보 제외'가 도덕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인지도 의문이다. 따지고 보면 심판에게 항의한 것보다 일반인을 폭행한 잘못이 더 크지 않은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한국에 와서 아무리 얄미운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런 행동으로 그의 실력까지 평가할 수는 없다. 인성은 인성이고 실력은 실력이다. 차라리 상주전에서 상대의 발을 밟아 중징계를 당했던 김진수가 베스트11을 수상할 때 상주팬들이 야유를 보내는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상은 줘야 한다. 우리는 지금 존경 받을 만한, 도덕적으로 훌륭한, 인성이 아름다운 선수를 뽑는 게 아니다. 성격이 개차반이고 인성이 별로여서 얄밉긴 해도 올 시즌 가장 활약한 선수를 뽑는 시상식을 하는 거다. 만약 다음 라운드에서 감독상 후보가 심판에 항의하다 징계를 받으면 그때는 또 후보에서 제외할 건가.

김도훈 감독은 아예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더군다나 이번 명단에서 제외된 이들이 이미 이 문제로 제재금을 내야 했고 한 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징계는 이미 다 받았다. 그런데 시상식 후보에서 제외한다는 건 2차 징계를 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올 시즌 K리그2에서 펄펄 날았던 펠리페가 리그 MVP는커녕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된다는 건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없다. 화가 나서 물병을 걷어찬 행위는 그 자체로 비판 받아야 하지만 이 행위가 그의 올 시즌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인 시상식에까지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득점왕을 차지하고 팀을 우승시키며 1부리그에 올려놓았는데 아무런 상 하나 받지 못하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 범죄가 아니라면 그에게는 당연히 상이 돌아가야 한다.

징계를 받은 이들을 후보에서 제외할 게 아니라 차라리 페어플레이 감독상과 선수상을 따로 만들어서 시상한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면 한 시즌 성적은 성적대로 평가받을 수 있고 페어플레이를 펼친 이들은 그 자체로도 박수를 받으며 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연맹에서 징계 이력이 있는 이들을 시상식에서 아예 제외하며 이 시상식 자체는 ‘도덕적인 K리그 선수 중 잘하는 선수를 뽑는 시상식’이 돼 버렸다. 정 페어플레이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개인상 후보에서 제외하는 게 아니라 징계자에 대해 일부 감점하는 규정을 도입했다면 어떨까. 이번 규정으로 인해 심판 권위는 더 강해졌지만 한 시즌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이들을 뽑는 시상식의 권위는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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