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지난 9일 열린 36라운드를 끝으로 하나원큐 K리그2 2019 정규리그는 막을 내렸다. 이제 남은 일정은 23일 열리는 안양-부천의 준플레이오프와 30일 열리는 부산과 준플레이오프 승자의 플레이오프 단판전이다. 이렇듯 승격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 부산, 안양, 부천을 제외한 K리그2 나머지 일곱 팀들은 올 시즌을 마무리지었다.

이번 시즌을 마무리 한 K리그2 팀들 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팀을 언급하자면 수원FC를 꼽을 수 있다. 수원은 올 시즌 정규리그 36경기에서 11승 10무 15패를 기록하며 8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 시즌 기록한 7위에서 한 단계 떨어졌을 뿐 아니라 2013년 K리그2 참가 이래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을 만큼 수원의 이번 시즌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스포츠니어스>는 각종 기록을 통해 수원의 2019시즌을 되돌아봤다.

'36경기 55실점' 불안했던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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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이번 시즌 가장 큰 문제는 수비였다. 수원은 올 시즌 리그 36경기를 치르며 무려 55골을 내줬다. 71골을 허용한 서울이랜드, 56골을 내준 아산에 이어 최다 실점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리그 36경기에서 4위 부천과 같은 49골을 득점했지만 수원의 순위가 8위에 머무른 이유다.

수원이 올 시즌 리그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던 경기는 단 네 차례뿐이다. 수원은 지난 3월 31일 있었던 대전 원정(2-0 승)에서 시즌 첫 무실점 경기에 성공했다. 이후 5월 25일 열린 대전과 홈경기(2-0 승)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둔 수원은 6월 15일 아산전(2-0 승)과 9월 18일 열린 안양 원정(2-0 승)에서 무실점 경기를 했다.

흔들리는 수비를 다잡기 위해 김대의 전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디테일이 없는 수비 전술에 선수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결국 수원은 55골을 내주며 자멸했다.

수비진의 면면은 나쁘지 않았다. 윤준성, 이용 등 한때 K리그1을 누볐던 베테랑들과 김영찬, 장준영, 조유민 등 '알짜배기'로 평가받는 20대 중반의 선수들이 다수 있었다. 후반기에는 아산에서 제대한 K리그2 최고의 센터백 이한샘까지 합류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시즌 말까지 수원의 수비 불안은 계속됐다. 결국 수원은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인 8위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2019시즌 순위- K리그2 참여 후 최악의 성적, 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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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지난 2013년 시작된 K리그2의 원년 멤버다. K리그2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3년 수원은 리그 4위를 기록하며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2014년 6위를 기록한 수원은 2015시즌 리그 2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후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 합계 3-0 승리를 거두고 K리그1으로 승격했다.

하지만 K리그1에서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6년 리그 최하위를 차지하며 1년 만에 K리그2로 강등된 수원은 2017시즌 6위를 기록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듬해에도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수원은 승격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지만 7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올 시즌 수원은 다시 한 번 막대한 투자로 승격을 노렸지만 창단 후 최악의 성적인 8위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최다 득점 경기: FA컵 3라운드 vs 충주시민축구단(6-0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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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올 시즌 최다 득점 기록 경기는 지난 3월 27일 있었던 충주시민축구단과 FA컵 3라운드 경기다. 당시 김대의 감독은 K3리그 소속의 충주를 맞아 백성동, 조유민, 벨라스케즈, 안병준 등 핵심 자원들을 모두 선발로 내세웠다.

선제골은 전반 32분 벨라스케즈가 성공시켰다. 이후 수원은 치솜, 안병준, 장준영, 채선일 등이 차례로 득점에 성공하며 6-0 대승을 거뒀다. 특히 치솜의 활약이 뛰어났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경기장에 투입된 치솜은 후반 33분과 후반 40분 두 골을 성공시키며 수원의 6-0 대승에 기여했다.

최악의 순간 - 우찬양 음주운전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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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측면 수비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포항으로부터 우찬양을 임대 영입했다. 185cm의 탄탄한 체격에 측면, 중앙 수비수로 두루 활용이 가능한 우찬양 영입은 수원의 후반기 반등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우찬양과 수원의 동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찬양은 지난 8월 15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러나 우찬양은 구단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이틀 뒤 열린 안산과 홈경기에 버젓이 출전했다. 이후 우찬양의 음주운전 소식이 전해졌고 8월 30일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를 열어 그에게 15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400만원을 부과했다. 결국 수원은 상벌위 징계 이튿날 우찬양과의 임대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이렇듯 우찬양 영입으로 후반기 반전을 노렸던 수원은 오히려 우찬양의 철없는 행동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김대의 감독은 우찬양의 장래와 가능성을 믿고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지만 우찬양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김대의 감독을 실망시켰다.

최악의 순간 - '13경기 1승' 8~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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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후반 수원은 오랜 부진을 겪었다. 그 기나긴 시작은 8월이었다. 수원은 8월 4일 홈에서 안양을 맞이하며 8월을 시작했다. 당시 경기에서 수원은 후반 36분 김원민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추가시간 터진 백성동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후 수원의 부진이 시작됐다. 8월 12일 서울이랜드 원정에서 1-2 패배를 당한 수원은 8월 18일 안산과 홈경기에서도 2-3 패배를 당하며 2연패를 기록했다. 이때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부진이 이어졌다. 결국 수원은 8월부터 10월까지 치른 13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수원은 1승 7무 5패를 기록했다.

8월에서 10월 사이 수원이 거둔 유일한 승리는 9월 18일 있었던 안양전이었다. 당시 수원은 후반 1분 치솜의 선제골과 후반 15분 터진 백성동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모처럼 거둔 승리였지만 수원은 연승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결국 계속되는 부진에 김대의 감독은 지난 10월 말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며 팀을 떠났다.

최고의 순간 - 리그 4연승(5/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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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수원의 2019시즌이지만 나쁜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원은 시즌 중반 한때 4연승을 기록하며 광주, 부산과 함께 선두권에 위치하기도 했다. 그 시작은 지난 5월 5일 있었던 서울이랜드와의 홈경기였다. 당시 수원은 아니에르의 선제골과 치솜의 두 골에 힘입어 서울이랜드에 3-1 완승을 거뒀다.

이후 5월 11일 전남 원정에 나선 수원은 역시 한 골씩을 터뜨린 치솜과 아니에르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수원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수원은 5월 18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치른 안산과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3-2 극적인 승리를 거둔데 이어 5월 25일 홈에서 대전에 2-0 승리를 거두며 4연승을 기록했다.

이렇듯 수원은 5월 치른 다섯 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하며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5월 1일 열린 안양과 홈경기에서 1-2로 패배하며 5월을 시작한 수원은 이후 네 경기에서 4연승을 거두며 광주, 부산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수원은 끝내 5월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추락했다.

최고의 선택 - 치솜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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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수원이 내린 최고의 선택은 바로 나이지리아 출신 공격수 치솜을 영입한 것이다. 지난 시즌 스웨덴 2부리그에서 활약한 치솜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 입단했다. 초반에는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하지만 치솜은 실력으로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잠재웠다.

지난 3월 27일 열린 충주시민축구단과의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득점포 가동을 시작한 치솜은 나흘 뒤 열린 대전과의 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리그 데뷔골에 성공했다. 이후 치솜은 리그 33경기에 나서 18골 1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치솜이 있고 없고에 따라 수원의 경기력은 큰 차이를 보였다. 치솜의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 날카로운 골 결정력은 수원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수원이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치솜만큼은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다.

최악의 선택 - 벨라스케즈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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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지난 1월 콜롬비아 국적의 미드필더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벨라스케즈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왼발을 주로 사용하는 벨라스케즈는 개인 능력과 날카로운 패스 등으로 수원 중원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하지만 김대의 감독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벨라스케즈를 전격 방출했다.

김대의 감독은 승격에 도전하기 위해선 벨라스케즈보다 더 나은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고 봤다. 당시 김대의 감독은 벨라스케즈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그 여덟 경기에 나서 공격포인트가 없었던 벨라스케즈는 김대의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김대의 감독은 벨라스케즈와 이별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수원은 벨라스케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데 실패했다. 수원 팬들로선 '차라리 벨라스케즈를 방출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다소 성급했던 김대의 감독의 결정으로 수원은 남은 시즌을 외국인 선수 세 명으로 치러야만 했다.

김대의의 2년은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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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의 감독과 수원의 2년 동행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수원은 '초보 감독' 김대의 감독을 믿고 2년의 시간을 부여했지만 그는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실패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 부임한 김호곤 단장 역시 김대의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성적뿐 아니라 김대의 감독이 수원에 머문 2년간 눈에 띄는 개선점 역시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성적이 좋지 않았어도 유망주 육성, 팀 컬러 확립 등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런 점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김대의 축구가 무엇인가?'라는 점을 보여주는데도 실패했다. 적지 않은 예산과 기회를 받았지만 김대의 감독은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확립하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김 감독은 실망스러운 경기 운영 능력과 특색없는 전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초보 감독에게 섣불리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증명된 김대의 감독과 수원의 2년이었다. 이젠 다시 앞을 바라봐야 하는 시간이다. 한때 '막공'이라는 콘셉트로 K리그를 뒤흔들었던 수원이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차기 감독 선임이 중요해 보인다.

henry41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