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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수원=명재영 기자] 수원의 푸른 늑대는 내년에도 빅버드에서 나타날까.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9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수원삼성과 대전코레일의 경기가 열렸다. K리그에서의 부진을 FA컵 우승으로 만회하려던 수원은 전반 15분 고승범의 골을 시작으로 후반 23분 고승범, 후반 32분 김민우, 후반 40분 염기훈이 연달아 골 폭죽을 터트리며 4-0 대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던 수원은 합산 스코어 4-0으로 대전코레일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경기에 선발 출전한 양상민은 전반 30분 만에 부상으로 인해 교체로 그라운드를 나와야 했다. 양상민은 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2008년 당시 뛰었던 유일한 현역이다. 교체 순간 양상민은 얼굴을 감싸며 크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동료들이 벤치로 들어가는 양상민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분명 평상시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팬들도 이런 양상민의 모습에 반응했다. 온라인에서는 '1984년 생으로 노장인 양상민이 은퇴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경기 후 양상민은 "올해 홈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이고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고 많은 생각을 했는데 생각한 걸 그라운드에서 다 하지 못해서 그런 모습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06년부터 13년을 수원에 있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수비적으로 좋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다. 꼭 무실점으로 우승하고 싶었는데 동생들이 잘 마무리해줘서 고맙다. 개인적으로는 4득점보다 무실점이 더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수원에 오래 있었지만 양상민은 다른 고참들처럼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젊은 시절엔 주전 경쟁이 치열했고 고참이 되자 부상이 잦아졌다. 양상민은 "이 자리에서 솔직히 말하면 올해 15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하면 은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3년 동안 경기를 많이 못 뛰었다. 그런데 올해 리그에서 20경기를 넘게 뛰기도 했고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밝혔다.

양상민은 이어 "수원에 13년 동안 몸 담고 있으면서 항상 조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팀이 워낙 어려운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요즘엔 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오늘 우승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부담감이 컸다"고 고참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팀의 상황과 진로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양상민은 "오늘 응원해주시는 걸 보고 다시 한번 느꼈다. 수원은 더 좋은 선수들과 더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항상 상위권에 머물면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해야 한다"며 "올해는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라커룸에서 소리도 지른 적도 있다. 팀의 기강을 잡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어려운 상황이 많더라도 선수들이 제일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원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강한 양상민을 내년에도 빅버드에서 볼 수 있을까? 양상민은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지 않다"며 "내년에도 수원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출전 횟수가 적어지면서 매 경기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는 '푸른 늑대' 양상민. 그는 마지막으로 "상황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살며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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