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수원=전영민 기자] 철통 같은 방어로 수원삼성의 FA컵 우승을 이끈 노동건이 여자친구와 예비 장인어른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수원삼성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코레일과의 2019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고승범, 염기훈, 김민우의 연속골에 힘입어 4-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수원은 통산 다섯 번째 FA컵 우승에 성공함과 동시에 내년 시즌 AFC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날 이임생 감독은 주전 수문장 노동건에게 수원의 골문을 맡겼다. 노동건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노동건은 안정감 있는 플레이와 철통 같은 방어로 수원의 골문을 책임졌다. 노동건이 든든한 모습을 보이자 공격진 역시 폭발했다. 결국 수원은 4-0 대승을 거두며 FA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노동건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다. 팬들은 상대가 대전코레일이라 우리가 얕잡아봤을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도 쉬운 경기가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철저히 준비했다. 우승을 차지해 영광이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어 노동건은 3년 전 있었던 수원의 FA컵 우승을 언급했다. 당시 경기에서 노동건은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에서 노동건은 선발 출전하며 3년 전의 아픔을 씻었다. 노동건은 "2016년 FA컵 우승 때는 벤치에 앉아 우승을 지켜봤다. 오늘은 선발 출전하며 그때의 한을 풀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뜻깊었던 우승이다"고 전했다.

이어 노동건은 "1차전 원정 경기가 득점 없이 마무리되어서 '오늘은 실점을 최대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승부차기까지 갈 수는 없었다. 필드 플레이어 선수들도 득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 기회 때 선수들이 욕심을 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수원의 FA컵 우승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결승에서 만난 대전코레일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대전에 대해 노동건은 "대단하다. 박수 쳐주고 싶은 팀이다. 남들은 대전을 '하위리그에 있는 팀이다'고 말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대전은 K리그팀들 못지 않은 조직력과 단합을 보여줬다. 우리팀이 한 번 더 배울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노동건은 올 시즌 한 해를 되돌아봤다. 프로 데뷔 힘든 시간을 보냈던 노동건은 이번 시즌 수원의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했다. 이에 대해 노동건은 "프로에 온 후 최고의 한 해라 손꼽을 수 있다. 경기가 끝나고 '이렇게 좋은 날이 있으려고 그간 아팠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FA컵 우승이라는 점 외에도 이날 경기가 노동건에게 특별한 이유는 또 있었다. 이날 노동건은 경기 종료 후 관중석에 있는 예비 아내와 예비 장인어른을 찾았다. 이에 대해 노동건은 "내가 올해 장가를 간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에 올라가서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한 것은 아니었다"며 "오늘 장인어른이 처음으로 경기장에 오셨다. 그래서 경기 후 장인어른과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기 위해 관중석으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어 노동건은 예비 아내와 예비 장인어른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노동건은 "여자친구가 나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정말 미안했다"며 "그래도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어 다행이다"고 전했다.

노동건은 "올해 주축 멤버로 시즌을 치르며 내가 예민한 부분이 있었다. 또 우리가 올해 리그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FA컵에선 결승까지 왔지만 과정이 좋지 않아서 욕을 많이 먹었다. 안 좋은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며 여자친구가 힘들어했다. 그래도 우승으로 마무리되어 다행이다"고 전했다.

노동건은 자신을 믿어준 예비 아내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노동건은 "은퇴하는 그날까지 올해 같은 시즌을 계속하겠다고 여자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은퇴하기 전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할 테니 내 옆을 항상 지켜주고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자친구에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노동건은 경기장을 찾아준 수원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노동건은 "누구보다 수원의 우승을 바랐던, 경기장에 찾아와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감사하다. 다시 한 번 우리 수원이 명성에 맞는 위치에 돌아가도록 노력할 것을 팬들에게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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