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1차전, 천막에서 티켓 사고 취재는 여의치 않고

한밭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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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대전=명재영 기자] FA컵은 ‘어쩔 수 없이’ 하는 대회?

6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2019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대전코레일과 수원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내셔널리그 소속 첫 우승을 노리는 대전코레일과 FA컵 단독 최다 우승 기록을 노리는 수원의 맞대결이었다. 많은 이들이 수원의 우세를 점쳤지만 결승까지 올라온 코레일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고 경기는 결국 0-0 무승부로 끝났다.

쌀쌀한 11월의 평일 저녁 경기였지만 한밭종합운동장에는 5,324명의 관중이 몰렸다. 결승전치고는 초라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홈팀 대전코레일의 리그 평균관중이 수백 명 수준인 걸 고려하면 흥행 실패는 아니었다. 대전코레일 입장에서는 구단 역사에 남을만한 구름 관중이었지만 경기 운영 곳곳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정확하게 따지면 대한축구협회와 대전코레일의 공동 책임이다. 대회 규정에 따르면 준결승부터 대한축구협회가 경기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다. 특히 대전코레일은 사무국 직원이 많지 않은 만큼 협회의 세심한 관리가 요구됐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운영됐다. 한국 최고의 축구 클럽을 가린다는 FA컵 결승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먼저 온라인 예매가 없었다. 입장권은 오로지 현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했다. 예매의 중요성은 팬 입장에서 생각보다 크다. 심리적인 여유와 경기 당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또한 예매 대행 사이트에 경기가 노출되면서 홍보 효과도 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 관람이 무료였던 대전코레일은 예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협회는 자체 예매 창구를 가지고 있지만 대표팀 전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남측 골대 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수원 원정 팬들은 두 개 남짓의 천막 매표소에서 불편하게 입장권을 구매해야만 했다. 운영 인력 부족으로 입장 게이트도 최소한으로 운영돼 동선도 불필요하게 길어졌다. 관중 입장에서만 불편했던 건 아니었다.

취재진 또한 여러 차례 신기한(?) 경험이 이어졌다. 별도로 마련된 미디어 게이트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천막이었다. 천막에는 ‘기자 대기실’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내부 풍경은 포장마차 그 자체였다. 경기장의 시설이 협소하여 야외에 별도로 간이 대기실을 마련한 것이었다. 물론 기자는 감사하게 시설을 이용했다.

FA컵 결승 1차전 시각물
엠블럼마저 틀렸다 ⓒ 스포츠니어스

문제는 취재 환경에 있었다. 결승전임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상황이었다. 결국 취재진은 선발 라인업이나 전술에 대한 양 팀 감독의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중계방송에서도 선발 라인업만이 소개됐을 뿐 선수들의 위치와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전해질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나갈 즈음에는 운영 담당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기자들에게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담당자는 믹스드존 미운영의 이유로 선수단 동선을 언급했다. 양 팀 선수단 버스가 서로 정반대에 있어 믹스드존을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대신 경기 후 감독 기자회견에 각 팀 선수 한 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 입장에서는 다소 납득하기 힘들었다. 버스 위치를 조정하거나 정말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선수들이 조금 더 걸어가면 될 일이다. 결승전에 참가한 선수들의 생각을 팬들에게 전하는 것보다 버스 이동이 더 중요했던 것일까. 결국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전코레일의 이관표와 수원의 염기훈을 제외한 선수들의 목소리는 전해질 수 없었다.

이번 경기는 종합적으로 3무(無) 결승전이었다. 이렇다 할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한 편의가 없었다. 그리고 좋은 미디어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 준결승까지 철저한 무관심 속에 진행되다가 그나마 결승전만 조금 주목을 받는 수준인데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FA컵 유명무실론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결승전마저 실망스럽게 운영되면서 대회를 주최, 주관하는 협회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로, 아마추어를 통틀어 성인 축구의 최강자를 가린다’는 FA컵 웹 사이트의 문구가 오늘따라 더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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