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2일 제주월드컵경기장.

제주유나이티드와 인천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FINAL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 제주는 절박했다. 만일 인천에 패배한다면 제주는 강등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경기는 쉽지 않았다. 제주는 시종일관 인천을 몰아쳤다. 문제는 골이 터지지 않았다.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뼈아프게 느껴졌다. 이날 제주는 윤일록이 최전방에 나섰지만 그가 뚜렷한 원톱 자원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제주의 입장에서는 비겨도 만족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승점 3점이었다. 그 때 후반 16분, 제주의 선제골이 터졌다. 프리킥 이후 혼전 상황에서 화려한 시저스킥이 작렬했다. 이 때부터 제주는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33분 이창민의 추가골과 39분 이창근 골키퍼의 페널티킥 선방에 힘입어 제주는 인천을 2-0으로 꺾었다. 그리고 그 기폭제는 선제골의 주인공이었다. 바로 마그노다.

어느덧 '원클럽 100경기'를 채운 제주 마그노

2017년 K리그에 발을 들인 마그노는 어느덧 한국 생활 3년차다. 물론 한국과의 인연은 짧게 끝날 뻔 했다. 첫 해 K리그 23경기 9골 2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했던 그는 UAE 샤르자로 약 반 년 만에 이적할 뻔 했다. 당시 마그노는 구단에서 송별회까지 다 하고 작별을 고했다. 하지만 메디컬테스트에서 탈락하며 머쓱하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세월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3년 째 한국 생활을 맞이했다.

지난 인천전은 마그노에게 특별한 순간이었다. K리그 통산 100번째 경기였기 때문이다. 마그노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 투입 여부를 알 수 없었지만 전반 23분 남준재가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하며 생각보다 일찍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팀을 강등 위기에서 한 번 구해냄과 동시에 자신의 K리그 통산 100경기를 자축하는 골을 터뜨렸다.

마그노의 기록은 특별하다. 마그노는 제주에서만 100경기를 뛰었다. K리그에서 100경기를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한 팀에서 채우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마그노는 3년 만에 제주에서 100경기를 채우는데 성공했다. 매 시즌 30경기 이상 출전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100경기보다 승점 3점이 더 소중했던 마그노

하지만 마그노는 100경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팀의 상황 때문이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마그노는 "내가 골을 넣어서 기쁘지만 무엇보다 내 골로 팀이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 더 좋다"라면서 "승리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음 경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골과 승리는 잊고 최선을 다해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기도록 하겠다"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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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노는 100경기라는 특별한 감정에 젖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내가 100경기를 뛸 수 있었던 것은 제주 팬들의 사랑이다. 단지 나는 보답하는 마음으로 매 경기 뛰다보니 100경기를 채운 것이다"라면서 "100경기에 골을 넣은 것보다 팀에 도움이 된 것이 더 중요하다. 이미 지나온 과거는 잊겠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다음 경기에서도 승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더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제주는 인천을 꺾으면서 한 숨 돌렸지만 마그노의 말대로 갈 길은 아직 멀다. 여전히 제주의 순위는 최하위인 12위다. 남은 수원삼성전과 성남FC전에서 최대한 승점을 따내고 경쟁 팀의 추락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제주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기는 일 뿐이다. 마그노의 생각도 그렇다. 개인적인 일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일단 위기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안주하지 말자" 분발 촉구하는 마그노

그래도 제주 마그노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인천전과 같은 정신력을 유지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다"면서 "선수들이 투지를 보여준다면 다음 경기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시간은 많다. 잘 준비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서를 덧붙였다. "이번 인천전 승리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

마그노는 계속해서 정신력을 강조했다. 그의 입에서는 투지, 정신력, 최선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등장했다. 동료 선수들이 능력 있다는 믿음과 함께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물론 마그노 또한 최선을 다짐했다. 그는 어쨌든 제주의 외국인 공격수다.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야한다. 현재 제주의 부진에 마그노도 자유로울 수 없는 법이다.

마그노는 "어쨌든 나는 외국인 선수다. 다른 한국 선수들보다 내가 느끼는 책임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축구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느끼고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혼자 만의 활약이 아닌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그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지금은 제주에도 마그노에게도 위기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다. 팀은 사상 처음으로 K리그2 강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런 가운데 마그노는 한 차례 팀을 구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남은 두 경기에서 제주는 언제든지 다시 추락할 수 있다. 마그노의 화려한 시저스 킥과 동료들을 향한 외침은 대반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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