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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제주=김현회 기자] 제주유나이티드 플레잉코치 조용형이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독려했다.

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제주유나이티드와 인천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제주 최윤겸 감독의 얼굴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제주는 올 시즌 인천과의 경기 이전까지 4승 12무 19패 승점 24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생존할 수 있는 순위인 10위 인천과는 승점이 6점 차이였고 11위 경남과도 승점이 5점이나 벌어져 있었다. 강등 가능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인천과의 경기에서 제주는 2-0 완승을 거두고 실낱 같은 생존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제주가 인천을 압도했던 경기였다. 특히나 이날 최윤겸 감독은 수비수 조용형을 선발 출장 시켰다. 백동규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는 가운데 여러 자원을 고민하다가 조용형을 선택한 것이다.

조용형은 올 시즌 플레잉코치로 복귀해 단 두 경기에 나선 게 전부였다. 최윤겸 감독의 선택은 의외였다. 이유를 묻자 최윤겸 감독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제주에서 오래 뛰거나 애착이 있는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했다”고 답했다. 이 중 한 명이 바로 조용형이었다.

조용형은 2008년 제주로 이적해 해외 진출 시즌을 빼고는 줄곧 제주에서 뛴 선수다. 제주에서 뛴 경기만 139경기에 이른다. 최윤겸 감독은 그러면서 “조용형의 책임감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제주가 성남이나 인천처럼 끈끈하게 뛰지 못한다. 조용형이 뒤에서 소리도 질러주고 선수들을 잘 이끌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조용형은 이날 경기에서 김원일과 함께 수비진을 이끌며 무실점으로 승리에 공헌했다.

경기 후 만난 조용형은 “그동안 잘 못 지냈다”고 웃으면서 “내가 1군 경기는 많이 못 나왔지만 2군경기(R리그)에 많이 뛰었다. 그러면서 감각도 찾았고 어린 선수들과 같이 하면서 몸 상태도 끌어올렸다. 오늘은 (내 활약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고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오늘도 힘든 경기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승점 3점을 따내고 A매치 휴식기를 맞게 돼 3주 동안 그래도 조금은 편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리그1은 FA컵 결승전과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짧은 마지막 휴식에 돌입한다. 자칫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던 제주도 인천전 승리로 분위기를 반전한 채 다음 수원삼성전을 준비하게 됐다.

조용형은 “성적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결과가 계속 나오지 않아 선수들이 불만도 표했다”면서 “그런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번 경기에서는 감독님이 팀의 베테랑이나 팀에 애착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했다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에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 오늘 경기도 상대보다는 우리가 더 간절하게 경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에서 제주는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쳤고 무고사의 페널티킥도 이창근이 막아냈다.

제주의 분위기는 이전까지 최악이었다. 다이렉트 강등이 유력해 보였다. 조용형은 “내가 제주에 다시 온지 4~5개월이 돼 가는데 선수들과 밥을 먹으면서 대화도 해보고 이것저것 다 해봐도 안 되더라”라면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걸 이겨내는 건 오늘과 같은 승리밖에 없다”고 플레잉코치로서 팀을 진단했다.

그는 올 시즌 주전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는 못했지만 플레잉코치로 선수들과 코치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조용형은 “선수만 할 때는 내 역할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선수들의 심리상태도 파악해야 하고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감독님께 의견도 내야 한다.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 올 시즌 결과가 이런 것 같다. 감독님도 오셔서 고생을 정말 많이 하고 계신데 오늘 승리가 그래도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천을 잡았지만 제주는 여전히 최하위다. 이제 단 두 경기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야 한다. 조용형은 “선수들을 모아놓고도 내가 이야기했다. ‘프로 선수는 단 1%의 확률이라도 남아 있으면 도전해야 한다. 프로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남은 두 경기에서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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