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어제(19일) 경기는 극적인 인천의 승리로 끝났지만 영 개운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선수들의 모습은 이상했다. 오열을 하며 뛰쳐 나가는 구단 관계자도 있었다. 이건 분명히 뭔가 일이 있는 게 확실했다. 경기 후 만난 김호남은 울먹이면서 “나중에 알게 되실 거다”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장 상황을 기사로 썼고 곧바로 이 소식이 퍼져 나갔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단독’ 욕심과 개인 프라이버시 사이의 고민

무슨 일일까 생각하다가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여기 저기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혹시 선수단 누군가의 건강 이상설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다. 다른 사람들을 대입해 봤다. 연예인의 건강 이상설이 단독 기사로 뜨는 걸 종종 봐왔다. 그렇다고 이 기사에서 기자 윤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 과연 축구인을 연예인과 동일시하고 기사를 써야할까. 당사자한테 직접 묻지 않고 지인들의 말만 듣고 썼다가 오보라도 나면 어떻게 할까. “혹시 아프세요?” 당사자한테 이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참 괴로운 일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알게 된다면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도 어려웠다. 설령 퍼져 나가고 있는 그 사실이 맞다고 해도 최초 보도에 ‘단독’은 붙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단독’이라는 두 글자에 뭔가 남들은 모르는 걸 알렸다는 우쭐한 느낌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단독’이야 솔직히 말하면 그런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 만큼은 ‘내가 가장 먼저 썼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사실에 대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전달받았다.

적어도 몇 명의 사실 확인은 거쳐야 했다. 밤 10시가 넘은 시점에서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래도 6시에 경기가 끝이 났으니 아직 10시면 크게 늦은 건 아닌 거 같아 전화를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하나 같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인천 서포터스 대표와도 통화했다. 여기저기 알아본 뒤 인천 구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사실인지 묻는 질문에 한숨을 쉬면서 “아직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나도 더 이상 물을 수 없었고 당장 기사화하는 건 여기에서 접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중대한 문제를 블로그로 공개하는 기자?

그깟 단독 하나 안 해도 되니 구단의 입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단독이야 구단 비판하는 기사 쓸 때 해도 된다. 현장에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고 실제로 관계자들에게도 관련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은 기사화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다른 기사는 어떨지 몰라도 질병과 관련해서는 당사자의 의견을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몇 년 전 성남 골키퍼 전상욱이 질병으로 현역에서 물러날 때 ‘병명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그의 부탁으로 그 어떤 매체에서도 병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참 뒤 그가 비인두암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그 이후에야 이게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물론 개인 및 단체의 비리 및 비위에는 얄짤 없다. 당사자가 법적 소송을 운운해도 지금처럼 쭉 쓸 거다.

그런데 그 새벽에 한 경남 지역지 기자가 인천 소문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 기사가 아닌 블로그에 이를 게재한 것이다. 이 기자는 과거에도 대구FC 조현우 이적설과 관련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었다. 인천 소문과 관련해 그가 올린 글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위 행위 등이 아니면 개인의 병명을 공개하는 등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기자는 다를 수 있다. 개인사보다 알권리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서로의 판단 차이이니 문제 삼을 게 없다. 욕을 먹더라도 그게 자신의 보도 철학에 우선이라면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

내가 의아했던 건 그 글이 자신이 속한 매체의 기사가 아닌 개인 블로그에 올려져 있다는 점이다. 놀라웠다.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중대한 소식을 바이라인이 제대로 박힌 기사로 써도 모자랄 판에 블로그에 써 놓는다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블로그를 하시는 분들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기사와 블로그의 차이를 말하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블로그에만 집중하는 분이라면 모를까 명색이 한 매체의 기자라는 분이 이런 중차대한 소식을 블로그에 덜렁 올려 놓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들의 상황을 담은 기사가 조심스러운 데는 이유가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과연 그 블로그 글에 책임감은 있나?

블로그는 수정도 쉽고 삭제도 언제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면 그냥 내려버리면 그만이다. 물론 기사도 수정과 삭제가 언제든 가능하지만 이건 언론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하는 일이다. 기사를 내리거나 고치는 건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다. 블로그에 올리면 ‘카더라’가 되지만 똑같은 사실도 기사로 내면 사람들은 ‘팩트’로 받아들인다. 블로그와 기사가 주는 신뢰성의 차이, 책임감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블로그 글은 써 놓고 ‘아니면 말고’지만 기사는 한 번 써 놓으면 죽을 때까지 남아 내가 책임져야 한다. 언론중재위원회도 가야하고 구단이나 에이전트로부터 정식 항의 공문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블로그 글보다 기사가 훨씬 더 무서운 거다.

그런데 이 기자는 그 새벽에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글을 올려 놓은 공간 치고는 조금 비겁하다. 당당하게 자기 이름 달고 매체 이름 걸고 기사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해당 매체에서는 저런 조악한 블로그 글을 당연히 신문에 게재해 주지 않을 것이다. 지역지인데다가 사실 확인에 대한 여지도 남겨져 있고 추후 그 책임을 온전히 감수할 수 있는가를 봤을 때 데스크에서 ‘까일’ 가능성이 크다. 지면지는 이미 들어갈 기사가 다 배분돼 있는데 그 한 자리를 빼내고 이 기사를 채울 만큼인지도 의문이다. 주로 경남FC 이야기로 채워야 할 매체에 뜬금없이 인천유나이티드 이야기가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간단하다. 어디에도 안 쓰면 된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기사가 되는 건 아니다. 담당 분야가 있고 그 안에서도 내 전문 분야는 다 따로 있다. 남들은 모르는 사실을 나만 알고 있다고 해 다 ‘기사’가 되는 건 아니다. 사석에서 한 연예인이 직접 나에게 만나고 있는 상대 연예인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다. 스포츠를 전문으로 하는 내가 그걸 알았다고 해 기사로 낼 수는 없다. 어차피 내봤자 칼같은 우리 조성룡 기자가 “이런 건 술자리에서나 이야기하세요”라면서 엎었을 것이다. 내줄 매체가 없으니 내가 블로그를 만들어 알권리 어쩌고 하면서 “연예인 누가 누구랑 사귄대요”라고 쓰면 이 얼마나 없어 보이나.

기사로 이야기하자, 블로그로 떠들지 말고

연예인 열애 소식, 결혼 소식을 꽤 많이 들었지만 그냥 그렇구나 정도지 내가 쓸 수는 없다. 왜? 이건 내 분야가 아니고 내가 매체에 기고할 수 없어 책임질 수 없는 내용은 건드리지 않는 게 맞다. 갑자기 내가 정치 쪽에서 뭐 하나 들었다고 정치 기사 쓰고 어디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듣고 주식 기사를 쓰면 그건 막장 매체다. 매체가 받아주지 않는 기사는 그냥 내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걸 또 구구절절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건 ‘너희는 이거 모르는데 난 알고 있어’라고 잘난 척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여기에 마치 대단한 것처럼 알권리라는 말을 붙이면 안 된다. 정 입이 근질근질하면 해당 분야 기자에게 제보를 하고 나중에 술 한 번 얻어먹으면 된다.

우리 기자들에게 늘 말한다. ‘SNS로 축구계 현안에 대해 장문으로 투정부릴 시간이 있으면 그걸 칼럼으로 내라. 그리고 그럴 만한 자신이 없으면 SNS로도 떠들지 말자. 기사로만 이야기해야지 그 외에 SNS나 블로그로 이야기하지 말자.’ 이건 우리 철칙이다. 당당하면 기사로 쓰고 기사로 쓸 수 없으면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낫다. 기자에게는 그 글을 기고할 매체가 있는데 거기에 쓸 수 없는 글은 그냥 사석에서나 떠들자. 기자로서의 타이틀을 유지하되 책임감을 피하는 글을 쓰는 방법은 없다. 그걸 블로그나 SNS로 활용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매체에서 기사를 안 내줘서 블로그에 쓴다고? 그러면 매체와 싸워서 지면을 할애 받던가 아니면 나처럼 박차고 나와서 인터넷 매체 하나 만들어 쓰고 싶은 거 쓰면서 살던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하던 일 조용히 하면서 살면 된다. 기자라는 사람이 블로그에 기사 쓰면서 기자 대접 받으며 지내는 건 이 바닥 선택지에 없다. 알권리와 기자 정신 운운하는 분이 이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매체에서 원하는 기사가 내 생각과는 달라 고민하다가 퇴사하고 다른 매체를 알아보는 젊은 기자들이 많다. 이 기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적어도 안에 틀어박혀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블로그에 쓰는 ‘타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상황을 담은 기사가 조심스러운 데는 이유가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썼다 지우길 반복하는 알권리?

이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일과 관련해 “다른 기자들 병x이라서 안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니 ‘기레기’ 소리 듣는 거죠”라는 글을 남겼다. 졸지에 나는 ‘기레기’가 됐다. 뭐 숱하게 들어온 말이라 큰 감흥은 없지만 현장에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늦은 밤 구단 관계자와 통화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그 깊은 사정을 따져 지금은 안 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사람이 ‘기레기’가 됐다. 아직도 김호남의 떨리는 입술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나도 불편해 죽겠는데 사람 죽고 사는 문제라 신중했던 내가 ‘기레기’가 됐다. 그리고 나를 ‘기레기’라고 칭한 이는 기사로 쓸 용기는 없으면서 블로그에 몇 글자 끄적이면서 알권리 운운하고 있다. 그러면 나는 그냥 ‘관종’대신 ‘기레기’하련다.

그 사이 이 기자는 블로그에 올린 글로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뒤 다시 그 글을 지웠다. 그리고는 알권리 운운하면서 해명글을 또 다시 올렸고 왜 그 글을 지웠는지에 대해서도 구구절절 썼다. 이것 보라. 기사로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블로그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법한 중대한 일을 인터넷 블로그에다가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이 기자는 자신의 본분에 맞게 ‘경남도민’을 위한 기사를 써야한다. 그게 본인 스스로 블로그에도 구구절절하게 썼던 기자의 원래 역할이다. 이렇게 썼다 지우고를 반복할 수 있는 블로그 글을 쓰면서 ‘알권리’라는 책임감이 따르는 용어를 쓰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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