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고 이승근 감독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9일 효창운동장에서 벌어진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고등부 결승전. 서울 경희고와 인천 대건고와의 맞대결에서 경희고는 전반 3분 만에 변준수가 득점에 성공했지만 이후 두 골을 허용하며 준우승을 거뒀다. 주목 받지 못하는 흔한 아마추어 경기일 수도 있지만 이 경기는 종료 후 논란이 됐다. 경희고 선수들이 경기 도중 상대팀 팬들에게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고 경기 막판에는 두 팀 선수들이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뒤 시상식 때도 은메달을 차지한 경희고 선수들이 메달을 내팽개치듯 던지는 장면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모습은 인터넷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됐고 경희고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우승을 차지한 대건고보다도 경희고 선수들이 더 많은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과연 이들은 왜 이렇게 흥분했을까. 혹시 해명이나 사과를 할 생각은 없을까. 아니면 억울한 부분이 있었을까. 직접 경희고 이승근 감독과 경기가 끝나고 하루가 지난 10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승근 감독은 이 이야기가 나오자 대번에 “프로도 아니고 아마추어 선수들이 치른 경기인데 인터넷에 올라온 ‘움짤’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렇게 확산이 될 줄은 몰랐다”고 이 상황을 바라보는 느낌을 전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많이 반성하고 있다. 나도 경기가 끝난 뒤에는 팀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고 오늘(10일)은 선수들에게 전화를 해 호되게 혼냈다. 선수로 더 성장하려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아이들에게 질책했다”고 지도자로서 제자들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승근 감독은 상대팀인 대건고에서의 선수들이 흥분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경기 날 훈련을 하러 나가기 전에 교가를 부르는 오랜 전통이 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교가를 부를 때 대건고 선수 몇 명이 그 박자에 맞춰 비아냥거리듯 박수를 쳤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그 모습을 봤는지, 보지 못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나는 그 모습을 확실히 봤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불쾌했다. 그래서 내가 선수들에게 ‘어떻게든 무조건 이기자’고 했다. 그 모습에 ‘빈정’이 상했다”고 전했다.

경희고 선수들은 전반 3분 변준수의 득점 이후 상대팀 팬들 앞에서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했다. 이날 효창운동장에는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 산하 유소년 팀인 대건고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인천 팬들이 많았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응원가와 구호를 외치며 응원전을 펼쳤다. 이를 향해 경희고 선수들은 첫 득점 이후 도발적인 행위를 했다. 이에 대해 이승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프로도 아니고 아직 학원 축구 선수들이다보니 잘못한 부분은 맞다”면서도 “우리만 그런 세리머니를 한 게 아니다. 상대도 동점골을 넣고 후보 골키퍼까지 하프라인에 달려와 세리머니를 했다”고 상대에도 잘못이 있음을 주장했다.

경희고 원종환은 1-2로 뒤지고 있는 후반 막판 상대 선수를 강하게 밀쳤고 이는 곧바로 양 팀의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지도자의 입장을 물으니 이승근 감독은 “나도 축구를 했던 선수다”라면서 “금메달을 놓고 싸우는 결승전에서 지고 있고 종료 3분을 남겨 놓았는데 밀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상대 선수가 우리 선수를 강하게 밀쳤고 다른 상대 선수는 그 상황에서 공을 바깥으로 차 냈다. 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흥분할 수밖에 없다. 그쪽에서 먼저 그런 파울을 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승근 감독은 “기자 분께서 축구를 하신지 안 하신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이 아닌 전세계 어디에서도 상대의 이런 행위는 말이 안 된다”면서 “‘움짤’이라고 해야 하나. 인터넷 영상에는 우리 선수가 밀친 것만 나왔지만 대건고 선수가 먼저 그런 행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경기에서 경희고 원종환은 후반 막판 대건고 선수 두 명을 밀치는 거친 플레이를 펼쳤고 이후 누워 있는 대건고 선수를 억지로 일으키려는 행동을 취하면서 다시 한 번 충돌했다.

그러면서 이승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너희는 학생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나오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고 선수들도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만 잘못됐다고 알려져 있어 나도 사실 불쾌하다. 심지어 학교에까지 항의 전화가 왔다. 우리가 인성 교육을 안 시켰겠나. 과열되다 보니 그런 거다. 예선이나 1차전에서 떨어진 거면 우리가 잘못한 거지만 누구든 축구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금메달을 따고 싶어한다. 전국체전 100주년이고 서울 홈 경기였다. 프로 산하 팀을 다 이기고 올라와서 더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 인성이 잘못됐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인성 교육 못 시키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학교에 항의 전화를 한 이에 대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승근 감독은 “기분이 나빴으면 나한테 전화해야지 아이들을 데리고 있지도 않은 학생부장님께 전화를 하나. 우리 아이를 봤으면 경기장에서만 봤을 텐데 그 짧은 순간만을 보고 인성을 논한다? 나도 자식이 있는 부모인데 이건 잘못된 입장이다”라면서 “내가 아이들을 교육 시키고 시합을 준비하고 멘토링을 한다. 나한테 항의 전화를 했으면 내가 사과했을 텐데 학생 부장님께 항의 전화를 해 그 부분은 내가 불쾌했다”고 밝혔다.

경희고와 대건고의 경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화면 캡처

경희고 선수 중 일부는 시상식 이후 받은 메달을 팀 동료에게 던지는 장면으로도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승근 감독은 “그 행동으로 선수들의 인성을 논하지 말아달라”면서 “그러면 그 친구가 지금까지 쌓아놓고 학교를 위해 봉사한 건 다 없어지는 거다. 잘못된 행동인 건 맞고 선수도 반성하고 있다. 학생이라고 무조건 이해해 달라는 건 아니지만 감정 기복이 있었을 거다. 충분히 막을 수 있던 두 골이고 그걸 막아줬으면 우리가 우승하는 건데 그러지 못해 과격한 행동을 한 것 같다.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다시 교육시키고 말씀드리는 거다. 학원 축구 일이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야 하나 싶다”고 전했다.

경희고는 이 경기 이후 축구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급속도로 영상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승근 감독은 선수들의 인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승근 감독은 오히려 준우승을 거둔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어느 팀이 전국대회 결승을 세 번씩이나 가나. 우리가 올해 비록 다 준우승만 했지만 세 번이나 전국대회 결승에 갔다. 영상 한 부분만 보면 당연히 우리가 잘못했다. 잘못에 비율을 따지는 것도 안 되지만 대건고의 행동도 정확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도 우승하고 싶고 금메달을 따야 하는 팀이었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겨 놓고 그렇게 차내면 어느 선수가 가만히 있겠나. 그걸 보고 인성을 논한다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라면서 “잘못한 건 인지시키고 있지만 18~19세 선수들이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이 아이들을 비난하는 분들이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많이 봤다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지만 그 부분만 너무 확대시킨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승근 감독은 “당시 5~10분 정도는 감정이 격해져 있었지만 이후 고기 회식도 맛있게 했고 학교에 돌아와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월요일에는 구령대에 올라가 시상식을 하기로 했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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